Posted on 2004/12/29 15:05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이게 마지막 원고일줄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을거 같다.

필자들이 조직이 잘 안 되고 있어서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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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었던 2004년이 막바지를 경과하고 있다. 2004년은 노동보건영역에 있어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였다. 아마 그 중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는 노동자들의 ‘정신질환’ 산재신청의 행렬일 것이다. 03년 근골격계 질환의 전염병과 다름없는 급속한 유행에 버금갈 정도로 올해는 ‘정신질환’이 유행을 하였고, 공중파에도 여러차례 보도되는 히트(?)를 쳤다. 청구성심병원의 집단요양으로 시작된 정신질환에 대한 논쟁은 이후 도시철도 기관사, 건설노동자, KT 상품판매팀 노동자로까지 이어지며 2004년을 경과하고 있다. 왜 이렇게 정신질환의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하였을까?

 

 



 

청구성심병원은 7년여간 진행된 임금체불, 노조간부에 대한 ‘똥물 투척’, ‘식칼 테러’, ‘업무감시’와 ‘왕따’, ‘업무전환배치’ 등 노조 탄압이 극심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우울증’, ‘적응장애’ 등 정신질환이 생겼고, 지난해 9월 10명의 신청자 중 8명이 승인을 받았다. 이들은 불안해하고, 손발이 저리고, 밤에 잠을 못 자고, 악몽을 꾸고, 출근하기가 힘들어 병원근처를 몇 바퀴나 돌다가 겨우 출근하는 등의 고통에 시달렸고, 심지어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강화된 노동강도와 극심한 현장통제를 중심으로한 노동탄압은 이들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들은 여전히 치료를 위해 애쓰고 있다. 


작년 8월 도시철도 기관사 두명이 연달아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시작된 기관사들의 ‘공황장애’는 올해 7명의 집단요양신청이라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1인 승무로 운행되는 도시철도는 기관사 한명이 승객관리, 출발관리를 해야 하고 심지어 사고가 나면 시신을 수습하는 것도 기관사의 몫이다. 90.7%가 휴가를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고 밀폐된 지하공간에서 주간 10시간, 야간 14시간정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매일 일정이 바뀌는 교번제는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가져오고 이들의 일상을 관리하는 병영식 노동통제도 존재한다. 이러니 84명의 희망검진 대상자들 중 18명이 공황장애의 유소견이 나온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현장에서 일하다가 공황장애로 쓰러진 한 건설노동자는 ‘매일 술을 하루에 3-5병정도 주3회정도 25년간 마셔와서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되었다. 이 정도 술이면 간경화로 쓰러지거나 작업중 사고가 먼저 났을 것이다. 이 노동자의 공황장애의 이유는 반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 밤 10시-11시까지 진행되는 장시간 근무와 다양한 업무 처리로 인한 스트레스의 증가였다. 또한 이러한 노동조건을 깡그리 무시한 채 초진 기록을 빼돌리고, 공황장애의 원인을 술, 고혈압, 당뇨등의 지병으로 주장하고 있는 자본의 행태는 그 동안 자본이 얼마나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훼손해왔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KT 상품판매팀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188명에 대한 다면적 인성검사에서 45%인 88명이 이상소견을 보이며 정신과적 상담이 시급히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98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수행하며 1만 7천여명의 노동자를 퇴직 시킨  KT는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이를 빌미로한 현장통제가 극에 달한 사업장이다. ‘고문실’이라 불리는 방에 불려들어가 명예퇴직을 종용받거나 기술직에서 부당하게 전환배치된 상품판매 노동자들은 심지어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미행과 감시에 시달리다 우울증등의 정신질환에 걸려버린 것이다. 고용불안을 무기로한 자본의 탐욕은 개인은 물론 가족의 이름으로 수백통의 휴대전화를 개설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과로사로 노동자들을 사지로 밀어내더니 이젠 현장통제까지 동원하여 정신을 공격하고 있다.


아마도 위에 제시된 사례 말고도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제대로 남에게 이야기도 하지 못하면서 정신질환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업종과 직능의 이야기이건만 일맥 상통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이를 빌미로한 노동강도 강화와 현장통제의 강화이다.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육체를 병들게 하더니만 이제는 그것도 부족해 적극적인 감시와 통제로 노동자들의 정신까지 착취하고 있다. 쓰다가 버리면 그만인 기계 부품이 아닌 인간이건만 육체를 쥐어짜다 못해 이제는 정신까지 쥐어짜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이러한 탐욕에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적극적인 ‘산재 관리’와 ‘불승인’ 조치로 화답하고 있다. 정신까지 착취하는 신자유주의의 탐욕앞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정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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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9 15:05 2004/12/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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