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함부로 쓰기 마련이다.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따라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다시 검찰개혁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고 자폭한 윤석열 검찰정권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연대하겠다는 취지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검찰, 감사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개혁을 얘기하면 누군가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말한다. 윤석열 체제에서 정치검찰과 사조직화의 문제점이 극대화했기에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특정한 집단의 문제지 검찰 조직이나 구성원의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다.
그런데 제도보다 사람을 문제 삼는 것은 개혁 반대론자들의 전형적 논리다. 그 주장이 옳다면 윤석열이 퇴장하고 윤석열 사단이 해체되면 검찰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과 제도를 다 겨냥한 몽테스키외의 일침은 권력기관 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아 마땅하다. 권력기관 개혁은 정의롭거나 자비롭거나 합리적인 권력자에 기댈 일이 아니다. 권력의 오·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게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교훈이다.
각 권력기관은 설립 취지에 맞는 권한과 임무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이 권력을 저지해야 한다'는 몽테스키외의 말은 견제와 균형을 뜻한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검찰개혁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치검사와 검찰주의자 싹이 움트지 못하게 갈아엎어야
노무현 정부 때 씨가 뿌려져 문재인 정부 때 싹이 자란 검찰개혁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수사권 축소 등으로 겉보기에는 검찰권이 약해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비롯해 영장청구권, 형 집행권 등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검찰개혁은 미완성이다.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 절대권력을 해체하려면 권한과 기능을 분산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박탈하거나 없애는 게 아니라 나누고 옮기는 것이다. 그 점에서 검찰과 언론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프레임은 허위거나 과장이다.
실효적이고 불가역적인 개혁을 하려면 철학과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거기에 정교한 방법론과 강력한 실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지를 치거나 나무를 뽑아서 될 일이 아니다. 정치검사와 검찰주의자의 싹이 움트지 못하게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앞장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하는 것이다. 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하는가? 권한 분산에 따른 편익이 조직과 업무 축소에 따른 손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통합의 효율성보다 분리의 공정성이 국민에게 이롭고 견제와 균형 원리에도 부합한다.
민주당과 혁신당 방안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검찰이 행사하던 수사권은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넘어간다. 즉 검찰청이 둘로 쪼개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3+1 분권형 수사/기소 구도가 자리 잡는다.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경찰, 일반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수사), 중수청(중대 범죄 수사) 세 기관이 나눠서 맡는다. 기소는 원칙적으로 공소청이 전담하되, 판·검사와 경찰 고위직 범죄는 예외적으로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한다.
검찰 수사관들이 주축이 될 중수청은 독립적 기구인 공수처와 달리 총리실(민주당 안) 또는 법무부(혁신당 안)에 소속된다. 중수청의 수사 영역은 부패, 경제, 공직,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7개다.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면서 검찰에 남긴 6대 주요 범죄에 마약을 별도 영역으로 분리해 추가했다.
공소청은 중수청과 국수본 수사를 법률적으로 감독한다. 아울러 기소심의위원회라는 자체 점검 장치를 둔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재건축되는 만큼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은 존립할 명분이 사라진다. 공소청장은 장관급인 검찰총장과 달리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실패는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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