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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후 광장에 모인 급식노동자들 “비정규직 차별 해소하라”

학비노조 노동자대회 진행...‘1호 사회대개혁 집회’

“내란 청산이 노동권 보장으로 이어져야”

김백겸 기자 kbg@vop.co.kr

12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진행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12일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빗속에서 광장에 모여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사회대개혁을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는 이날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노동자대회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1호 사회대개혁 집회'라고 이름 붙이고 "비정규직 노동의 차별을 끝장내는 사회대개혁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자대회에 모인 2천여명의 학비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와 강한 바람에 우비와 우산으로 비를 막으면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학교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학교 급식실 문제를 해결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학비노조는 모든 대선후보들에게 학교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민태호 학비노조 위원장은 "모든 대통령 후보들에게 촉구한다. 무상급식 수호와 학교 급식실 종합 대책안 마련을 위해 학비노조와 함께 정부 대책기구를 꾸릴 것을 약속하라"면서 "학교부터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실질 임금 보장 대책의 수립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일자리 경쟁력을 잃어버린 학교 급식실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친환경 직영 무상급식은 무너질 것"이라며 "이윤 추구로 학생 건강을 위협했던 위탁급식으로 넘어가거나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싸는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밥하는 아줌마를 천대하지 말라"면서 "대선 후보들은 학교부터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실질 임금을 보장해서 불평등 세상을 바로잡겠다 약속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내란세력 척결과 사회대개혁이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그에게 부역한 정치권, 공공기관, 검찰, 검찰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내란세력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학교 급식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싸워왔지만, 무상급식을 방해했던 오세훈은 여전히 서울시장 자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바꾸어 보자. 내란을 청산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호 사회대개혁 집회'인만큼 시민들의 연대발언도 있었다. 고려대 학생인 노민영 씨는 "추운 겨울, 광장을 가득 채운 분홍빛 물결과 나부끼는 학비노조의 깃발을 보았다. 학교뿐만 아니라 광장을 열어내고 지켜내고 계셨다"면서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됐다. 저희가 맛있게 급식을 먹는 동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뜨거운 조리기구로 인해 화상을 입고, 폐암 발병률이 높지만 산재로 인정받기조차 어렵고, 아파도 쉬지 못하고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 씨는 "노동이 존중받지 않는 학교 누군가가 고통을 감수해야만 유지되는 교육은 결코 건강한 장소가 아니"라며 "급식 노동자들의 권리가 향상되고 비정규직 철폐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더 나은 공동체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진행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자대회에서 민태호 학비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급식 노동자 권리 향상이 사회대개혁의 첫걸음"

비정규직 차별과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인력 부족, 위험한 노동환경 등을 겪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성미 창원지부 조합원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숨진 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2002년 9월 경남 고성에 있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다 2022년 7월 정년퇴직한 A씨는 퇴직 전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후 3년간 투병하다 지난 1월 20일 사망했다.

정 씨는 "퇴직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편안한 노후를 꿈꾸셨을 선배님께서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고통 속에서 지내시다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마음 한편이 아려와 며칠 동안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폐암이 과연 선배님만의 문제일까 하는 두려움이 제 가슴을 무겁게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 씨는 정부와 교육청을 향해 "환기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인력 충원을 통해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현실적인 폐암 예방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이미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지부의 정란미 조합원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인력 부족에 쩔쩔매며 하루를 보내고 있고, 노후화된 시설은 교체되지 않아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똑같이 일하고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다른 처우를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말하는 관료들의 독설에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노동자대회에는 정당에서도 참여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학교 급식 노동은 단지 한 끼 식사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의 건강과 보편적 복지를 지키는 최전선"이라며 "하지만 지금 그 최전선이 위험하다. 결원은 채워지지 않았고, 방학 중 무임금과 각종 복지 참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오늘 이 광장의 목소리를 반드시 국회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실패한 친위 쿠데타로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윤석열이 만들었던 그 모든 세력들은 현재 자리에 다 있다"면서 "내란 수괴의 권한대행 한덕수, 최상목 경제부총리, 심우정 검찰총장 등이 다 여전히 권좌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윤석열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TV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내란 일당이 모두가 처벌을 받을 때까지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우리의 과제는 다시 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내란 세력들을 모두 처벌하는 그날까지 이 길을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비노조는 집회를 마치고 종각, 을지로입구를 거쳐 숭례문까지 비정규직 차별 해소, 급식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12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진행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자대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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