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4.05.17. ⓒ뉴시스
‘채 상병 특검’에 관한 국회 논의를 “존중한다”는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의 답변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발끈했다.
김 의원은 17일 열린 공수처장 인사청문회에서 오 후보자의 답변에 “고발내용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그 말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뭘, 특검 입법 존중한다는 그 말을. (왜 하나?) 고발사건이나 충실히 수사하라”라고 꾸짖듯 말했다.
오 후보자는 이날 여러 차례 ‘채 상병 특검’에 관한 국회의 논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특히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순서에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반복하여 행사하며 국회의 입법을 가로막는 행위를 언급하며 “국회의 권능은 매우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듣고 싶은 답변이 나오지 않자, 김 위원장이 직접 끼어들어 “공수처장, 작년 9월 5일 민주당에서 공수처에 고발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틀 뒤에 이거 관련한 특검법이 발의됐다. 그걸 알고 답변해야 할 거 아닌가”라며 이같이 나무란 것이다.
특검 막기 위해 “공수처 수사 잘 한다”
공수처 폐지 위해 “공수처 못한다”
공수처·특검 두고 이랬다저랬다 국민의힘 의원들
오 후보자에게서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순되는 질문과 다소 기이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먼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공수처) 인력도 안 늘려주고, 수사범위도 협소하고, 수사권과 기소권도 불일치하면, 솔직히 어떤 공수처장이 와도 (수사) 못할 것”이라며 “3년 뒤 (임기가 끝나) 소임을 밝힐 때 ‘이럴 바에는 없애자’ 이런 양심선언을 할 의사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오 후보자는 조 의원이 바라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오 후보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 관련해서도 업무를 착실히 하겠다. 염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답할 뿐이었다.
그러자, 조 의원은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이라고 가정하면서 “그런 결론을 내릴 양심과 용기가 있나”라고 재차 물었고, 이번에도 오 후보자는 “공수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하겠다”면서 답변을 이어가려고 했다. 당황한 조 의원은 답변을 자르며 “공수처를 위해 일하면 안 된다”라고 강요했다. 조 의원은 “3년 해봤는데 공수처는 태어나면 안 될 조직이었다고 결론 내주는 게, 우리 사회 엘리트이자 법률적으로 해박한 경험을 가진 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여”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오 후보는 “저는 공수처가 권력기관 견제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조직이 되도록 만들어가겠다”라고 밝혔다.
공수처 무용론·폐지론에 관한 조 의원의 질의에서 의미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정반대의 논리로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답변을 유도했다.
장 의원은 “(일반론적으로) 필요하면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공수처에서 진행하는 다른 사건에 비해 (이 사건은) 수사 속도가 늦지도 않고, 충분히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왜 특검이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도 오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원하는 답변을 꺼내지 않았다.
오 후보자는 “특검에 관한 입법부 논의는 존중하고, 장기적으로는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치되어서 꼭 채 해병 사건이 아니더라도, 그런 특검 수요가 있을 때 공수처에 수사를 맡길 수 있는 있었으면 하는 게 제 소신”이라고 답했다.
한편,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29일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를 제2대 공수처장 후보로 선정했다. 당초 여권 측 후보추천위원들은 공수처장 후보자로 ‘윤심’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선호했으나 김 부위원장은 추천 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오동운·이명순 중 판사 출신 오 변호사를 공수처장 최종 후보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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