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02/08 19:44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1. 산행 세째날 : 남체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는 남체에 머물렀다. 나의 증상으로 미루어 고소적응은 필수였다. 머리 아프고 손발이 붙고 딱 죽겠더라는. 이날은 비싸기로 유명한 에베레스트 뷰 호텔까지 마실을 다녀왔다. 저 멀리 에베레스트와 남체, 눕체, 아마다블람 같은 8000m 봉우리를 바라보며 따뜻한 레몬티를 한잔 마시는 기분은 신선이 따로 없는듯했다.

 

에베레스트 뷰 호텔로 가는 길은 가파르기는 했지만 정말 경치 하나는 끝내주더라. 그리고 이렇게 깨끗하게 에베레스트가 잘 보이는 날은 몇일 되지 않는다며 우리 보고 운이 좋다고 했다. 신나게 자기도 사진을 찍는 가이드를 보면서 빈말은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 ㅎㅎ

 

이날 내려와서 인터넷에 접속해서 용산 타결 소식을 전해들었다. 마음이 많이 불편하고 미안했다. 이래서 여행중에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말아야 하는 건데, 그 깊은 산중까지 인터넷이 될 줄이야. (하긴 핸드폰도 펑펑 터지긴 했다. ㅠㅠ)

 

몇일간 세수도 하지 못해서 꾀죄죄한데가 몸도 안 좋았지만 산장의 난로가 옆에서 책을 읽던 시간이 소중했다.

 

 

 

 

#2. 산행 네째날 : 남체에서 탕보체 가는 길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돌아와서 오후시간을 보내는 사이 흐려지던 하늘은 밤새 눈으로 변했다. 이번 겨울 들어 첫 눈이라고 했다. 전날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엄청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개탄해 마지 않았고, 최근에는 눈도 거의 안온다는 이야기를 들은지 불과 하루만에 온통 하얗게 변한 세상에 우리는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지만 우리의 가이드는 안절부절이었다. 남체에서 탕보체 가는길에 급경사가 있는데 눈이 많이 오면 미끄러워서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었고 이렇게 눈이 오기 시작하면 몇일을 올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긴 트레킹 코스의 대부분이 능선을 따라 나 있는 통에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낭떠러지이니 걱정이 될 만도 했다. 한국에서 겨울살 갈때 가져가는 아이젠을 가져올걸 괜히 필요없다는 이야기에 두고 왔나 싶었다. 뭐 가져왔더라도 우리보다 포터가 더 걱정이 되어서 결국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출발시간을 늦추면서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 오는 눈이 멈추지 않으면 너무 위험하다는게 가이드의 권유였다.

 

결국 눈은 멈췄다. 우리는 가이드가 불안해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가이드는 날이 흐리면 탕보체에 가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며 미안해 하기도 했는데 산장에 있어봤자 할 일도 없었으니 일단 가보기로 했다.

 

눈이 소복히 쌓인 산을 걷는 느낌은 너무너무 좋았다. 히말라야에서 눈꽃을 보게 될 줄이야. ㅎㅎ 결국 우리의 트레킹은 이날 점심 즈음에 중단 되었다. 다시 눈이 오기 시작했고 안전을 최우선을 생각할 때 어떤 선택이 좋겠느냐는 우리의 질문에 가이드는 내려가는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엄청 아쉬웠지만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남체로 내려와서 우리는 나름의 송년 파티를 했다. 밤 하늘은 거짓말처럼 개었고 우리는 만월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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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 19:44 2010/02/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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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승업 2010/02/08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햐!
    세상 불공평 하네

    -
    진짜, 산이 높다
    와-하늘도 높다

  2. 빨간뚱띵이 2010/02/09 2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가장 안 좋은 계절이라는 여름에 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심정...

    • 해미 2010/02/09 2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름엔 또 그 나름의 매력이 넘치지 않을까 싶어요. 비 오는 히말라야도 정말 멋질 것 같아요. 저는 봄의 안나푸르나를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 결심중이죠. 다녀오셔서 꼭 좋은 사진 보여주세요. ^^

  3. 장승업 2010/02/09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붉은 히말리야와 푸른하늘은
    너무 눈부시다.
    한폭의 산수화라고 할까
    만월이라고 할까?
    장승업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저 비경의 감을 잡을수 있을까?

  4. 요꼬 2010/02/10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좋은일정은 누구와? 저도끼워주세요^^

  5. 금고기 2010/02/11 1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사진만 봐도 감동이구만. 입이 딱 벌어졌다는..새해 복 많이 받어요.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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