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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 회장 두 고모, 노동자 쫓아낸 청소 업체에서 200억원 챙겨

지수아앤씨, 순이익 넘는 배당 지급…사익편취 전형인데, 공정위 규제 사각지대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21-01-07 18:28:45
수정 2021-01-07 18: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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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안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  것을 촉구하며 손자보을 들고 했다.   2021.01.02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안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 것을 촉구하며 손자보을 들고 했다. 2021.01.02ⓒ김철수 기자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를 해고한 건물 관리 업체가 LG그룹 총수일가를 위한 현금 주머니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처우 개선 목소리를 무시하던 지수아이앤씨는 한 해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에게 배당으로 지급했다. LG그룹 계열사가 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총수일가로 거액이 흘러가고 있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보완책 마련이 촉구된다.

7일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지수아이앤씨 매출액은 매년 증가해 2010년 510억원에서 2019년 1,348억원으로 10년 새 260%가량 불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8억원에서 55억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지수아이앤씨는 LG 지주사가 100% 지분을 가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고, LG트윈타워 건물 관리를 맡고 있다.

지수아이앤씨 매출 상당 부분은 LG그룹이 준 일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수아이앤씨는 LG트윈타워를 비롯해 LG강남빌딩, LG서울역빌딩, LG전자 서초R&D캠퍼스, LG광화문빌딩 등 LG그룹 계열사 건물 관리를 맡고 있다.

2017년 완공된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종합 관리 사업도 수주받았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 연구단지로, 축구장 24개 크기의 약 33만7천평 면적에 연구동 20개가 위치하고 있다.

 

지수아이앤씨는 구 회장 고모 구훤미 씨와 구미정 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수아이앤씨가 번 돈은 들어오는 족족 구 씨 자매에게 보내졌다. 배당을 통해서다. 주주가 둘뿐이니 배당금 전부가 그대로 이전됐다. 10여년간 두 사람이 받은 배당은 총 207억원이 넘는다.

배당 규모는 수익 증가세보다 훨씬 가파르게 확대됐다. 2011년 6억원에서 2016년 10억원으로 뛰더니, 이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0억·40억·50억·60억원으로 매년 급등했다.

배당 규모 증가세가 수익 증가세를 역전하다 보니, 회사는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배당 규모는 배당성향이라는 지수로 평가한다. 배당성향은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규모다. 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등을 뺀 것으로, 뗄 거 다 떼고 회사에 남은 돈이다.

지수아이앤씨 지난해 배당성향은 135%에 달한다. 순이익이 45억원 수준이었는데, 60억원을 배당에 썼다. 연간 순이익을 다 쏟아붓고도 모자라, 이월된 잉여금에도 손을 댔다. 2019년 배당성향도 92%에 달해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은 약 40% 수준이다. 비상장사인 지수아이앤씨는 기업 규모가 훨씬 큰 상장사와 비교해도 배당성향이 과도하다.

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주주가 수만명에서 많으면 백만명도 넘어가는 상장사와 달리 지수아이앤씨는 주주가 2명뿐이라 배당 확대의 주주 이익 환원 성격도 미약하다”며 “비상장사는 사업 확장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도 지수아이앤씨의 배당성향은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 씨 자매는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안겨주는 지수아이앤씨를 자본금 5억원에 설립했다. 두 주주가 지금까지 받은 배당금은 회사 설립 비용의 40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 부소장은 “지수아이앤씨는 재벌 총수일가가 소규모 자본으로 세운 회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고 배당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사익편취 행태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처우는 단 두 명의 주주를 위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근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지수아이앤씨에 맡겼던 LG트윈타워 청소 업무 관련 계약을 해지했다. 일자리를 잃은 청소 노동자 80여명은 LG트윈타워 로비에서 22일째 농성 중이다.

이들은 지수아이앤씨 소속으로 일하면서 수년간 최저시급만 받아왔다.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다가 2019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가입했다. 회사는 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에 무시로 일관하더니, 지난해 말 원청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계약이 해지됐다며 사실상 해고 통보했다.

노동 탄압 행태에 LG그룹 불매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LG전자,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제품이 일차 대상이다.

지수아이앤씨 문제가 LG그룹 불매운동으로 퍼진 건, 사실상 지수아이앤씨가 LG그룹 영향력 하에 있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LG-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지수아이앤씨’의 원하청 구조에서 그룹 지주사인 LG가 의지를 갖는다면 지수아이앤씨 노동자 해고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배구조로 봐도 LG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고, LG 최대주주 구 회장과 지수아이앤씨 주주 구 씨 자매는 가까운 친척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LG전자

일감 몰아주기와 고배당, 사익편취 전형인데…친족 계열 분리 회사 규제 사각지대

지수아이앤씨는 LG그룹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일가 개인에게 부를 이전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으나, 정부 규제에서 빗겨나 있다.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 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을 경우, 해당 거래의 조건이 정상적인 거래와 비교해 격차가 7% 이상이면 제재한다. 계열사가 수혜기업에 과도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주는 식으로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를 막는다는 취지다.

지수아이앤씨는 총수일가인 구 씨 자매 지분이 100% 이상이고 LG그룹 계열사와 계약을 맺어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는데, 지수아이앤씨는 고 구본무 전 회장 시절이던 지난 2009년 계열 분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계열사 측과 빠져나가는 회사 측 간 서로 보유한 지분이 15% 미만이고, 상호 임원을 겸직하는 자가 없으며, 채무 관계가 없으면 계열 분리를 승인해주고 있다.

당초에는 친족 계열 분리 조건에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 의존도가 50% 미만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공정위는 1999년 해당 규정을 폐지했다. 계열 분리 조건이 완화되면서, 주고받는 일감 규모를 따지지 않고 지분·임원·채무 항목만으로 심사하게 된 것이다. 지수아이앤씨 사례처럼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됐다.

계열 분리 회사는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내역 공시 대상에서도 제외돼 일감 몰아주기 감시 체계의 사각지대에 숨게 된다. 대기업집단 계열사로부터 받는 일감 규모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제도 개선을 위해, 계열 분리 이후 3년간 대기업집단과의 거래 내역을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2018년 도입했다. 당시 공정위는 “규제 회피 목적의 친족 계열 분리 신청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효성은 미미하다. 지수아이앤씨와 같이 이미 계열 분리 작업이 마무리된 경우 거래 내역 제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거래 내역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위에만 제출하도록 해 시민사회에 의한 감시 효과가 없다.

대기업집단에서 분리된 회사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거래 조건이 확인되면 제재가 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감시 체계는 정기적으로 제출·공시되는 자료를 통해 이뤄지는 것과 달리, 계열 분리 회사 경우 공정위가 별도로 사후적인 조사를 통해 위법 행위를 잡아내야 한다. 계열 분리 회사 감시는 체계인 절차보다는 공정위 의지 여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집단에서 계열 분리된 친족 회사 감시에 대한 공정위 움직임은 소극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거래 내역을 제출받지 않는다고 해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건 아니며,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회사라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후 규제 성격상 위법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친족 계열 분리를 통한 규제 회피 문제를 일부 인식하는 가운데서도 구체적인 제도 개선책 마련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친족 계열 분리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계열 분리 조건에 거래 의존도를 다시 추가하고, 계열 분리 회사에 대해서도 거래 내역 공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부소장은 “계열 분리 조건과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비상장 계열 분리 회사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 회피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뉴시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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