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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못 다 이룬 꿈, 검찰개혁

문재인의 못 다 이룬 꿈, 검찰개혁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입력 : 2019.09.13 15:08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과제의 최우선순위로 ‘검찰 개혁’을 꼽았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생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개혁을 둘러싼 참여정부와 검찰의 대립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라고 통탄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이 ‘정치 보복’의 칼로 쓰이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제도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검찰에 자율성만 보장하면 검찰이 스스로 개혁하리라던 낙관적인 전망을 반성했다. 다른 저서 <운명>에서는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사법 개혁과 함께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구상의 요체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법제화다. 그 핵심이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온 검경수사권 조정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법이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가 검찰을 견제해야 하고, 법무부 장관의 임기는 적어도 2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못 다 이룬 검찰 개혁의 과제를 완수할 인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꼽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의 대화와 대선자금 수사

노무현 정부가 처음으로 검찰과 맞부딪혔을 때는 2003년 3월9일 ‘검찰과의 대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 검찰 개혁 방향을 토론하고 싶어했지만, 논의는 겉돌기만 했다. 당시 생중계된 대통령의 대화에서 평검사들은 ‘검찰 독립을 위해서 인사권에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유명한 말이 이때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의 의도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은 법무부의 견제와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하되, 수사에서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정치 검사’들에 대한 일종의 좌천성 인사를 추진했다. 대신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과 핫라인(직통 전화)을 끊은 것도 문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이어진 대선자금 수사는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을 더욱 어렵게 했다. 2003년 12월 대검 중수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전 후보 등 여야 전반의 대선자금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썼고, 노 대통령의 측근들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 대상이라는 상황은 청와대와 법무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운신 폭을 좁혔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내내 중수부 폐지를 정부가 추진하면 마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 또는 검찰 손보기라는 식의 오해를 받을 소지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추진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부정부패를 처단하는 청렴한 검찰 이미지를 얻었고,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줄어들었다. 자연히 검찰 개혁의 동력은 상실돼 갔다.

■개혁 대상은 주체가 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검찰에게 자율성을 줬을지언정, 제도 개혁까지는 나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전 대통령은 저서 <운명이다>에서 “나는 검찰의 중립을 보장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면 검찰도 부정한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이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운명이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정권이 검찰을 정권의 목적에 맞춰 장악하려는 시도만 버린다면 검찰의 민주화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저절로 따라온다고 봤다”며 “너무 나이브한 생각(<검찰을 생각한다>)”이었다고 평가했다.

그 이후로 문 대통령에게는 개혁의 대상이자 ‘기득권’인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확고한 생각이 자리잡힌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이 구상하던 검찰 개혁의 요체가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간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법이다.

■조국, 문재인 민정수석의 페르소나?

조국 법무부 장관은 박상기 장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다. 비검찰 출신 인사 기용은 문 대통령의 평소 고민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위의 책에서 비검찰 출신은 “검찰을 장악하는 데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검찰 출신은 “너무 검찰 마인드에 빠져서 검찰 개혁이 어렵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의 역할에 대해선 “법무부가 검찰 견제 기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면서 “법무부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인권 옹호”라고 당부했다. 또 “법무부 장관은 적어도 2년, 가능하다면 대통령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 일관성 있게 정책도 행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 수석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 10일 검찰개혁추진단 구성을 지시한 데 이어 11일에는 법무검찰개혁위 발족을 지시했다. 조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고 검사 비리 감찰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역진 불가능한 검찰 개혁은 결국 법개정이라는 측면에서 검찰 개혁의 열쇠는 조 장관보다는 국회가 쥐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경수사권 조정법과 공수처 도입법은 오는 10월 말부터 12월 말 사이 본회의 표결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 임명이 사법개혁안 국회 통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가 조 장관을 겨누고 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조 장관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전망을 어렵게 한다. 조 장관으로서도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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