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진리에 가까운 법칙이다.
그런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있다. 국제사회와 미국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분명 국제사회는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경제적으로 학술, 기술, 문화 어느 분야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미국은 점점 그 권위와 명성을 잃어만 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경제는 국제 교역량의 7~80%를 차지하고 있었고, 전 세계 부의 50% 이상을 거머쥐고 있었다. '부익부 빈익빈'의 법칙이 맞는다면 미국은 지금 세계에서 그 누구도 따를 상대가 없는 절대적인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는 국제 교역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최강자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은 경제적인 면에서 아직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점유율에서는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게 축소되었다. 그에 따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도 점차 약화되어 가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의 추월을 두려워해서 쩔쩔맨다던가, 돈이 없어 국방력의 축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예전의 미국에서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왜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지금 이 글에서 처음 언급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혀있는 미국 내에서 의문을 처음 가졌을 것이다. 그것도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그 들이 그 이유가 미국의 기형적 정치, 경제 그리고 군사적 연결고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국의 역대 정부는 '군산복합체'라고 불리는 일부 대재벌에게만 유리한 외교적, 군사적 정책을 펴왔으며 그에 따라 미국 자체의 산업, 경제구조는 충분한 국제적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물론 재정능력, 기술능력이 워낙 앞서있긴 때문에 국제적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말이 제대로 된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앞에서 말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법칙에 의거한 경쟁적, 약탈적 무역, 경제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는 말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제약은 일반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잃게 되고,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고, 궁극적으로 국가 재정의 문제를 일으키기까지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일반산업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을 각각의 회사의 경영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있겠으나, 미국의 경제운용 정책이 군산복합체 우선의 기형적 정책으로 가지 않았다면, 미국의 산업 환경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고, 산업 경쟁력이 현재와는 달랐으리라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의 해체에 따른 동서 대결의 종식 이후 몇 년이 지나서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군산복합체 이익 위주의 국가정책에 대한 불만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소련의 해체와 동구권의 붕괴 이후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미국은 그러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비위에 맞지 않는 국가와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에 전력 질주하였다. 오히려 지구상에는 분쟁과 전쟁이 더 잦았다.
군수산업은 계속 활기를 띠었으나, 국가재정은 더욱 악화되었고, 일반산업의 경쟁력은 나날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레이건과 애비부시가 대통령으로 앉아 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 이전에는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권과의 체제경쟁 속에서 군산복합체 우선 정책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였다. 그 후 소련의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에도 당분간은 미국경제의 기형성을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레이건과 애비부시 시절 미국의 절대적 최강자의 지위를 마음껏 뽐낸 이후 미국의 경제는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선 데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 앞에서 말한 미국의 정치, 군사, 경제정책의 상관관계가 매우 기형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오히려 일반적인 경제 운용에 마이너스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것은 특히 군산복합체에 속하지 않은 자본들에게서 더 빨리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내 자본의 첨예한 대립이 클린턴 이후 아들 부시가 대통령이 되는 두 번의 선거에서 표면화된다. 부시가 대통령이 된 두 번의 선거는 지난 세기와 금세기를 통틀어 가장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엘 고어와 치뤘던 첫 번째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대통령선거였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만큼 치열한 선거였다. 이유가 뭐였을까? 그 때를 돌이켜보면 크게 대두된 이슈도 없었던 것 같은데…. 미국의 선거는 자본의 선거다. 그 이전의 대부분의 대통령선거는 자본들이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면서 대상을 정해놓고 치루는 것이 대체적인 관례였다. 그러나 미국의 대자본이 완전히 둘로 갈라져서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흔치않은 선거였다. 미국의 기형적 정치, 군사, 경제의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또 다른 자본들이 봉기한 것이랄까? 싸움은 두 번 다 신흥자본의 패배로 끝났다.
조지 W. 부시의 치세 이후 미국경제는 거덜이 났다. 레이건과 애비부시가 거덜 낸 경제를 클린턴 때에 그럭저럭 복구하였으나 기본적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구조에서 아들 부시의 전횡적 국정운용은 경제를 파탄내기에 충분하였다. 딮스테이트라고 불리는 군산복합체 자본은 할 수 없이 설거지 담당을 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하려고 하는 여타 자본의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이 우려스러웠다. 오바마를 앉히는 것에 동의하였으나, 그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게 튀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금융위기이다. 거품과 풍선으로 막아오던 거덜 난 미국의 경제를 터뜨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커다란 타격을 입은 것은 신흥자본들이었다. 군산복합으로 대변되는 구자본과 IT, 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한 신흥자본 모두가 벌어들인 잉여자금을 금융 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러나 잔뼈가 굵은 구자본에 비해 신흥자본은 위기에 취약했다. 구 자본이 별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신흥자본은 큰 손해를 보았다. 오바마 정부 8년 거의를 손실복구에 힘쓰느라고 정치에 압력을 가하는데 여력을 쏟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오바마는 구자본의 위세에 눌려 얌전히 말을 듣는 순한 고양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역할이 바뀐 것인가?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유력한 후보 중에서 가장 구자본의 입맛에 맞을 후보가 민주당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 내에도 구자본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을 후보도 있었으며, 공화당후보는 구자본의 컨트롤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신흥자본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만들지 않았다. 않은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전의 대통령선거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지금 트럼프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대통령이 된 것이며, 어떤 생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끄는 것인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여튼 미국에서는 현재의 정치, 군사, 경제의 복합적 연관체계는 기존의 질서에 반해서 바뀌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단순히 자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학계, 정계, 경제계 전반에 걸쳐 변화의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 솔직히 기존의 자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이용하고 심지어 그 국가를 점점 나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 가고 있는 상황은 비도덕적이고, 범죄적이기까지 하다.
미국의 지성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군산복합체로 불리는 구자본 내부에서도 균열의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한다. 일단은 변화의 요구에 대한 대응방법의 차이로... 이 균열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라! 그 변화로 인해 미국이 착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미국의 변화가 결코 다른 나라들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더 자본주의적이고 더 약탈적으로 변화해 갈 수도 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미국에 더 예속될 수도 있다. 다만,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냉전 구조의 올가미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면만이 그러한 미국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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