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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쟁탈전, 창조경제는 관치경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6/08 11:26
  • 수정일
    2013/06/08 11: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노무현-문재인과 친분 야권성향...이게 물러나야 하는 이유?
 
육근성 | 2013-06-08 09:45:3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의 수장에게 금융당국이 사퇴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회사의 임원과 대표의 퇴진 여부는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남용해 민간금융회사의 인사권을 좌지우지 해온 관치시대의 본색이 여전하다.

 

금감원의 부산은행 회장 사퇴 종용 이유가 가관

 

물러나라고 요구한 이유가 가관이다.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BS금융지주(부산은행) 이장호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밝힌 이유가 황당하기만 하다. 청와대를 향한 아첨이 아니라면 청와대의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BS금융이 새 정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제도 아니고, 이장호 회장이 금융중심지인 부산의 대표 금융기관의 수장으로 적합하지 않다.”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민간회사의 CEO에게 사퇴를 종용하다니 어처구니없다. ‘창조경제’가 대체 뭔지 그 개념조차도 아직 모호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런 망언이다. ‘박근혜 정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니 물러나라’는 것으로 들린다.

 

이장호 회장의 ‘능력’은 이미 인정받은 바 있다. 장기 집권이라는 비난도 있긴 하나 재임 7년 동안 부산은행 자산을 2배로 늘리는 등 탄탄한 성장을 이끌어 왔다. 지난 2007년에는 부산은행 비정규직 6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트집잡힐 것 없는 이 회장을 흔드는 진짜 이유

 

이렇다 할 잘못도 없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BS금융에 대해 종합검사를 벌였지만 특별한 문제를 적발해 내지 못했다.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만한 실책이나 비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왜 금감원이 이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걸까.

 

이 회장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BS금융지주의 경영진이 이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됐다는 게 금감원이 밝힌 사퇴 종용 사유다. 이 회장의 모교인 부산상고와 동아대 출신들이 임원 54명 중 24명을 차지하는 등의 인사편중 현상을 문제 삼았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다. 지역은행의 특성상 지역 상고 출신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구은행은 대구상고, 경남은행은 마산상고 출신이 다수다. 부산은행에 부산상고 출신이 많은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진짜 이유가 뭘까. 두 가지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BS금융지주가 금융지주(대구은행)과의 경남은행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 먼저 주목해야 해볼 필요가 있다. 또 정권과 연루된 정치적 노림수가 작용했을 거라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한다.

‘경남은행 쟁탈전’에 뛰어든 '창조경제'

 

2000년 IMF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된 경남은행에 대한 분리 매각이 추진 중이다. 경남도 102곳 등 전국 160개 영업점을 가진 경남은행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두 곳이 있다. 부산은행의 BS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DBS금융지주가 그들이다.

 

영남 최고의 은행자리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BS금융지주의 총자산규모(올해 1분기)는 45조원이고 DGB금융은 35조원 정도다. 경남은행의 총자산은 32조원에 달한다. 어느 쪽이든 경남은행을 인수한다면 영남권 최대 은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BS금융이 인수할 경우 DGB금융과의 차이를 두 배 이상 벌일 수 있고, DGB금융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영남권 2위 자리에서 1위로 부상할 수 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모두 경남은행 인수를 목적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인수 준비를 마친 상태다.

경남은행 인수작업을 견인하고 있는 BS금융 이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퇴진 요구에 대해 부산은행 노조와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금감원이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가장 유리한 카드를 쥐고 있는 BS금융을 흔들어 대구가 본거지인 DGB금융의 편을 들려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부산은행 노조 등은 오는 10일 금감원의 부산은행 탄압과 BS금융지주 회장 사퇴 강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경남도와 경남 시민단체들은 경남은행의 경영권이 다른 시도로 넘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남도민의 은행’이었던 만큼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으로 편입되지 않고 독자 생존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인수자금 등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내기 쉽지 않아 경남도민의 바람대로 되기 어렵겠으나, 경남은행 인수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남도민의 반발 또한 거셀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문재인과 친분 야권성향...이게 물러나야 하는 이유?

 

이장호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가 지난 대선 당시 이 회장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일 수 있는 정황도 다수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 회장과는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노 전 대통령이 이 회장의 부산상고 1년 선배다. 이 회장은 문재인 의원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성향인데다 야권의 유력 정치인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 그리고 박 대통령의 연고지인 대구은행을 편들 목적으로 정부가 금감원을 내세워 이 회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BS금융지주 회장까지 바꾸라는 압력을 가하는 등 민간기업에 금융당국이 개입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단단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금감원의 압력에 맞서던 이 회장이 끝내 사퇴로 가닥을 잡는 듯하다. 경남은행 인수를 완료한 뒤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겠다며 금감원의 사퇴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던 이 회장이 오는 10일 거취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겠고 말했다. 이 회장이 사퇴하게 될 경우 BS금융은 막바지에 다다른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크게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가 인수전의 모든 것을 지휘해왔기 때문이다.

최대 수혜자는 DGB금융(대구은행), 대구 편들기?

 

반면 경쟁을 벌이고 있는 DGB금융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인수 가능권 2위였던 대구은행이 경남은행의 주인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의 이 회장 사퇴 압박으로 BS금융의 경남은행 인수가 어렵게 될 거라는 소문이 돌며 BS금융지주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벌써부터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의 부산은행(BS금융지주) 흔들기. 이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누굴까. 두말할 나위도 없이 대구은행(DGB금융지주)이다. 영남권 최대 은행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는 팽팽한 구도에서 BS금융이 흔들릴 경우, 무게의 중심은 DGB금융으로 급격히 쏠리게 될 것이다. 32조원의 경남 최대 은행을 손에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이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를 편들고 있는 셈이다.

 

BS금융지주는 민간기업이지 관치의 대상이 아니다. BS금융을 흔들어 경남은행을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은행에 주려는 게 금감원의 의도인가? 맞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치적 노림수로 금감원을 내세운 거라면 관치금융의 부활을 노골적으로 획책한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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