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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무엇을 뜻하는 줄 아느냐?” AOK 의 미국인 동참자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7/05 09:44
  • 수정일
    2013/07/05 09: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연재> 정연진의 원코리아 운동이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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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04 18: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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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피해자들을 위한 마지막 전투를 즐겁게 수행하는 배리 피셔 변호사

“Do you know what Tongil means (통일이 무엇을 뜻하는 줄 아느냐)?” 미국인 변호사가 동포 2세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영어권에서 자라나 우리말이 서툰 그들에게 “통일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읽는 줄 아느냐?”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 줄 아느냐?” 라고 열심히 2세들에게 통일이라는 말을 가르치는 사람은 푸른 눈의 배리 피셔 변호사. 이번 칼럼에서는 한국 사람 못지 않게 한국의 통일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 Action for One Korea의 미국인 동참자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세계적인 인권변호사인 배리 피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자들의 법정 투쟁과 인권 회복을 위해 1999년부터 함께 활동해온 피셔 변호사는 저와는 오랜기간을 함께해온 동반자 같은 벗입니다.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 나찌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유대인들의 집단소송이 대규모로 제기되었습니다. 벤즈, 스위스은행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 유대인의 강제노역이나 휴면구좌로 부당이익을 취한 기업들을 상대로 수 많은 소송건이 제기됩니다. 독일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독일정부는 법정밖 합의를 통해 정부와 소송당한 기업들이 반반씩 배상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하기에 이릅니다. 1999년 7월 70억불에 달하는 거액의 배상기금이 조성되고 일부를 피해자들의 보상에 일부는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재단을 만드는게 쓰이게 됩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데는 정부, 피소기업, 피해자들간의 협상을 이끌어낸 변호인단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 일련의 소송들은 ‘홀로코스트 소송’이라 불리는 세기적인 소송이 되는데, 배리 피셔 변호사는 이 세기적 소송이 최종 합의에 이르도록 주도적으로 기여한 변호사입니다.

여러 나라의 헌법에 대한 자문도 하고 있는 피셔 변호사는, 동구권이 몰락한 다음 생긴 여러 나라들의 헌법을 자문해 주면서 이들 나라들이 민족 단위로 독립을 성취하는 것을 목격하고 2차대전의 가해국인 독일도 통일을 이루었는데, 일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의 피해자였던 한국이 아직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남과 북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는 것이 20세개의 불운한 역사를 마감할 수 있는 길이라 믿으며 피셔 변호사는 통일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AOK의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 2008년 10월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헤이그 국제평화회의 103주년 기념 컨퍼런스에 참석한 배리 피셔 변호사, 정연진 바른역사정의연대 대표, 독일의 ‘기억, 책임 미래에 대한 역사재단’ 사무총장 (왼쪽부터) [자료사진 - 정연진]

 

그는 한국과 중국의 징용피해자, 한국, 중국 필리핀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2000년부터 약 6년간 일본을 상대로 전개된 국제소송에서 변호단을 조직하고 소송을 이끌어가는 주도적 역할을 합니다. 일제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여러 컨퍼런스와 국제 회의에서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도쿄, 상하이, 베이징, 타이페이, 헤이그 등 어디든 마다않고 세계 곳곳을 다녔고, 남과 북이 일제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북의 소송참여를 타진하기 위해 3차례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 배리 피셔 변호사는 전문 악단을 가진 프로 음악가이기도 하다. 4월 5일 AOK 창립식에서 “We are all brothers” 라는 유대민요 노래 반주를 위해 아코디온을 직접 연주하고 있다. 2002년 북을 방문할 때 무거운 아코디온을 가지고 갔다. ‘허리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왜 무거운 악기를 가져가시냐’고 말리는 나에게 ‘북측 담당자들을 음악으로 즐겁게 해주어야 이야기가 잘 풀릴 것’ 이라며 한사코 가지고 가셨다. [자료사진 - 정연진]

 

북은 미국 법정에서 전개되는 징용/위안부 소송에 동참하기를 원했으나, 당시 미행정부가 부당하게도 일본편을 들면서 소송에 적극적으로 훼방을 놓고 있었고, 부시행정부가 북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던 험악한 시기라서 북의 소송참여는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피셔 변호사는 역사의 매듭을 짓기 위해 장기간 보수도 없이 기여한 공로로 2008년에 만들어진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의 봉사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2차대전 피해자들을 위해 일해온 피셔 변호사가 늘 즐겨하는 말, ‘우리는 2차대전의 마지막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다.’ 비장한 각오가 서린 이 말은 언제 들어도 마음에 여운을 남깁니다.

로버트 케네디 정신으로 AOK 운동을 지지하는 제인 케이건

또 한 분, 제인 케이건(Jane Kagon)은 미디어 전문가로 UCLA 평생교육기관의 엔터테인먼트 디렉터를 거쳐 현재 LA 소재 로버트 케네디 학교의 미디어센터 (Robert F. Kennedy Legacy in Action)의 총괄책임자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고 한국의 한류 콘텐츠 관련 컨퍼런스에서 연사로도 여러 차례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제인은 ‘아마도 과거에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심취해 있는 분입니다. 한번은 한국에서 발표할 컨퍼런스 자료 준비를 위해 디지털미디어 시대를 헤치고 나가는 말탄 기사의 형상이 필요했는데, 비서가 인터넷에서 수집한 수 많은 말탄 기사의 이미지에서 하필 고구려 수렵도에 나오는 기사를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어째서 수 많은 무사 이미지 중에서 하필이면 고구려 무사를 골랐을까, 아마도 당신은 전생에 고구려인이었을 것이다”라고 제가 놀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본인이 전생에 한국사람이었다고 믿습니다!)

제인은 현재 미국 문명은 인류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면서 문명적 대안을 한국에서 찾습니다. 한국인이 높은 문화적 저력과 인류애의 가치를 가지고 세계사에 전환점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합니다. 그리고 남과 북의 화합과 통일을 통해 그러한 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여깁니다.


   
▲ AOK 로스앤젤레스 창립식에 격려사를 하고 있는 제인 케이건 Robert F. Kennedy Legacy in Action (RFK-LA) 총괄책임자. [자료사진 - 정연진]

 

로버트 케네디 재단과도 밀접하게 일하고 있는 그는 로버트 케네디의 정신이 오늘날 미국에도 절실히 필요하고 케네디의 정신으로 미국인들도 AOK의 풀뿌리 통일운동을 성원해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 로버트 케네디 -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의 기수. 35세에 최연소 법무장관을 지냈고 민주당대통령 후보로 유력했던 정치인.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해에 석연치 않은 암살을 당함)


   
▲ 1968년 로버트 케네디가 대통령선거 유세중 암살당한 유서깊은 장소인 암배서더 호텔의 부지에는 로버트 케네디 정신을 기리는 6개의 학교군이 있는 거대 학교단지가 들어서 있다. RFK-LA 는 6개의 학교군을 위한 미디어교육을 관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 정연진]

 

4월 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OK 의 LA 창립식에서 제인은 다음과 같은 로버트 케네디의 연설 구절을 낭독하면서 AOK 운동이 로버트 케네디의 비전을 공유하는 불의에 대항하는 운동으로 작은 물결이 커다란 해류가 되듯이 앞으로 크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조금씩 변화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용기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무수한 행동에 의해 결국 역사는 만들어집니다. 한 사람이 어떠한 이상을 위해, 다른 이들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또는 불의에 대항하여 일어설 때 그 한 사람은 세상에 잔잔한 희망의 물결을 내보냅니다. 수백만의 무수한 에너지 센터를 가로지르며 그 당찬 물결은 마침내 큰 해류가 되어 억압과 저항의 거대한 벽을 휩쓸어 내립니다.”

 

   
▲ LA 로버트 케네디 학교 정면에 세워진 케네디의 연설문을 조각한 기념물. [자료사진 - 정연진]

 

세계적인 인권변호사 배리 피셔와 미디어 전문가 제인 케이건의 지속적인 참여는 원코리아 운동이 앞으로 미국사회에서 미국인들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통일운동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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