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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스토킹 피해 경험 있어”…밤늦게 계속된 신당역 추모 발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9/16 09:11
  • 수정일
    2022/09/16 09: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2-09-16 07:00수정 :2022-09-16 08:25

신당역에 차려진 ‘추모의 장소’
공사 동료들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하는 것은 회사의 책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평소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가 살해하는 사건이 14일 저녁 벌어졌다. 15일 저녁 사건 현장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평소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가 살해하는 사건이 14일 저녁 벌어졌다. 15일 저녁 사건 현장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그곳은 언제나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길”,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게 꼭!! 지켜보겠습니다”, “하루하루를 또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길”

 

지난 14일 여성 역무원이 평소 자신을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들머리에 ‘추모의 벽’이 생겼다. 15일 퇴근길에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한 글자씩 포스트잇에 눌러 적은 추모 메시지를 붙였다. 이날 밤 9시 현재 조화 20개도 이곳에 놓였다.

 

이날 저녁 이곳을 찾은 여성들은 조화를 놓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더는 스토킹 범죄에 여성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안아무개(32)·윤아무개(32)씨는 “저희도 헤어진 연인이 집으로 찾아오는 등의 경험을 하기도 해 상당한 불안감을 느낀다. 아마 대부분의 여성이 경중만 다르지 비슷한 스토킹 피해를 당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하는데, 스토킹 범죄 피해 이후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분리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신당역 주변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송경희(54)씨는 눈물을 훔치며 “마음이 너무 아파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며 “또래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피해자와 비슷하게 홀로 일할 때가 많은 여성 노동자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퇴근길에 조화를 사 이곳에 들렸다는 남성들도 고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직장인 유찬열(28)씨는 “근처 은행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며 역무원 복장을 한 고인을 본 기억이 있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라며 “저도 모르는 사람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어 더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느낀다. 스토킹 살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장인 김아무개(37)씨는 “아주 친한 지인이 역무원 여성 노동자인데, 피해자와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탓에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동료 여성 노동자들도 이곳을 찾았다. 이들이 ‘추모의 벽’을 설치했다. 공사에서 역무원으로 일한다는 여성노동자 50대 ㄱ씨는 “이번 사건은 여성 폭력과 노동 환경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절대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회사 쪽에서 피해자 안전에 대해서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하는 것은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평소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가 살해하는 사건이 14일 저녁 벌어졌다. 15일 저녁 사건 현장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평소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가 살해하는 사건이 14일 저녁 벌어졌다. 15일 저녁 사건 현장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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