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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석방, 재판 비공개, 촬영 불허…지귀연 점입가경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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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4.12 22:05

  • 수정 2025.04.13 01:19

  • 댓글 1

내란 사건 재판장 독단에 국민 의구심‧불안감

지귀연 판사, 윤석열 첫 공판 법정 촬영 불허

역대 전직 대통령 사건 최초…이유도 안 밝혀

민주 "명백한 특혜…실체적 특혜까지 줄 건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들 증인 신문을 비공개?

'국가기밀' 이유로 증인 변호인까지 퇴정시켜

"변호인 조력 필수인데 방어권 침해, 위헌‧위법"

"국가안보 사안도 아냐…'밀실 재판' 확대 우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뉴스

또 지귀연 판사다. 전대미문의 '내란수괴 석방' 결정은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천신만고 끝에 체포‧구속했던 윤석열을 형사사법 사상 최초의 '시간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풀어줘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지귀연 판사가 이후에도 내란죄 공판을 비공개로 진행하며 증인의 변호인까지 퇴정시키는가 하면 언론사의 윤석열 촬영 신청까지 무턱대고 거부하는 등 상식 밖의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노골적으로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런 독단적인 판사에게 내란 사건 재판을 계속 맡겨도 되는지 시민들의 의구심과 불안감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열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차 공판에 대한 언론사의 법정 내 촬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전날 결정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국민이 전혀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왜 불허하는지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 법정 내부 촬영 신청에 대한 허가를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촬영을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판장 직권으로 허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 이듬해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횡령 등 사건 첫 정식 재판 때 이들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됐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2017년 5월 23일 재판을 마친 후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7.5.23. 연합뉴스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8년 4월 구속기소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9년 1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3. 연합뉴스

윤석열과 똑같은 내란 수괴(우두머리) 등 혐의로 전두환·노태우가 법정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95년 12월 12·12 쿠데타와 비자금 의혹으로 기소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듬해 3월 첫 공판에 출석하자 재판부는 개정 직후 약 1분 30초 동안 법정 촬영을 허용했다. 이처럼 전직 대통령 사건을 맡았던 과거 재판부들은 피고인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공공의 이익 등을 두루 고려해 촬영을 허가했다. 그런데 유독 지귀연 재판부만 윤석열에게 역대 전직 대통령 공판 통틀어 최초의 특혜를 제공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대변인은 12일 서면 브리핑에서 "명백한 특혜다. 윤석열의 형사재판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대 사안이라는 것을 재판부가 모를 리 없다"며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전에도 윤석열은 법원의 자의적 법 해석을 통한 구속취소 결정,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석방의 특혜를 받았다. 법 위에 군림해 온 윤석열이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한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검사 출신인 이건태 대변인은 "윤석열에게 절차적 특혜가 주어진다면, 실체적 특혜 역시 존재할 수 있다는 국민적 의혹은 당연하다. 지귀연 판사는 이러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윤석열의 (법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출석 특혜, 법정 내 촬영 불허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 또한 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윤석열을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노상원과 문상호 등의 '롯데리아 회동' 관련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앞서 지귀연 판사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고인들 재판을 잇따라 비공개로 진행해 또 다른 의혹을 샀다. 공개 재판이 헌법상 원칙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지대한 사건을 자꾸 감추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 판사는 지난달 27일 재판 때 정보사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비공개 결정하더니 지난 10일 김용현 전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의 내란 혐의 3차 공판기일에서도 '롯데리아 햄버거 회동' 멤버였던 정성욱 정보사령부 대령에 대한 증인 신문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처음 15분간은 공개 재판을 열다 "국가안전 보장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청객들의 퇴정을 명하고, 심지어 정 대령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까지 법정 밖으로 내보냈다.

대전에서 올라온 김 변호사는 "정성욱 증인은 일반 증인과 달리 이 사건의 공동 피고인이면서 동시에 증인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항의했지만 지 판사는 "검찰 측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 대령은 증인으로 소환되었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본인의 방어권(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변호인의 조력이 필수적"이라며 "지귀연 재판장의 변호인 퇴정 비공개 결정은 헌법 및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에 위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추후 상급심이나 헌법재판을 통해 절차 위법 내지 위헌 판정을 받을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귀연 부장판사. 사진 출처 나무위키

군인권센터도 성명을 내고 "처음부터 비공개 재판을 전제로 약속하고 증인을 출석시킨 검찰의 태도도 황당하지만, 이를 수용하기로 한 지귀연 재판부의 결정 역시 기막히기 이를 데 없다"면서 "재판의 핵심은 검찰이 군사기밀이라 주장하는 정보사나 특수요원의 직제나 임무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12‧3 비상계엄 당일 정보사 인원들이 어떤 경위로 노상원의 사조직에 소속돼 범죄 행위에 가담하게 됐는지 그 실체를 확인하는 데 있다. 정보사 요원들이 선관위를 침탈하기 위해 공작을 펼치거나 준비한 일은 공개되면 국가안보에 지대한 위해를 끼치는 국내외 공작이나 정보 활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란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설사 공개되면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사전 제출된 증인 신문 계획에 따라 해당 진술 부분만 비공개로 전환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정보사와 관련한 증인 신문 전체를 모두 비공개 결정한 것은 중앙선관위에서 발생한 일은 모두 '밀실 재판'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며 "이런 어이없는 결정을 그대로 묵인한다면 지귀연 재판장이 향후 방첩사, 특전사 소속 군인이 증인으로 나올 때마다 신문 대상이 '특수작전' '대간첩작전'을 임무로 하고 있다는 핑계로 재판을 다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계엄 사무가 군사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재판 전체를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대통령에 관한 사항이 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윤석열 재판을 통째로 비공개로 전환해도 할 말이 없어질 것"이라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군인권센터는 "이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개 재판의 원칙을 검찰과 재판부 편의에 맞춰 멋대로 적용하고 침해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내란의 피해자인 대한민국 시민 전체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지귀연 재판부의 이러한 결정에 군사법원까지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기계적으로 동조하고 있으니, 향후 내란죄의 재판 전체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렇게 계속 재판이 비공개된다면 시민들은 내란 심판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듣지도, 보지도, 읽지도 못한 채 윤석열을 풀어줬던 지귀연 재판부만 믿고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지귀연 재판부는 황당한 재판 비공개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모든 내란죄 재판이 똑똑히 모니터링 될 수 있도록 헌법의 공개재판 원칙에 따라 재판 전체를 공개하라. 또한 비공개를 결정한 상세한 사유와 문제가 되는 신문 사항에 대해서도 낱낱히 공개하라"며 "헌법상의 공개 재판 원칙과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가안보라는 허울을 방패 삼아 내란죄 재판을 어그러뜨리는 자 역시 내란 공범"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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