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2/06 12:22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1.

 

머리를 짧게 잘랐다. 무거운 무언가를 덜어낸 느낌.

 

숏커트에서 시작한 머리기르기는 7년만에 짧은 단발로 변했다. 그 머리카락의 길이만큼 쌓였던 7년간의 세월이었다. 많이 힘들기도 했고, 우울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기쁘기도 하고, 보람도 있고, 즐거웠던 7년이었다.

 

머리카락에도 나이테가 있다면, 나의 그 세월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겠지. 자른 후의 그 홀가분함은 7년간의 세월의 무게를 덜어냈기 때문인가보다.

 

#2.

 

좋은 관계는 접점을 넓힐수록 기분좋아지는 것인가 보다. 그냥 그렇게 흐르는 시간이 좋더라.

 

#3.

 

활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것은 현재 내 활동이 정체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 정체가 무거워 한참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그리고 여전히 생각하기도 하지만) 정말 지금의 정체를 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선배의 이야기에 동감하지만 '전체를 조망한다'는게 뭔지 물어보고 싶었다. 한 단계를 업그레이드 하는 수준이 아니라,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금.

 

나의 위치와 역할을 바꾸고 조금 더 책임을 느끼는 자리로 가면 바뀔 수 있을까?

 

여전히 비판을 받는게 불편하기도 하고 나에게 약간의 편견이 있는것도 사실이지만, 자리보다 나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게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변하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추상적이면 못 알아 듣는단 말이다.

 

#4.

 

각자의 관심을 편하게 그리고 아주 느슨하게 늘어놓고 나누는 자리가 좋았다. 하고 싶은 것을 얘기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연구에 격려를 보내주고 칭찬을 해주는 그 분위기.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너무 많은 일을 벌린것은 아닌가 살짝 걱정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5.

 

결의를 하기에는 지금의 내 상태가 별루다. 충고가 짜증스럽게 들리고, 잘 되지도 않을 거면서 무리하게 부탁하는 동지한테도 말이 좋게 안 나간다. 무언가를 하자는 제안은 무리하게 느껴지고 배째라 정신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의욕게이지와 낙관게이지가 하강을 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만사가 귀찮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호연지기의 소진 속도도 나이 먹는만큼 빨라지는 걸까?

 

#6.

 

드라마인것도 알고, 현실에서 한참 동떨어진 것도 알지만 나도 은성이 같은 친구한테 따뜻한 배려와 보살핌을 받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고, 세심하게 살펴주고, 이야기하지 않는 빈틈들에 살며시 스며들어와주는 그런 사람말이다.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에서 나의 느낌을 물어주고, 살펴주고, 그것에 맞게 행동해주는 그런 사람말이다.

 

그의 과한 친절함은 애정을 느끼게 할 수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뭐 드라마의 흐름상 은성도 혜석을 좋아하고 있는데 다만 과거의 상처때문에 마음을 못 열다가 결국에는 둘이 이어지는 해피엔딩이겠지만...) 왠지 지금 나한테는 그런 따스함과 다독임이 필요한 거 같다.

 

#7.

 

예기치 않은 고용불안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어제밤 예정되어있던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후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지금 있는 빚은 어떻게 하나부터 해서 올해 있을 남동생 결혼식도 걱정이 된다.

 

만약 예정대로 안 된다면 이 기회를 빌미삼아 지역으로 이전해볼까 싶기도 하고, 이전하고 싶다면 이전이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왔었던 몇번의 기회를 거절했던것도 살짝 후회되고 있던 제안이 여전히 유효한지도 고민된다. 오늘 연구소 총회토론에서 인선 얘기를 하기로 했는데 아무것도 결의할 수 있는 상태가 안 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결정되어 있었던 것인데 왜 틀어졌는지도 모르겠고, 그것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은 수술중이라서 지금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제일 안타까운건, 이런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하소연 할데도 없다는 거다. 이 불안감을 다독여줄 사람도 없고, 어디다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결정된게 아무것도 없으니 상의도 못하겠고, 해야할 일은 쌓여있고 말이다.

 

자발적 비정규직의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살았는데, 참 싫다. 제발 착오여서 내가 3월부터의 내 삶을 처음부터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안 생겼으면 좋겠다.

 

#8.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아젠다를 모아내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틀로서의 당은 매력적인 틀임에 틀림없다. 대중들과의 자발적인 민주주의의 틀을 만들고 이를 운영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의회에 대한 개입의 여부를 떠나서 정치 활동이라는 것이 무엇이어야 하고 무엇이 민주노동당과 다를 수 있는 지점인지를 확인하고 만들어야 한다. 그저 지금의 민노당의 상황이 어때서 자주파들의 준동이 맘에 안들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그저 정세가 그러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중들의 다양한 필요와 요구를 확인하고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지금의 갈증들을 모아서 현명하고 단단하게 큰 욕심 없이 첫발을 내딛어야 한다.

 

#9.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마음 편히 먹자 생각했는데 나름 큰 스트레스였나보다. 토요일부터 시작된 토사광란으로 주말을 꼬박 누워지냈다. 토요일 점심 먹은거 다 토하고 밑으로 내보내고 하루종일 물도 못 먹다가 일요일 점심 한숟가락 먹은게 전부인 월요일 아침이다. 기운도 없고, 혈당이 떨어져서인지 어지럽기까지 하다. 아하~ 뭔가 활력이 필요하다.

 

#10.

 

결단이 필요한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같이 하면 좋겠는데. 결단 뿐만이 아니라 결의가 필요하고 그 결단과 결의를 무겁지 않고 유쾌하고 발랄하게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는데, 무리일까?

 

 

#11.

 

학생회장을 한 이후, 내가 몸 담고 있고 애정이 있는 조직의 대표가 되는 것은 11년만의 일이다.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이상관 투쟁을 하면서 막연히 노동보건을 해봐야겠다고 진로를 결정한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10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 10년 후의 나.

 

결의를 입밖으로 소리내어 밝히는 순간, 특유의 가벼운 치장이 나 스스로 걸리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무겁지 않아보려고 노력중이다. 조직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서로가 쉽게 이야기하고 나눌수 있는 것, 사전에 검열하고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만들고 그것이 활동과 이어질 수 있는 것, 우리가 만나는 현장 주체들의 필요만 살필것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를 살피고 왜곡된 지점을 찾아 서로서로 시비를 거는것, 대중적 접점을 넓히고 정치적 긴장도를 높이면서 정리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 등이 지금 내 머리속에 떠도는 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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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6 12:22 2008/02/0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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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염둥이 2008/01/15 1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발했군하~기대되는걸

  2. 해미 2008/01/15 2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염둥이/ 기대해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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