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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수장들의 한바탕 웃음

종단 수장들의 한바탕 웃음

 
조현 2012. 10. 10
조회수 378추천수 0
 

 

 

국자감 대성문앞 공자상-.jpg

베이징 국자감 입구의 공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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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공자의 사당에서 펼쳐지는 대성예악을 관람하는 종교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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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공자의 사당에서 펼쳐지는 대성예악에서 여성무희들의 춤을 관람하는 종교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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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공자의 사당에서 펼쳐지는 대성예악에서 남성무희들의 춤을 관람하는 종교지도자들

 

 

 

공자사당에 예를표함-.jpg

공자사당에 예를 표하는 종교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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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감내 벽옹을 둘러싼 연못

 

 

 

 

황제가 직접 강학하는 장면 그림-.jpg

황제가 직접 가르치는 장면을 그린 벽옹내 그림

 

 

 

 

우리나라 7대 종교지도자들이 ‘이웃종교체험’을 위해 유교의 교조 ‘공자’를 찾아 떠났다. 지난 4~7일 3박4일 일정이다.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민족종교지도자협의회 한양원 회장, 천도교 임운길 교령, 성균관 최근덕 관장, 가톨릭 주교회의 종교간대회위원회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배인관 사무총장, 원불교 문화사회부장 김대선 교무를 비롯 20여명이 함께 했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이다. 특히 조선 500년은 명실공히 유교(학)의 시대였다. 그래서 종교와 학문의 지형이 크게 바뀐 지금도 유학은 의식 깊숙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평등과 민주화가 보편화된 현재까지도 위계질서가 엄격한 종교계는 불교건 기독교건 실상 ‘의식·문화·관습은 유교적’이라는 평이 많다. 다양한 종교들이 ‘유교(학)’에선 통하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유교는 ‘종교’보다는 ‘학문’으로 받아져 타종교인도 거부감 없이 좀 더 쉽게 다가가는 특성도 있다.

 

순례단의 첫 방문지는 베이징 국자감. 원·명·청대에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중국 천하의 인재들이 모여 공부했던 곳이다. 부속건물 벽옹 주위는 지름 60m 못이 360도 둘러싸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중에 새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에 종교지도자들이 “이런 건 어느 나라나 어느 종교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한웃음을 터트린다.

 

 이어 국자감과 붙어있는 공묘. 원나라 때 창건돼 황제들이 공자에게 제사를 올리던 사당이다. 공묘에선 젊은 남녀가 화려한 옷을 입고 사당 앞에서 음악에 맞춘 춤을 춘다. 엄숙하기 그지없을 것만 같은 공자의 사당에서 춤이라니.‘대성예악’이다. 음악을 도(道)로 보았던 공자의 덕을 맹자는 ‘집대성’(集大成)으로 표현했다. 다른 성인들의 덕은 하나의 악기가 최고의 연주를 이뤄낸 ‘성’(成)라면 공자의 덕은 각각의 연주를 모은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뤄낸 ‘대성’(大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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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후손들이 묻힌 공동묘지인 공림 입구에 선 종교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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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림 내 공자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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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 하게 해주세요" 공자 묘 앞에서 기도하는 중국의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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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공자의 묘를 지킨 제자 자공을 기리는 비석. 문화혁명 때 두동강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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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연구원내 공자 당시를 재현한 조각상을 관람하는 종교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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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 그림. 공자연구원내

 

 

 

 순례단은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로 향했다. 공자연구원은 중국정부가 공자를 중국의 상징으로 부활시키면서 1996년 설립한 곳이다. 양차오밍 원장 등이 일행을 지극히 맞는다. 그도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성균관’이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열린 ‘제5차 세계유학대회’에서 ‘2012 공자문화상’단체상을 받았다.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는 석전대제 등 중국인들이 잃어버린 유교의 예식과 정신을 전해주는 멘토인 최근덕(79) 성균관장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각별하다. 공자의 후손인 양샹린 부원장은 온종일 순례단과 동행했다.

 

 한 때 문화혁명 때 파괴했다가 이제 정부 차원에서 띄우는 ‘공자’의 유적지는 어디나 인산인해다.‘세계 최고의 사당’이라는 공묘와 공자씨족의 공동묘지인 공림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후손들이 거주한 ‘공부’(孔府)도 발 디딜틈이 없다. 순례단 가운데 최고령인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89)회장은 “불리하다고 내치고 유리하다고 상품화하는건 아직도 공자의 참뜻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공자는 중국 하나를 본 것이 아니라 온 인류가 수신제가를 통해 천하를 태평케 해 하나가 되는 대동세계를 이루려 했다”고 설명했다. 

 

 ‘공부’에서 여성들만의 거처로 남자종도 출입할 수 없었다는 안채로 들어가자마자 총천연색으로 그려진 대형벽화가 마주한다. 용처럼 생긴 탐욕스런 ‘탐’(貪)이란 동물이 발에 온갖 보물을 다 쥐고서도 하늘의 태양까지 따려고 덤벼드는 그림이다. 남성들보다 글공부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그림이다. 이 문을 통해 바같으로 나가기 전 ‘탐욕에 물들지 말 것’일 경계한 것이다. 이를 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배인관(54)사무총장은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란 성경 야고보서를 인용하며, “탐욕과 욕망의 길을 가르치는 종교가 있겠느냐”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병폐가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공부

 

공부 내실 벽에 걸린 탐-.jpg

공자의 가문에서 바깥 세상에 나갈 때 탐욕에 물들 것을 경계하기 위해 상상 속의 동물 '탐'을 그린 벽화

 

 

 

공부에서 쉬는 종교지도자들-.jpg

공자의 집 `공부'에서 쉬고 있는 종교지도자들

 

 

 

공부에서 죄인된 김희중 대주교-.jpg

공자의 집 공부에서 벌을 주기 위해 만들어놓은 빨래판같은 대리석 위에서 무릎을 꿇어보고 있는 김희중 대주교

 

 

 

공자집 공부에서 종교지도자들-.jpg

공자가문의 집 공부 앞에 선 종교지도자들

 

 

 

 공자가 거처했던 집 앞엔 마치 빨래판같은 대리석이 놓여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무릎을 꿇고 걷게 했다는 판이다. 천주교 김희중(65) 대주교와 원불교 문화사회부장인 김대선(59) 교무가 ‘죄인’을 자청해 시연했다. 주위에서 “아프냐"고 묻자 그들은 “그걸 말씀이라고 하느냐”고 물어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공부엔 진시황이 책들을 없애게한 분서갱유 당시 공자의 후손이 책을 넣고 외벽을 봉해버렸다. 그래서 유실을 막은 노벽이 있다. 이 때 보존된 논어는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말해주는 지침서다. 천도교 임운길(84) 교령은 “공자께서 종교적인 의식보다는 생활 속에서 뜻을 펴며 실천하도록 하는데 주력했다는 것을 알겠다”고 말했다.

 

 일행은 노벽 한켠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이 때 최근덕 관장이 ‘농반 진반’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과거 이곳에 왔을 때, 중국인들에게 ‘죽어 좋은 곳에 가려면 헌금을 많이내야한다’는 내용이 적인 <논어>를 한권 줄테니, 이걸 노벽에서 새로 찾았다고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유교가 내세에 대해선 일체 언급 없이 현세만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헌금 바칠 생각도 안해 성균관이 배 고파서 못살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양원 회장이 “지금 공자님에게 하소연을 하는거냐 원망을 하는거냐”라고 물어 웃음이 터졌다.

 

 

 

태산에 오르는 사람들-.jpg

태산에 오르는 순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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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의 정상 옥황봉에 오르는 순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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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에 오르는 길 절벽에 새겨진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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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보인다'는 말을 기념하는 `공자소천하처' 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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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정상 도교사원 안에 헤어지지 말 것을 언약하는 자물쇠들이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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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정상 공복석 아래 자승 스님

 

 

 

태산 정상의 조망-.jpg

태상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

 

 

 

 웃음 속에선 다름도 갈등도 없는 ‘대동’(大同)이었다. 김대선 교무는 “궁극적으로 성자들이 일깨워준 것은 정성과 공경과 믿음”이라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이렇게 평화롭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웃종교의 교리를 수용할 수는 없어도 이해하고 준중할 수는 있다”면서 “모든 게 경제논리로만 좌우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각 종교들이 정신문화의 가치와 참된 지혜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해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순례단의 여정의 종착지는 타이안의 태산. 중국의 오악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여긴 성산이다. 공자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보이는구나’고 했다는 것을 기념하는 ‘공자소천하처’(孔子小天下處)에 오른 종교지도자협의회 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백천입해 동일함미(百川入海 同一鹹味·일백개 천의 물이 바다로 들어가면 짠맛으로 하나가 됨)’라는 말로 공자가 꿈이 그리던‘대동’을 표현하며 이렇게 말했다.

 

 “50개 종교, 500개 종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성현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길 아니겠는가”

 

베이징·취푸·타이안(중국)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이웃종교 순례는

 

공자연구원의 순례단들-.jpg

취푸 공자연구원 앞에 선 이웃종교체험성지순례단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순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더구나 종교 갈등이 세계 곳곳의 불화에 기름을 끼얹는 지금 상황에선 더욱 더. 이런 순례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 종교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번 순례는 종교간 화해를 위해 문화관광부가 지난 2010년부터 마련한 것이다. 기독교유적지인 이슬라엘·로마 교황청과 지난해 캄보디아 불교유적지에 이은 세번째다.

 

 과연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다니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신앙을 지키면서도 조화를 이룰 것인가.

 

 

마차위의 대주교와 스님-.jpg

마차에 동석한 김희중 대주교와 자승 스님

 

 

 ‘군자는 남과 조화를 이루나 남과 같아지지는 않으며, 소인은 남과 같은 척 하지만 실제로는 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공자의 말을 모은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말이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은 이번 순례에서 조화와 화해의 여정으로 군자의 도를 보여주었다.

 

 순례는 7대 종단 수장단 중 기독교 홍재철한기총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원불교 교정원장은 종단 사정으로 각각 불참해 다른 간부들이 대신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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