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딱지는 우리 병원에서는 대단히 상징성이 있는 아이콘이다. 파란딱지라는건 가운의 이름 쓰는 부위에 파란색 천을 덧 대어 놓은것을 보고 빗대는 표현이다. 아래처럼 말이다.
뭐... 병원에서 흰색의 긴 가운은 의사만 입는거는 아니다. 의사, 의대생, 약사, 방사선기사, 임상병리기사, 일부 특수직종의 간호사 등등 하얀가운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리고 우리과의 직원들도 행정부서를 제외하고는 거의 흰색 가운을 입는다.
이러다 보니 의대생들 사이에서 병원 실습을 나온지 얼마 안되서 회자되는 어처구니 없는 족보중에 의사가운이라고 다 같은 가운이 아니니 '가려서' 인사를 잘하라는 족보도 있다. 아직 의사도 아닌 것들이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한테 '함부로' 인사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의사중심적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 사례중의 하나다.
그래서 자기보다 병원생활의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건만 자기 아래사람처럼 막 대하는 인간들이 생겨난다. 그러다가 의사선배들조차 인사 못해서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라는 핀잔을 본의아니게 듣게 되기도 한다.
하여간, 직종의 구분을 위해서인지 의사들은 흰색가운에 파란색 실로 과와 이름을 쓰고 나머지 직종들은 흰색가운에 그냥 검은색 글씨로 속한 부서와 이름을 쓴다. 멀리서는 글씨가 잘 보이지도 않지만 실 색깔을 가지고 구분을 하는 거다.
이러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이름표의 실 색깔을 쳐다보니라 정작 사람얼굴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암튼... 여기에 파란딱지는 소위 전문의 이상에만 붙여준다. 나 같은 1년 계약직 전임의나 임상강사와 같은 전문의랑 교수들만이 흰색 가운에 달 수 있는 딱지이다. 하여간에 이 파란 딱지가 달리는 순간 관리자로 진입을 하게 되는 거다. 긍께... 나같은 1년 계약직들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거다. 중간관리자로서의 스트레스야 말로 다 하기 힘들고 월급도 전공의에 비해서 얼마 오르지도 않지만...(내가 확인한바 병원의 의사 노동착취는 전임의에서 극에 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심지어 초과근무수당을 대신하던 당직수당조차 없다는... ㅠㅠ)
내가 파란 딱지를 달고 가장 경악을 한 것은 파란딱지들은 따로 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긍까 파란딱지와 일부 상급 관리자들이 교수식당이라는 곳에서 따로 밥을 먹는단 말이다. 직원식당은 사람이 밀려서 줄이 식당밖에까지 이어질 지경인데 병원에서 젤루 한가한 사람들만 여유자적하면서 훨씬 넓고 조용한 공간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가는 처사인 것이다. 널널한 사람들은 널널하게 밥먹고, 바쁜 전공의들이나 간호사들, 기사들은 줄 서서 허겁지겁 그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후다닥 먹어치워버린다는 사실이다.
난 도저히 그 놈의 '교수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먹다가는 가뜩이나 안 되는 소화에 확실하게 체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난 그 분주한 틈에 섞여 꿋꿋이 파란딱지를 달고 밥을 먹는다.
하여간 색깔 하나로 병원의 위계와 계층을 공고히 하고 재생산시키는 구조가 가장 일차적인 '밥'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에 대략 난감이다.
갑자기 서울시장 선거의 색깔 공방이 연결된다(내가 젤루 좋아하는 색깔이 보라색인데 강금실땜시 완전 베렸다. ㅠㅠ). 색깔로 위계표현하기, 상징으로 계층화하기...
있지도 않은 차이를 있는것처럼 위장하고 승부거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색깔이나 없어서 마땅할 수직적 구조를 공공히 재생산 하는 대학병원의 이름표 색깔은 모~~두 없어져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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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imes 2006/04/18 1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이전부터 '밥과 잔은 평등하게' 라는 말이 나왔잖여...
은유맘 2006/04/18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 되게 잘 그렸다.. 너가 그린거야? ^^ 하튼 되게 웃기는 병원이로다..
이재유 2006/04/18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위계화는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ㅠㅠ... 그래도 꿋꿋이 줄 서서 점심 드시는 해미님! 팟팅입니다*^^*...
홍실이 2006/04/18 2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 식당 가기 싫어서 라면집만 갔더니, 방부제 중독되었음 ㅜ.ㅜ
감비 2006/04/19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5일 집회 때 대학로 중앙분리대 위로 열심히 손흔들었는데 선전전에 여념이 없으시더군요.^^
해미 2006/04/19 2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newtimes/ 그러게요. 그 말이 명언인게죠. ^^
은유맘/ 제가 그렸지요. 그림판에서 한 5분만에...ㅋㅋ
이재유/ 팟팅을 할 일인지는 모르겠에요. 직원식당에서도 간혹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지요.
홍실이/ 저두 귀찮을때 먹을라구 사무실 책상서랍속에 컵라면을 쟁여놓았다는.. ㅠㅠ
감비/ 글게요. 저두 선전전에 열중하다 보니 공공연맹을 찾아본다는게 어느새 앞서가시고 말았다는... 간만에 얼굴보나 했는데 아쉬웠음다.
은유맘 2006/04/20 1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그렸지요.' 라니.. 네가 우리 딸과 **언니의 딸을 헷갈린게로구나.. 우리 홈페이지에 와서 두 딸래미 이름을 외우고 가도록 하여라 ㅋㅋㅋ
해미 2006/04/20 1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은유맘/ 그렇구려 헤깔렸구려. 이상하게 애들 이름은 더 심각하게 안 외워진다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