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물량 감소, 줄어드는 고용, 문 닫는 공단 식당, 줄어드는 식판
하지만 더 큰 파고가 남아 있다. 바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전 세계 산업 생태계에는 커다란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이라는 정책 기조하에 출범하자마자 캐나다, 멕시코, 중국 제품에 대하여 10%~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세 개의 행정명령을 발표하였다. 이후 2월 18일에는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할 계획임을 밝혔다. 3월 4일부터는 중국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유예했던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도 다시 부과하고 있다. 4월 2일에는 한국 25%, 중국 34%, 베트남 46%, 일본 24%, 캄보디아 49% 등의 상호 관세를 부과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전면화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관세 전쟁이 한국 사회 노동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한국산 철강, 반도체,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은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시화공단 선전전을 위해 자주 방문했던 식당을 찾았다.
“식판이 계속 줄어요. 작년에도 어렵다, 어렵다 했는데 지금하고 비교해 보면 그때가 더 나았던 것 같아요. 보세요, 저기 건너편 식당도 문 닫았잖아요. 큰일이에요, 큰일…”
연구소가 만난 한 자동차 부품업체 사장은 암울한 표정으로 발주 물량이 줄었다는 걱정만 토로했다. 발주 물량이 감소하고 고용이 줄고 있으며 공동식당의 식판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효과가 하청구조를 타고 시화공단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통계청의 월별 고용동향 자료로도 확인되고 있다. 2025년 1월 제조업에서만 전월 대비 5만 6000명의 취업자가, 2월에는 무려 7만 4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단지 품목별 관세만 적용하고 있는데도 제조업에서만 2개월 사이에 무려 13만여 명의 취업자가 감소한 것이다.
혼란에 빠진 전 세계 제조업 공급망 체인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4월 2일에 발표한 상호 관세 부과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세 전쟁으로 세계 제조업 공급망(supply chain)에 일대 교란과 혼란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 낸 것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금융위기와 강(强)달러화만이 아니었다. 핸드폰 하나 만드는 데에도 전 세계 노동자와 산업이 모두 그물망처럼 엮인 ‘공급망’이 같이 만들어졌다. 세계화라는 구호를 배경으로 모든 나라가 관세장벽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훨씬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거짓말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탄생시킨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그 세계화를 통해 미국 등 선진국 자본은 중국을 비롯한 저발전 국가들로 진출하며 저임금·무노조 혜택을 누렸고, 미국 자본주의는 싼값에 수입되는 상품 덕에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었다. 전 세계 공급망 덕분이었다.
한국의 제조 대기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제조 대기업, 특히 전자업종의 경우 생산공장은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등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핸드폰의 절반 이상은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과 유럽시장으로 수출한다. 문제는 한국 제조 대기업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중국, 동남아 지역이 이번 상호 관세에서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베트남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은 46%이다. 베트남에서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 갤럭시 핸드폰 가격이 절반 가까이 급상승하는 셈이다. 상호 관세를 발표하자마자 애플, 나이키사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의 아이폰 중 절반 이상은 중국에 있는 팍스콘사에서 생산하며 나이키 신발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고율의 상호 관세를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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