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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분계선 넘는 첫 북한 지도자 김정은, 키워드는 파격·실용·호탕

군사분계선 넘는 첫 북한 지도자 김정은, 키워드는 파격·실용·호탕

 

 

 

 

 

 

 

북한을 방문했던 정의용(앞줄 왼쪽)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3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는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동석했다
북한을 방문했던 정의용(앞줄 왼쪽)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3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는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동석했다ⓒ청와대 제공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대외적으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전면에 직접 나서면서 한반도 정세는 급반전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연일 자신감과 여유 넘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당일 북측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다. 이 극적인 장면은 전세계로 생생하게 송출된다. 그동안 간접적으로만 접해온 터라 처음으로 일거수 일투족이 생중계될 김 위원장의 모습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침 없는 행보에서 드러나는 스타일
"30대 중반 나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평가도

김 위원장은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후계자로서 권력을 넘겨받고 그해 12월 30일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됐다. 이듬해 노동당 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올랐고, 2016년에는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외부의 우려와 달리 빠르게 집권 기반을 마련하고 강화한 셈이다. 1984년생으로 29세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김 위원장은 어느덧 집권 6년차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서른 한 살 나이차가 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아도 '세대 차이'에 따른 어색함 없이 남북 정상으로서 대화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관훈클럽 조찬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본 분들한테 '김 위원장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같이 얘기하면서 김 위원장의 나이를 인식해 본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이에 '나이를 인식한 적이 없다. 나이 차이를 못 느꼈다'고 얘기하더라"며 "그 얘기는 그 나이 치기 같은 게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김 위원장이 2012년 4월에 처음 대중 앞에서 연설한 모습,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서 했던 퍼포먼스 등을 보면서 상당히 자연스럽다고 느꼈다"며 "어떨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세대 차이를 느껴서 얘기를 못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뉴시스/노동신문

이러한 모습을 바탕으로 한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된 대화 국면을 계속 이끌어나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남북 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말~4월 초에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현 중앙정보국장)를 만나고서는 '나와 이렇게 배짱이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파격적인 행보에는 김 위원장의 실용주의적인 성향과 과감한 결단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불필요한 격식을 따지기 보다는 필요한 내용에 충실한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을 경험한 만큼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와 사상을 지녔다는 평가도 받는다.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뒷줄 오른쪽) 수석 대북특사와 서훈(뒷줄 왼쪽) 국가정보원장 등 특사단이 지난3월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를 만나 환담하고 있는 모습.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뒷줄 오른쪽) 수석 대북특사와 서훈(뒷줄 왼쪽) 국가정보원장 등 특사단이 지난3월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를 만나 환담하고 있는 모습.ⓒ청와대 제공

김정은, 농담도 줄곧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

또한 김 위원장은 농담도 즐길 줄 아는 여유롭고 호탕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5일 방북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특사단)이 실제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특사단과 만찬을 즐기던 김 위원장은 남측 언론이나 해외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평가도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으며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언급하던 '로켓맨' 등 자신을 조롱하는 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또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 대통령이 새벽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는 재치 있는 말로 무거웠던 그간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의 단독 공연 '봄이 온다'를 직접 관람한 후 남측 예술단에 특유의 '북한식 유머'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나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본인이 본인 이름을 언급하며 남측 예술단 공연에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친근감을 쌓기 위한 '농담'으로 해석됐다.

지난 4일 오전 평양순안공항에서 이용객이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람을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평양순안공항에서 이용객이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람을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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