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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이어 낙동강도 '떼죽음 행렬'

구미 낙동강 유역에 물고기 사체 수천 마리 떠올라

12.10.25 17:59l최종 업데이트 12.10.25 22:10l
조정훈(tghome)

 

 

낙동강 구미대교 아래에 폐사한 물고기들이 물에 떠올라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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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 이어 낙동강에서도 물고기가 집단으로 떼죽임당한 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오후 경북 구미의 낙동강 유역에는 입을 벌린 채 죽은 쏘가리·누치·피리 등이 물 위에 떠다니는 광경이 목격됐다.

경북 구미 비산동과 양호동을 잇는 산호대교 주변 물가에는 여러 마리의 물고기들이 물 위에 떠 있었다. 이곳에는 이미 폐사한 물고기들과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물고기들이 널려있기도 했다. 크기도 다양했다. 다 자라지 않은 새끼부터 40cm에 달하는 물고기도 있었다.

25일 오전, 남구미대교에서 해평취수장 사이 7km 구간에는 떠밀려오거나 강가 수초에 걸려있는 물고기 사체가 굉장히 많았다. 이날은 오염에 강하다고 알려진 참붕어와 메기 등도 떠올랐다.

현장에서 있던 구미시 관계자는 "오전에만 100포대가량 되는 물고기 사체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 포대에는 약 50여 마리가 들어간다. 즉, 오전에만 약 5000마리 정도 되는 물고기 사체가 수거된 것.

하지만 구미시·대구환경청의 입장은 상이했다. 구미시·대구환경청은 "오전에 500마리 이상을 수거했다"고 설명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죽은 물고기가 해평취수장 인근에서부터 남구미대교까지 떠다니는 것을 수거했다"며 "하지만 불산가스가 유출된 국가산단 4단지와 가까운 한천 인근에서는 물고기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불산가스와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주민들은 불안하다... "난생처음 보는 떼죽음"

구미시와 대구환경청 관계자들이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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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인근 마을 주민들은 물고기가 폐사해 떠오른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구미대교 아랫마을에서 매운탕집을 운영하는 조경훈(43)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동네에 살았지만, 이처럼 많은 물고기가 죽어서 떠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강의 탁도가 좋지 않거나 산소가 부족해서 떼죽음이 발생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낚시를 하러 왔다가 떼죽임당한 물고기 사체를 보고 구미시에 신고했다는 이명운(구미시 인동동·52)씨는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해서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4대강 공사로 보를 만든 게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구미공단에 사는 유종원(47)씨는 "에쿠스 자동차를 사더라도 유지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듯 4대강 공사를 한다고 보만 만들어놓은 뒤 유지관리비가 없어 관리를 못 한 측면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구미시 동락공원에 인접한 낙동강가에 낚시하러 나왔다는 김아무개(58)씨는 "24일 물고기가 죽어서 떠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임신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수돗물을 먹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평취수장 인근부터 물고기가 대량으로 폐사한 이유를 수질의 문제로 생각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청 안유환 수질총량과장은 "낙동강 본류와 지천에서 수질 자동측정기로 수질검사와 함께 용존산소를 측정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폐수가 유입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낙동강 본류와 지류 등에서 물을 채집해 검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과장은 "수량이 많아 폐수가 흘러들어도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죽지는 않는다"며 "폐사한 물고기는 경북어업기술센터에서 검사하고 있으며, 살아있는 물고기도 채집해 수자원과학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이게 다 4대강 때문이다"

구미 낙동강 유역에서 발견된 죽은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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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낙동강 유역에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채 물에 더올랐다. 이곳은 금강과 달리 붕어와 메기도 죽었다. 사진은 죽어서 물가로 떠내려온 붕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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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경단체 관계자는 떼죽음의 원인을 4대강 사업으로 꼽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물고기들이 입을 벌린 채 죽어 있고, 아가미가 붉은색을 띠는 것으로 봤을 때 산소 부족 때문에 죽임을 당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4대강 사업으로 강이 호수화되면서 수중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이항진 상황실장은 "낙동강의 집단 폐사는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고에 버금가는 일이며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과 함께 독극물 유입 등 또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입을 벌리고 죽은 물고기는 질식사로 추정되지만, 입을 다물고 죽은 물고기도 많아 질식사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고인 물에 사는 붕어나 메기가 죽은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금강 지역의 피해보다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불산가스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 당국이 폐사한 물고기를 수거해 원인 파악도 하기 전에 소각하는 행위는 집단폐사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인멸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민관합동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구미시와 대구환경청은 24일 경북어업기술센터에 소량의 폐사 물고기를 보낸 뒤 나머지 물고기 사채는 모두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물고기들이 낙동강 구미대교 아래쪽 물가에 떠내려왔다. 이렇게 죽은 물고기가 수만 마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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