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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물 속에서 자라는 벼... 이 쌀 먹을 수 있겠습니까

[현장] 낙동강 지천 뒤덮은 녹조... 치명적 '녹조 독' 우려 큰 농작물 어쩌나

22.08.13 18:40l최종 업데이트 22.08.13 18:40l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 응암천에 퍼진 심각한 녹조. 역한 냄새와 함께 녹조가 마치 유화를 그리고 있다.
▲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 응암천에 퍼진 심각한 녹조. 역한 냄새와 함께 녹조가 마치 유화를 그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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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9시 낙동강 현장을 다시 찾았다. 모 언론사와 동행했다. 달성군 구지면의 아름다운 정자인 이노정 앞 낙동강이다. 멀리서부터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녹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곳은 낙동강의 작은 지천인 응암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바로 합수부다. 그 합수부 안쪽으로 심각한 녹조가 발생해 있었던 것이다. 비탈길을 따라 강으로 내려갔다. 조금 상류로 들어갈수록 녹조는 더 심했다. 녹조 곤죽이었다. 녹조 특유의 썩은 시궁창 냄새가 올라왔다. 참기가 어려웠다. 동행한 언론사 분들도 힘겨움을 호소해왔다.

흐리고 비마저 내리는 날에도 녹조 곤죽을 보게 될 줄을 몰랐다. 그만큼 낙동강 녹조가 심각하다. 강 안으로 들어가니 바닥은 물껑물껑한 펄이다. 발을 한발 내딛기 어려울 만큼 발이 숙숙 빠졌다. 삽으로 뻘을 한 삽 펐다. 지독한 냄새와 함께 검게 변한 썩은 펄이 올라왔다. 그 안에는 어김없이 실지렁이가 나왔다.

녹조 곤죽의 이노정 앞 낙동강... 썩은 펄과 실지렁이 나와
 

유화를 그리고 있는 낙동강 지천 응암천의 심각한 녹조. 저 강 안에는 발이 푹푹 빠지는 썩은 펄로 뒤덮여 있고 그 안에서 실지렁이가 나왔다.
▲  유화를 그리고 있는 낙동강 지천 응암천의 심각한 녹조. 저 강 안에는 발이 푹푹 빠지는 썩은 펄로 뒤덮여 있고 그 안에서 실지렁이가 나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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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지금 낙동강의 바닥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낙동강이 흐르지 않자 강 속의 유기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가라앉고 그것들이 바닥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썩어간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과 같은 썩은 펄이 되는 것이다. 그곳엔 과거 낙동강 바닥에 살았던, 오직 시궁창에나 사는 수질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만 살고 있다.

2급수여야 할 낙동강이 4급수로 전락했다는 것은 이들의 존재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환경부 지정 4급수 공식 지표생물들이기 때문이다. 저 낙동강 하구 본포취수장에서부터 맨 상류 상주보까지 이들 4급수 지표생물이 강바닥을 점령했다.

흐르는 낙동강, 녹조도 따라 흘러간다

응암천을 나와 낙동강을 따라 내려갔다. 농업용수를 취수하는 낙동강의 많은 양수장 중의 하나인 대암양수장으로 들어갔다. 대암양수장 관리인의 안내로 낙동강물을 취수하는 취수구 앞에 섰다. 아, 그런데 강이 흐르고 있다. 강 표면에 강하게 피어있던 녹조 띠가 강물과 함께 마구 흘러간다.
 

▲ 녹조와 함께 흐르는 낙동강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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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다. 확인해보니 경북 봉화나 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서 낙동강 상류로부터 유입 수량이 많아지자, 8개 보를 일제히 열어 그만큼 물을 하류로 내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수문개방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자 강물이 힘차게 흘러 내려가고 흘러가면서 녹조를 함께 하류로 내려보내고 있었다. 이는 다음 들른 현장인 합천창녕보에서도 확인을 한 사실이다. 합천창녕보는 세 개의 수문을 모두 열고 강물을 하류로 내려보내고 있었다. 녹조가 강물과 함께 하류로 떠내려가는 모습이 그대로 포착된다.


그래서인지 대암양수장 취수구는 한여름 내내 뒤덮여있었던 녹조가 사라지고 없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정상적인 모습의 대암양수장이다. 그런데 이미 양수장을 통해 올라온 녹조가 선명한 낙동강물은 인근 논으로 다 들어간 상태다. 녹조 물이 그대로 논으로 들어간 것이다. 논 안에서 녹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그 현장을 찾아봤다.

녹조로 무럭무럭 자라는 논의 벼

경남 합천군 덕곡면의 한 들판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개구리밥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초록색 녹조덩이가 논 전체를 뒤덮었다. 녹조 물이 들어간 논에서 벼들이 자라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이곳에서 확인했다.
 
경남 합천군 덕곡면의 한 논. 논에서 심각한 녹조가 창궐했다. 낙동강물을 농업용수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  경남 합천군 덕곡면의 한 논. 논에서 심각한 녹조가 창궐했다. 낙동강물을 농업용수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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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녹조는 독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발암성까지 가지고 있는, 청산가리 100배 수준라는 치명적인 독이 녹조에 들어있고 그 독은 생물농축 과정을 통해 벼를 통해 나락으로까지 들어간다는 것이 최근 확인된 사실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가을 수확한 낙동강 주변에서 생산한 쌀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1킬로그램당 3.18마이크로그램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과 함께 밝혀내고, 그 사실을 올해 초 언론을 통해 폭로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낙동강 주변에서 낙동강 물로 재배한 모든 농산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될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배추와 무, 상추에서는 녹조 독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낙동강 주변에는 쌀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채소류들이 생산된다. 그 쌀과 채소는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전 국민이 위험한 밥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경남 양산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작은 지천인 화제천의 심각한 녹조. 유화를 그리고 있는 듯한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고 이 물이 농업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  경남 양산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작은 지천인 화제천의 심각한 녹조. 유화를 그리고 있는 듯한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고 이 물이 농업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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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경남 양산에서도 비슷한 현장이 목격됐다. 이날 낙동강네크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양산의 한 수로와 논으로 녹조 강물이 그대로 들어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 사실을 필자에게 통보해 왔다.

녹조 곤죽의 농업용수가 들어가고 있는 경남 양산 원동들

문제의 양수장에선 이노정 앞 응암천에서 본 것보다 더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그 녹색 물이 수로를 통해 논으로 유입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경남 양산의 원동들이 문제의 논이고 이 논으로 물을 대는 곳이 낙동강과 지천인 화제천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양산화제양배수장이다.

이곳에서 취수한 녹조 물이 수로를 통해 원동들의 논으로 유입된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녹조 독의 10%까지 작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동들로 강물을 공급하는 수로에 녹조가 가득하다. 이런 물로 주변 논의 벼들이 자라고 있다.
▲  원동들로 강물을 공급하는 수로에 녹조가 가득하다. 이런 물로 주변 논의 벼들이 자라고 있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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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이를 직접 현장에서 목격하고 그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양산 원동들 논밭의 녹조 문제는 강물의 흐름을 막고 지천 오염원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낙동강오염총량제와 낙동강 유역종합관리대책의 실패로 보인다. 이곳은 하굿둑으로 막힌 상시적 녹조 발생 구간이다. 또, 화제천 상류에 있는 축사 등으로부터 오염원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양수장 취수 지점이 낙동강 본류와 지천에 만나는 정체 수역으로 녹조가 발생하기 유리한 지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낙동강 하굿둣을 상시 개방하고, 상류 보들 또한 수문을 상시 개방해서 낙동강이 계속 흐르도록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낙동강 녹조 문제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원동들에서 생산한 쌀과 채소는 전량 국가가 수매해서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조의 영향을 받은 농산물을 그대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장을 지켜본 활동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비단 원동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낙동강을 따라 있는 8개 보에서 뻗은 양수장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는 경상도 지역 낙동강 유역의 모든 논밭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원동들의 한 논. 논에 심각한 녹조가 창궐해 있다.
▲  원동들의 한 논. 논에 심각한 녹조가 창궐해 있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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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농작물은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이쯤 되면 이는 경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시민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전국적 여론이 모아질 때 작금의 녹조 문제는 해결되리라 본다.

아기 고라니의 죽음이 말하는 것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원동들의 한 수로에서 죽어가고 있는 아기 고라니의 모습도 전달했다. 낙동강 주변 야생동물들의 죽음 현황과 역학조사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문제로 보인다. 이처럼 낙동강 녹조는 우리 인간들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낙동강 8개 보와 하굿둑을 상시개방하는 것이다. 낙동강이 상시적으로 흐르는 강이 될 때 비로소 낙동강 녹조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야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어서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강이 살고 생태계가 살고 우리 인간이 살 수 있다.
 
경남 김해 원동들 수로 옆에서 녹조 독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아기 고라니.
▲  경남 김해 원동들 수로 옆에서 녹조 독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아기 고라니.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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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취재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낙동강 보가 만들어진 지난 10년 동안 녹조로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 녹조는 강의 죽음을 넘어 이제 인간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녹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루빨리 낙동강 보 전면 개방이 그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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