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대암양수장 취수구는 한여름 내내 뒤덮여있었던 녹조가 사라지고 없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정상적인 모습의 대암양수장이다. 그런데 이미 양수장을 통해 올라온 녹조가 선명한 낙동강물은 인근 논으로 다 들어간 상태다. 녹조 물이 그대로 논으로 들어간 것이다. 논 안에서 녹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그 현장을 찾아봤다.
녹조로 무럭무럭 자라는 논의 벼
경남 합천군 덕곡면의 한 들판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개구리밥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초록색 녹조덩이가 논 전체를 뒤덮었다. 녹조 물이 들어간 논에서 벼들이 자라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이곳에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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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합천군 덕곡면의 한 논. 논에서 심각한 녹조가 창궐했다. 낙동강물을 농업용수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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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녹조는 독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발암성까지 가지고 있는, 청산가리 100배 수준라는 치명적인 독이 녹조에 들어있고 그 독은 생물농축 과정을 통해 벼를 통해 나락으로까지 들어간다는 것이 최근 확인된 사실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가을 수확한 낙동강 주변에서 생산한 쌀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1킬로그램당 3.18마이크로그램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과 함께 밝혀내고, 그 사실을 올해 초 언론을 통해 폭로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낙동강 주변에서 낙동강 물로 재배한 모든 농산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될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배추와 무, 상추에서는 녹조 독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낙동강 주변에는 쌀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채소류들이 생산된다. 그 쌀과 채소는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전 국민이 위험한 밥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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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작은 지천인 화제천의 심각한 녹조. 유화를 그리고 있는 듯한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고 이 물이 농업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
ⓒ 임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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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경남 양산에서도 비슷한 현장이 목격됐다. 이날 낙동강네크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양산의 한 수로와 논으로 녹조 강물이 그대로 들어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 사실을 필자에게 통보해 왔다.
녹조 곤죽의 농업용수가 들어가고 있는 경남 양산 원동들
문제의 양수장에선 이노정 앞 응암천에서 본 것보다 더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그 녹색 물이 수로를 통해 논으로 유입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경남 양산의 원동들이 문제의 논이고 이 논으로 물을 대는 곳이 낙동강과 지천인 화제천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양산화제양배수장이다.
이곳에서 취수한 녹조 물이 수로를 통해 원동들의 논으로 유입된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녹조 독의 10%까지 작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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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동들로 강물을 공급하는 수로에 녹조가 가득하다. 이런 물로 주변 논의 벼들이 자라고 있다. |
ⓒ 임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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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이를 직접 현장에서 목격하고 그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양산 원동들 논밭의 녹조 문제는 강물의 흐름을 막고 지천 오염원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낙동강오염총량제와 낙동강 유역종합관리대책의 실패로 보인다. 이곳은 하굿둑으로 막힌 상시적 녹조 발생 구간이다. 또, 화제천 상류에 있는 축사 등으로부터 오염원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양수장 취수 지점이 낙동강 본류와 지천에 만나는 정체 수역으로 녹조가 발생하기 유리한 지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낙동강 하굿둣을 상시 개방하고, 상류 보들 또한 수문을 상시 개방해서 낙동강이 계속 흐르도록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낙동강 녹조 문제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원동들에서 생산한 쌀과 채소는 전량 국가가 수매해서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조의 영향을 받은 농산물을 그대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장을 지켜본 활동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비단 원동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낙동강을 따라 있는 8개 보에서 뻗은 양수장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는 경상도 지역 낙동강 유역의 모든 논밭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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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동들의 한 논. 논에 심각한 녹조가 창궐해 있다. |
ⓒ 임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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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농작물은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이쯤 되면 이는 경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시민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전국적 여론이 모아질 때 작금의 녹조 문제는 해결되리라 본다.
아기 고라니의 죽음이 말하는 것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원동들의 한 수로에서 죽어가고 있는 아기 고라니의 모습도 전달했다. 낙동강 주변 야생동물들의 죽음 현황과 역학조사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문제로 보인다. 이처럼 낙동강 녹조는 우리 인간들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낙동강 8개 보와 하굿둑을 상시개방하는 것이다. 낙동강이 상시적으로 흐르는 강이 될 때 비로소 낙동강 녹조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야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어서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강이 살고 생태계가 살고 우리 인간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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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 원동들 수로 옆에서 녹조 독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아기 고라니. |
ⓒ 임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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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취재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낙동강 보가 만들어진 지난 10년 동안 녹조로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 녹조는 강의 죽음을 넘어 이제 인간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녹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루빨리 낙동강 보 전면 개방이 그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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