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김태우 유죄 판결에서 드러난 것, ‘청와대 불법사찰’ 주장 부정됐다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1-01-09 14:32:07
수정 2021-01-09 17:35:3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김철수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을 불법사찰했다고 주장하면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에는 이 사건의 촉발제가 됐던 김 전 수사관의 불법사찰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포함됐다.

수원지법 형사1단독 이원석 부장판사는 8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수사관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수사관이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한 근거들인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 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등과 관련해 “청와대가 해당 첩보를 입수한 뒤 해당 내용을 조사하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고위공직자) 임명 등을 진행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김 전 수사관이 해당 내용들을 공개한 것으로 인해 국가 기능이 침해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수사관의 폭로로 인해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등 국가 기능의 지장을 초래하는 위험을 야기했다”며 “일부 폭로가 정당하다고 해서 나머지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고위공직자,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것에 국민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출된 첩보 보고로 국가 기능에 구체적인 침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를 양형에 반영했다.

이로써 김 전 수사관이 주장한 청와대 특감반 불법사찰의 실체는 1심 판결 단계에서 부정됐다.

2년여 전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김 전 수사관의 주장을 근거로 청와대가 직무 범위를 벗어난 민간인 사찰을 벌였다는 취지로 보도하며 청와대를 향해 격한 공세를 취했었다. 이에 청와대는 “비위 혐의로 감찰을 받고 있고 수사로 전환된 전직 특감반원이 자신의 비위를 덮기 위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상황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특감반에서 이뤄진 비위라고 주장한 항목은 총 16개에 달했다. 검찰은 이들 중 5개 항목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9년 4월 김 전 수사관을 재판에 넘겼다.

이밖에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비위 첩보 묵살 의혹,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한 김 전 수사관의 폭로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미 외부에 알려졌거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유재수 전 국장의 비위 첩보를 공개한 것을 두고 ‘정당성 있는 행위’라고 언급한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 해당 내용은 검찰 기소 단계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판부가 해당 첩보 공개를 정당하다고 본 건 결과적으로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받아 재판을 받고 있다는 부분만 고려된 것으로, 첩보 내용 자체의 신빙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