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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낸 부산... 장년층은 박근혜, 젊은층은 야권후보 지지 뚜렷

막대기만 꽂아도 새누리당? 부산이 요동친다

추석 지낸 부산... 장년층은 박근혜, 젊은층은 야권후보 지지 뚜렷

12.10.03 15:59l최종 업데이트 12.10.03 15:59l
정민규(hello21)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부산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자갈치시장 친수공간에 모여있는 시민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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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내가 웃기다 안 하요."

3년차 택시기사 이은호(49)씨는 최근 부산경남의 대선 판도를 "웃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부산이 이토록 흔들리고 있는 것이 놀랍다는 말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손님들과 대통령 선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는 그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대선 판도의 1차 승부처로 평가받던 추석을 보낸 부산 민심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이 씨를 비롯해 2일 하룻동안 부산을 누비며 만나본 시민들은 저마다 지지 후보가 달랐다. 하지만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었다.

"이제 막대기만 꽂아도 새누리당이라는 공식은 없어졌다."

이런 말은 오히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입에서 더 자주 튀어나왔다. 부산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60대 택시기사는 자신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추석에 만난 자녀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변화를 실감했다. 30대라는 그의 세 자녀들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고 그는 이런 자녀들이 못내 섭섭한 눈치였다.

"선택? 박근혜 후보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부산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2일 부산역 택시승강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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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바라는 젊은층의 요구는 부산의 대표적 번화가인 남포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남포동 거리는 연인과 가족 단위 20~30대 젊은층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남포동에 나온 박지우(29)씨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신선함"이라고 꼽았다.

박씨의 여자친구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후보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는 말로 야권 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3살 아들과 나들이를 나온 이승종(35)씨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뚝뚝하지만 강인하고 잔정이 많은 경상도 아버지들의 모습이 문 후보에게 담겨있는 것 같다"며 "현 정부의 보육정책 등에 불만이 많아 새누리당 정권이 연장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연휴를 맞아 인근 경남 김해에서 왔다는 최태욱(31)씨는 지지후보를 "야권단일후보"라고 답했다. 그는 "사과를 했다지만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에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며 "설사 박 후보가 진정한 사과를 했다더라도 그 측근들도 그런 생각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씨는 "야권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를 박 후보에게 주는 것 아니겠냐"며 "무조건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하고 그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젊은층 야권 지지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부산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2일 부산 자갈치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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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야권 지지성향과 달리 시장에서 만난 장년층은 여전히 새누리당을 지지했다. 신동아시장에서 30년째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변상도(59)씨는 "박근혜 후보는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젊은층의 야권 지지를 "이유없는 반항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퍼주기만 했던 나약한 정부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는 "반공 교육을 받았던 우리는 다르다"며 "젊은사람들이 야권을 지지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역시 자갈치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김수재(50)씨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그는 "추석 때 만나 본 가족 중에서는 야당을 지지하고 바꿔보자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여당이 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안철수 후보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고 문재인 후보는 친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거슬린다"고 말했다.

자갈치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안성호(47)씨는 "아직 부산에서는 인물보다는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사상과 사하·강서와 같은 서쪽보다는 중·동구·해운대·동래 같은 동쪽이 여권 지지성향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50대 이상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가 탄탄한 편"이라며 "20~40대가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쥐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바짝 추격해온 야권 후보 지지율에 박근혜 후보 '고전'

이같은 전반적인 지역의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9월 25일 <국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야권단일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의 양자 대결을 가정해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 ±2.2%)에서는 문 후보가 처음으로 박 후보의 지지를 넘어섰다. 문재인 후보는 50.8%로 과반을 넘은 반면 박 후보는 46.6%로 3.8%포인트 가량 문 후보에 뒤졌다. 박근혜 후보(47.2%)는 안철수 후보(45.5%)와의 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박근혜 후보의 전반적인 지지율 감소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월 22일 60%를 넘어서며 부산·울산·경남에서 절대강자의 모습을 보이던 박 후보의 지지율은 그동안 하강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문 후보와 안 후보는 40%에 근접하는 지지율로 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부산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2일 부산 BIFF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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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29.4%의 부산경남 득표율을 올렸던 점에 비춰 본다면 야권의 성장세는 더욱 돋보인다. 거기에 야권 후보가 상황에 따라 박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선다는 것은 새누리당에 큰 위기로 작용한다. 더군다나 부산경남은 수도권에 이은 최대 유권자(600만 명)가 거주하는 곳이다. 부산경남을 잃고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텃밭인 부산경남에서 밀리게 되면 대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게된다. 반면 박근혜 후보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고 야권 지지세를 잘 틀어막는다면 선거의 양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새누리당이 절대 강자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가운데 야권 후보들의 지지세가 오르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부산경남이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s 선거의 판세를 결정짓는 지역)가 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대선의 향배를 가를 키를 움켜쥔 변수로 부상한 부산경남의 표심이 오는 12월 누구에게로 향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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