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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청탁 없었다” 삼성에 또 면죄부…박근혜 항소심 최대 쟁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4/08 16:03
  • 수정일
    2018/04/08 16: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18-04-07 04:59수정 :2018-04-07 13:59

박근혜 항소심 어떻게 될까

삼성 승마지원만 뇌물 판단
롯데·SK ‘제3자 뇌물’ 인정

‘부정한 청탁’ 잣대 달라 논란
검찰·특검 입증에 2심 달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일인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선고 재판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일인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선고 재판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심 법원이 공범 최순실씨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관련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항소심 최대 쟁점은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 이 부회장의 1·2심 판결이 엇갈린 상황이라 검찰과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6일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승마 지원 명목으로 72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지원,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의 204억원 출연은 경영권 승계 등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특검은 재판에서 삼성의 부정한 청탁으로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과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 등 10가지 ‘개별 현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성을 갖는 승계작업은 없었다고 판단하며 “피고인이 ‘이재용의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개념을 인식하였을 것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승계작업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개별 현안도 “합병 등은 단독면담 당시 이미 현안이 해결돼 종결됐다. 면담 당시 진행 중인 개별 현안도 면담에서 이 부회장이 명시적인 청탁을 하거나, 피고인이 현안 해결을 지시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고 봤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케이스포츠재단 70억원 지원과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에 대한 비덱스포츠 등 89억원 지원 요구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며 제3자 뇌물수수로 인정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롯데는 현안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뿐이라 쉽게 인정하고, 삼성은 10개가 넘는 현안을 하나하나 엄격하게 따져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고 봤다. 부정한 청탁의 적용 기준이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됐고,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합병에 찬성한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2심과도 충돌한다.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은 결국 검찰과 특검이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 뇌물은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으면 인정되지만, 제3자 뇌물은 여기에 더해 ‘부정한 청탁’까지 존재해야 유죄가 된다.

 

실제 지난 4일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인 최순실씨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과 검찰 모두 부정한 청탁을 주된 항소 이유로 밝혔다. 장성욱 특검보는 “삼성의 영재센터와 재단 출연 관련해 합병 등 개별적 현안과 포괄 현안으로서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밝혔고, 검찰도 “롯데·에스케이는 명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씨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삼성·롯데·에스케이 뇌물 관련해 명시적 청탁과 묵시적 청탁을 분명하게 밝혀달라”며 공소장 변경 검토를 요구했다. 부정한 청탁을 자세히 살펴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최씨와 함께 재판을 받았기 때문에, 항소심도 같은 재판부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관련 사건에 대해 언제 어떻게 판결을 할지도 관심사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1·2심 판결 내용이 엇갈린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 중인데,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여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판단을 미루고 심리를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또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들에게 합병 찬성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으로 2심에서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문 전 장관의 심리도 5개월째 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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