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문-윤 회동 무산에 중앙일보만 “이명박 사면 받아들였어야”
“늘수록 푸는 방역 맞나” 논조 막론 일제 비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16일 첫 만남이 돌연 연기됐다. 대부분 아침신문이 이 소식을 1면 머리에 배치하고 ‘신구 권력 갈등’으로 규정했다. 다수 신문은 첫 만남 무산의 1차 원인으로 윤 당선인의 ‘의제 공개 압박’ 또는 ‘조급증’을 지목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6일 오전 8시 동시에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 만남)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회동 시간을 불과 4시간 앞두고서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의 첫 만남이 당일 불발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양쪽 다 회동이 취소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신문들은 모두 정치권을 인용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양쪽의 이견과 공공기관 인사권 논란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윤 당선자 측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공기업 임원 인사와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사면 등을 회동 의제로 정해 전날인 15일 이를 공개적으로 띄우면서 양쪽이 이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양측 핫라인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이 전날 막판까지 “임기말 인사권 행사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윤 당선자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 입장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그냥 놔둘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살려줘야죠”라며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함께 사면할 것으로 본다. 100%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이 회동 전부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패키지 사면’ 논란이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17일 조선일보 1면
▲17일 조선일보 1면
▲17일 한겨레 1면
▲17일 한겨레 1면

양쪽은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임명권을 놓고도 갈등이 있었다. 앞서 윤 당선자 측(김은혜 대변인)은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사전 협의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임기 중 임명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양쪽이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으로 지난 10일 일정을 조율할 때만 해도 “이주열 총재 후임자 지명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처음엔 ‘윤 당선인과 협의하겠다’고 했었다”며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도 ‘윤 당선이 요구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가운데 윤 당선자가 공공기관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윤 당선인 측에서 지난 11일 문 대통령 측에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공기업 등 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협의해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윤 당선자 측의 김오수 검찰총장 ‘자진 사퇴’ 종용도 관련해 언급됐다. 한겨레는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이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오수 총장에게 사실상 사진사퇴를 압박하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알박기’로 규정하며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권 의원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한 것도 실무협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 총장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거취를 표명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7일 한국일보 3면
▲17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정권교체’를 이유로 한 사의표명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임기제 도입 뒤 임기를 채운 총장은 22명 중 8명에 불과하다. 다만 정권 교체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며 “정권 교체 후 사퇴요구는 윤 당선인이 사법개혁 공약과 함께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여러 신문이 사설에서 윤 당선자 측의 인사권·사면 의제 공개 압박을 회동 무산 원인으로 꼽았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다.

▲17일 국민일보 사설
▲17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일단 윤 당선인 측의 조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인수위 기간은)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들을 내쫓고 자기 사람들을 심는 기간이 아니다”고 했다. 한겨레는 “당선자 측근들이 회동 의제가 조율되기도 전에 논의 안건을 언급할 때부터 징조가 불안했다”며 김오수 총장 거취 압박은 “누가 봐도 선을 넘은 행동”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당선인 측근 인사들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17일 한국일보 사설
▲17일 한국일보 사설

반면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이명박씨 사면 의제를 수용하지 않은 데 비판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회동 무산에 우선 책임이 있다”며 “윤 당선인이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청할 것이라고 예고해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면 통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윤핵관’” 권성동 의원에 “당선인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며 “윤 당선인의 속내로 읽히거나 ‘벌써 점령군 행세를 하느냐’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당선인 측이 뜻을 모으지 못하는 모양새도 실망스럽다”고 했다.

▲17일 중앙일보 사설
▲17일 중앙일보 사설

예측 벗어난 확진자 급증세 방역완화 “확진자 증가가 방역 목표냐”


한겨레는 1면에 “정부는 20일 끝나는 현행 ‘6인·11시’ 거리두기 조처를 ‘8인·영업시간 제한 해제’ 또는 ‘8인·12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조정안에 전문가·소상공인단체 등 의견을 취합했고 17일 총리 주재 방역전략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한겨레는 “아직 유행 확산세가 커지고, 확진자와 함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역대 최다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17일 한겨레 1면
▲17일 한겨레 1면

코로나19의 ‘1급 감염병’ 등급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문들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방역당국은 일상적 의료체계에서도 코로나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재 ‘1급’인 감염병 등급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법정 감염병은 심각도나 전파력 등에 따라 1~4급으로 나눈다. 1급 감염병의 경우 의료진은 확인 시 방역당국에 즉시 신고해야 하고, 감염자는 음압병실 등에 격리해야 한다. 검사와 치료제 처방, 입원 등 비용을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 1급 감염병엔 코로나19 외에 에볼라바이러스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17종이 포함됐다. 2급은 일부만 격리 대상이고, 4급은 격리조치를 하지 않는다. 2~4급은 입원과 역학조사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검사·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할 수도 있다.

▲17일 세계일보 2면
▲17일 세계일보 2면

한편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만명을 돌파하는 등 확진자가 연일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0만741명”이라며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세계 확진자 185만여명의 약 21%를 차지하는 규모다. 코로나19 유행 정점에 이른 주요국과 비교할 때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6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는 54만9854명이다. 입원 위중증 환자도 1244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17일 국민일보 1면
▲17일 국민일보 1면

방역당국은 누적 치명률이 낮다는 입장이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일일 확진자 규모가 크지만 인구 10만명 당 누적 사망자를 비교하면 국내 누적 사망자는 17.6명정도”라고 했다.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며 확진자 집계 통계에 혼선도 빚어졌다. 신문들은 전날 오후 9시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집계한 신규 확진자 총합은 44만 1423명이었지만 정부 공식 발표는 이보다 4만여명 줄었다고 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상당히 많은 신고가 접수되는 바람에 시스템 집계에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확진자 수도 체크 못하는데 예측은 제대로 되겠나”라며 “의료여력도 불안하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추세가 떨어지지 않는데 정부가 손놓다시피하는 것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신문들은 사설에서 확진자 숫자가 폭증하고 역대 최고 의료대란에 치닫는 상황에 정부가 방역 완화를 추진하는 데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코로나 감염병 등급 완화 추진, 폭증 부추기는 무책임 행정”이란 제목의 사설을 내 “방역 완화를 위해 내세운 논리도 옹색하다”며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치명률 수치는 ‘착시효과’”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가 방역당국을 향해 “말장난은 이제 닥쳐라. 독감도 하루에 40만명씩 발생하면 의료체계가 붕괴된다”고 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병상·의료체계 재점검과 치료제 확보 등 느슨해진 방역망을 다잡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17일 세계일보 사설
▲17일 세계일보 사설

경향신문도 “정점 예상이 빗나간 터에 검사체계를 바꿔 의료체계의 혼란까지 빚어놓고도 방역기준만 낮추려는 당국의 처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점에 이르지도 않았기에 여전히 감염 확산세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영국 프랑스 등이 유행의 정점 이후 방역 완화를 시작했던 것과 반대로 한국은 정점 전에 빗장부터 풀고 있다”며 “정교한 대책 없이 성급하게 방역의 고삐를 늦추면 환자와 시민들의 고통만 커진다는 것을 정부가 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