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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의 집은 여러분의 집” 노동복합센터 전태일기념관, 정식 개관

30일 개관식..열사 기념하는 전시관 및 공연장, 미조직노동자 위한 공간도 마련돼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19-05-01 00:26:27
수정 2019-05-01 00: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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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 개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제막식을 하고 있다.
노동절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 개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제막식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한국노동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전태일 열사를 기념하고 그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인 '전태일 기념관'이 서울 청계천 변에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인근에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이하, 전태일기념관)' 개관식이 열렸다. 이수호 전태일기념관 관장을 비롯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박원순 서울시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많은 정치·노동·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석했다. 전태일 열사의 유족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도 자리했다.

개관식은 전태일기념관 앞 길놀이를 시작으로 제막식을 거쳐 축하공연과 기념관 순회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기념관 2층 공연장 울림터에서 열린 개관식 본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발디딜틈이 없었다. 장소에 들어가지 못한 참석자들은 공연장 밖 멀티비전을 통해 식의 진행을 지켜보았다.

이수호 기념관장은 "개관식을 위해 와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며, "전태일처럼 살기를 바랐던 모든 분들의 염원이 모여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기념관이 만들어졌다. 함께 꾼 꿈이 현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념관은 전태일이 살아숨쉬는 노동복합시설"이라며, "학생,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인권교육의 장이 될 것이고, 우리 시민 모두가 노동의 가치와 참된 삶의 의미를 깨닫는 문화의 전당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시내 나오실 때 언제든지 들러달라. 태일이의 집은 여러분의 집이다. 내 집이라고 여기고 찾아달라"고 말했다.  

노동절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 개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제막식을 하고 있다.
노동절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 개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제막식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전태일기념관은 서울시가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해 세운 것으로, 전태일재단이 운영을 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태일기념관이 이 자리에 자리잡기까지 고생한 서울시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제가 처음 취임하고 나서 이수호 이사장님을 모셔서 기념관을 만들자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의미 있는 청계천 주변을 찾아봤는데 잘 안됐었다. 그렇게 세월이 한참 지나고 2016년인가 되서 3곳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장소도 있었지만 전태일 열사가 있던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이곳을 선택해 개관하게 됐다. 몇 년 간 발품 팔고 장소 찾아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감동을 느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박 시장은 "이 기념관은 어리고 미약한 청년노동자였지만 스스로 불꽃이 된 전태일이란 이름, 엄혹한 시절 시대의 어둠을 뚫고 전태일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조영래라는 이름, 전태일 정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큰 그늘이 되어주신 문익환이라는 이름, 한 청년의 어머니에서 이 땅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가 되어주신 이소선이라는 이름, 이 이름들이 만나는 자리다. 노동과 평화, 인권이 만나는 자리다"라고 기념관 건립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이 땅의 노동인권을 위해 피땀흘린 분들의 노고와 삶과 의지가 흘러 이곳까지 이르렀다. 이곳에서 다시 새롭게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수많은 노력들이 모여 우리와 전태일이 꿈꾼세상으로 흘러가기를 꿈꾼다"고 밝혔다.  

서울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 개관식이 열린 30일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 개관식이 열린 30일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있다.ⓒ민중의소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우리가 전태일의 기념관을 만들었다. 참 자랑스럽고 보람찬 일이다"면서도, "돈이 우리 태일이를 죽였으니, 돈이 지배하고 돈이 주인이 되어 사람을 부려먹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제대로 전태일을 기념하기 어렵다. 사람이 주인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전태일의 뜻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자"고 말했다.

식을 마친후 참석자들은 3층의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전시장에는 전태일의 생애를 다룬 상설전시가 진행중이었다. 이후엔 4,5층을 둘러본 뒤 6층에 모여 다과자리를 가지며 축하의 시간을 보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전태일 기념관 개관을 100만 조합원의 마음을 담아 축하드린다"며 "조합원들이 기억하는 전태일, 항상 찾아오는 기념관이 되게 민주노총이 함께 하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영원한 전태일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로 축하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 개관식이 열린 30일 시민들이 전시공간을 둘러보던 중 방명록을 쓰고 있다.
서울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 개관식이 열린 30일 시민들이 전시공간을 둘러보던 중 방명록을 쓰고 있다.ⓒ민중의소리

이날 개관한 전태일기념관은 총 6층의 건물로, 2층엔 공연장 울림터가, 3층엔 전시장 이음터가 있다. 4층에는 '노동허브', 5층에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자리잡았다. 6층엔 옥상공원이 만들어져 있는데, 소규모 문화공연장이나 시민들의 쉼터로 사용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전태일기념관에 대해 "국내유일의 노동복합시설로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한눈에 관람할 수 있는 전시공간과 노동교육장, 노동권익활동을 위해 미조직 노동자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공유사무실 '노동허브' 등으로 구성된다"며 "5층에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입주해 임금체불,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겪은 부당한 사건에 대해 상담, 조정, 권리구제를 진행한다" 소개했다.  

전태일기념관 전면 외벽에는 눈길을 끄는 미술작품이 부착되어 있다 . 이는 1969년 12월 19일 전태일 열사가 직접 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를 임옥상 화백이 재해석해 대규모 금속 미술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성장해가는 여러분의 어린 자녀들은 하루 15시간의 고된 작업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생산계통에서 밑거름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의류계통에서 종사하는 어린 여공들은 평균연령이 18세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러분들의 전체의 일부입니까? 가장 잘 가꾸어야 할 가장 잘 보살펴야 할 시기입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느 면에서나 성장기의 제일 어려운 고비인 것입니다. 이런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동심들에게 사회생활이라는 웅장한 무대는 가장 메마른 면과 가장 비참한 곳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물 두살의 전태일은 이러한 내용의 손편지를 수차례 근로감독관에게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이듬해 11월 13일, 전태일은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하려했지만 그조차 경찰이 막았다.  

같은 날 오후 결국 그는 '법에 정해진 것들을 노동자에게 보장하라'는 당연한 요구에 등돌린 세상을 향해, 자기 몸을 불사르는 방식으로 저항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49년이 지난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도 전태일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30일 개관한 전태일기념관을 그러한 전태일의 정신을 되새기고, 전태일과 같은 노동자들이 모여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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