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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거북까지 사냥하는 ‘포식자 곤충’, 물장군

조홍섭 2019. 04. 11
조회수 3537 추천수 0
 
물고기와 개구리가 주 먹이, 일본서 남생이와 살무사 공격 사례 보고
 
m1.jpg» 새끼 남생이를 사냥해 먹고 있는 물장군 수컷. 물장군은 척추동물을 주요 먹이로 삼는 곤충이다. 오바 신야 제공.
 
물속에 사는 곤충인 물장군은 개구리, 물고기, 올챙이처럼 종종 자신의 몸집보다 큰 척추동물을 먹잇감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들의 사냥 목록에는 뱀과 거북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바 신야 나가사키대 교수는 일본 곤충학회가 발간하는 ‘곤충학’ 최근호에 실린 종설 논문에서 이 포식성 대형 곤충의 생태를 두루 소개했다. 이 논문에서 오바 교수는 “세계의 열대·아열대 지방에 약 150종이 있는 물장군과 곤충은 물벼룩 등 소형 먹이를 주로 먹는 부류와 척추동물을 주 먹이로 삼는 대형 부류로 나뉜다”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에 서식하는 물장군은 대표적인 척추동물 포식자”라고 밝혔다.
 
m2.jpg» 물장군의 다양한 포식 대상. A. 미꾸라지 B. 개구리 C. 올챙이를 먹고 있는 물장군 유생 D.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장군 유생. 오바 신야 ‘곤충학’ (2019) 제공.
 
그는 2010년 5월 일본 중부지역인 효고 현에서 야간채집을 하다 수컷 물장군이 남생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직접 관찰해 학회에 보고했다. 길이 5.8㎝의 이 물장군은 길이 3.4㎝의 남생이 새끼를 강한 앞발로 붙잡고 날카로운 침을 목에 박아 체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노린재와 같은 계통인 물장군은 뾰족한 발톱이 달린 앞발로 먹이를 낚아채 신경독을 분비하는 침을 박아 상대를 제압한 뒤, 소화효소를 주입해 분해된 체액을 빨아먹는다. 거북은 죽은 상태였으며 인근 논의 도랑에서 물장군의 알 무더기가 발견됐다. 물장군은 암컷이 물 밖으로 자라나는 수초 줄기에 낳은 알을 수컷이 깨어날 때까지 돌본다.
 
오바 교수는 이듬해에도 학회지에 물장군이 살무사를 포식하는 사례를 보고했다. 일본 효고 현 어느 가정집 정원의 연못에서 물장군이 자기보다 훨씬 큰 살무사를 습격했는데, 뱀은 이 벌레를 떼어내려 완강하게 저항했다. 이런 싸움은 1시간가량 계속됐다. 그러나 “관찰자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둘 다 사라져, 물장군이 사냥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그는 밝혔다.
 
g2.png» 자신보다 훨씬 큰 살무사를 공격한 물장군. 뱀은 이 포식 곤충을 떼어내려고 한 시간 동안 몸부림을 쳤다. 오바 신야 교수 제공.
 
오바 교수는 “새끼 거북에게 주요 천적은 황소개구리, 새, 포유류 등이고 살무사의 천적은 포유류로 알려졌지만, 이 발견으로 곤충인 물장군도 중요한 포식자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물장군은 물고기와 개구리, 올챙이 등 물속의 척추동물을 포식하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물장군의 인공증식과 생태복원 사업을 하는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소장 이강운)는 “실험 결과 물장군 한 마리가 알에서 깨 어른벌레가 되기까지 올챙이와 물고기를 무려 53마리나 먹는 놀라운 포식성을 나타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장군은 성체뿐 아니라 알에서 갓 깬 유생 단계에도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으며, 동료끼리 잡아먹는 행동도 보인다. 수컷보다 덩치가 큰 암컷은 다른 암컷의 알을 지키는 수컷을 공격해 이에 저항하는 수컷과 알을 먹어치우기도 한다(▶관련 기사지극한 부성애 물장군 수컷이 ‘폭군’ 암컷과 살아가는 법). 
 
오바 교수는 “물장군은 논에 기대어 살아가는 곤충인데 농로의 콘크리트화, 농약·제초제 살포 등으로 논 생태계가 망가지면서 전국적인 멸종위기종이 됐다”며 “최근에는 가로등 불빛에 이끌려 나왔다가 물로 돌아가지 못해 탈수나 차에 치여 죽고 포식 동물에 잡아먹히는 일이 잦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장군은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서식지 파괴와 가로등 유인이 큰 위협이다.
 
■ 논에서 벌어진 살무사와 물장군의 사투 유튜브 영상: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in-ya Ohba, Ecology of giant water bugs (Hemiptera: Heteroptera: Belostomatidae), Entomological Science (2019) 22, 6–20, doi: 10.1111/ens.1233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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