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1/02 14:31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4. 보리암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았다. 눈꽃의 절경에 이어 바다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그 곳에 간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정상에 오르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다보니 내리던 눈꽃비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밝은 햇살만 반짝 거리고 있었다. 절묘한 타이밍... 흐뭇했다.

미끄러운 산길을 우물쭈물하며 내려와 버스표를 사고 그 지역에만 나온다는 유자동동주 한 통을 사는 사이... 허걱! 버스가 쌩~ 하고 지나간다. 이론 난감함 ㅡ.,ㅡ;:

 

 

보리암에서 내려다본 바다


 

 

 

#5. 운좋게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아 타고 상주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보이는 해안도로를 옆에 끼고 바닷길 드라이브를 했다. 지족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점심을 먹기로 작정한 우리... 이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갈치회 무침'에 도전했다. 고소하게 씹히는 갈치가시와 흰살의 맛이 좋았다. 남은 것은 포장해 가기로 했다. 버스 놓치고 산 유자동동주에 더없는 안주 일것으로 생각되어 대략 흐뭇~ *^0^*

 

#6. 지족부터는 버스를 타고 남해의 동쪽 해안 한 바퀴를 돌았다. 지족에서 수산을 거쳐 단항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수산에서 단항 가는 길에 만난 할머니 한분... '여자 대통령'이 되야 한다는 건지 되면 안 된다건지, 박근혜를 지지하시는지 안 하시는지 헤깔리는 이야기를 하셨지만 삼천포 대교를 걸어서 건너는 우리에게 얼렁 타라며 택시 차창으로 손을 흔드신다. 바다위로 바람을 맞으며 걷고 싶은 욕심에 할머니의 털털하고 힘찬 부름은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씩씩함과 소박함이 묻어 있는, 세월을 온 몸으로 살아내신 우리네 어머님의 모습이었다.

 

#7. 4개의 섬을 5개로 이었다는 다리위... 남해의 단항과 삼천포를 이어준다 하였다. 밤이면 더 이뻤을 수는 있겠으나 철로 이루어진 구조가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당히 바다위를 걷는 느낌과 바람... 멀리보이는 바다와 흰 꼬리를 남기며 지나가는 통통배들의 모습이 적막해보이는 바다에 숨어있는 움직임을 느끼게 했다.

 

 

다리를 건너고 있는 동행자...

 

 

 

#8. 삼천포로 빠진 우리의 여정은 사천을 거쳐 통영으로 향했다. 한번도 가본적 없는 통영... 언젠가 가보고 싶어 계획까지 세웠다 실행을 못한 소매물도를 가볼까 하다가 유람선을 큰돈주고 타볼까 하다가 걍 여유로이 두발로 미륵산을 오르고 해저터널을 구경하기로 했다. 터미널 앞 분식집 아주머니의 해저터널을 주제로 한 '여행은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느끼는 것'이라는 내용의 소박한 미소가 우리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그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공간의 부피를 느끼고 삶을 보는 것... 그런 것이다.

 

#9. 남해에서 싸온 유자 동동주와 갈치회무침으로 아주 맛난 야참을 먹었다. 남해에서 버스까지 놓치고 사온 유자 동동주는 유자의 상큼함과 동동주의 달콤함이 어울려 진~~짜 맛났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도남동방향으로 가는 17번 버스에 올라탔다. 미륵산을 간다는 우리의 말에 그럼 미륵사에서 올라가라시는 버스 기사 아저씨... 시간 좀 있냐고 물어보신후 종점까지 둘러둘러  해안 절벽을 끼고 덜컹거리는 버스에 실려 미륵도의 바다와 하늘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열어주셨다.

 

#10. 미륵사에서 올라가는 길은 아래로 바다를 보면서 산책하듯 쉬엄쉬엄 오를 수 있는 오솔길로 되어 있었다. 정상에 올라 바라본 바다에는 멀리 거제부터 시작해 욕지도, 한산도, 비진도, 사량도... 이름 없는 작은 섬들까지... 하나씩 집어주시던 동네 아저씨의 친절함과 한려수도의 바람과 햇살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11. 서울사람들이 수족관을 보는 것처럼 바닷속을 보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왔다가 그냥 터널이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간다는 해저터널을 가 보았다. 수족관처럼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일제시대 운하를 막아 사람과 우마차와 인력거를 오가게 했다는 그 터널에 녹아있는 사람들의 땀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조용하고 여유로왔다. 쌍계사와 화개장터는 다음 여정으로 미룬채 공간을 느끼고 사람들을 가슴에 담아 다시 서울로 향했다.

 

다음에 내 발길은 어디를 향할지... 땅을 꼭꼭 밟아가며 다니는 여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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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2 14:31 2005/01/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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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쎄라공주 2005/01/04 1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풍경이 멋있어서 몇개의 사진들 퍼갑니다...이해해 주실꺼죠?

  2. 해미 2005/01/05 09: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쎄라공주 / 멋있다고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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