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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욕설 영상, MBC 보도 한참 전 인터넷에 퍼졌는데...정언유착?

“허위·조작” 주장에 이어 “정언유착”까지 주장하기 시작한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간사와 위원들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9.26. ⓒ뉴스1 
 
26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욕설 보도를 “허위·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당과 MBC의 “정언유착”이라고 주장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같은 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최초 보도한 MBC를 표적 삼아 법적 소송도 전개하겠다고 했다.

최초 언론보도(MBC) 이전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한 점을 들어, MBC가 보도 이전에 박 원내대표 측과 유착하여 영상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취지인데, 박 원내대표가 문제제기하기 한참 전에 이미 해당 영상은 대통령실에 출입하고 있는 모든 방송사가 공유한 상태였고, 기자들도 문제의 발언을 인지한 상태였다. 또 박 원내대표의 발언 한참 전부터 여러 기자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해당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특히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나”는 윤 대통령 발언 자막은 MBC 외에도 KBS, SBS, YTN 등 보도에서도 모두 동일했다. 모든 방송이 같은 판단을 했던 것이다. 주변소음을 제거한 영상까지 여러 버전으로 나온 상태이고, 이를 본 대다수 여론도 오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아랑곳 않고 “허위·조작” “정언유착” 등을 주장하며 최초 보도한 MBC를 표적삼고 있는 것이다.
 
22일 8시 이후 빠르게 퍼지던 윤 대통령 욕설 영상 ⓒ민중의소리
“이 XX들” 윤 대통령 욕설 영상
8시 이전 출입 방송사들 공유
8~9시 비출입사까지 정보공유
9시33분 박홍근, 대통령 욕설 언급
10시 전 트위터 등에서 공유
10시7분 MBC 최초 보도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매국적 정언유착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제목의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에서 국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민주당과 한 언론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향해 미사일을 쏘았다”라며 “해당 언론사는 보도윤리를 깨고 엠바고 전에 동영상을 민주당 관계자에게 슬쩍 건네주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방송에 보도도 되지 않은 동영상을 근거로 정책조정회의에서 막말 운운하며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잠시 후 MBC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대통령실 요구에 눈감은 채, 대뜸 ‘미국’, ‘이 XX들’, ‘바이든’ 같이 입맛대로 자막을 처리해 보도했다”라고 했다.


주장을 요약하자면 MBC가 보도 전에 민주당 인사에게 윤석열 대통령 욕설 영상을 건넨 뒤, 윤 대통령의 발언을 입맛에 맞게 조작하여 보도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성립하기가 힘들다.

이미 윤 대통령의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나” 발언 진위는 여러 버전의 주변소음 제거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윤 대통령 욕설 영상은 이미 MBC 보도와 박홍근 원내대표 문제제기 이전에 기자들 단체대화방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MBC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MBC 기자가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일원으로 촬영하고 곧바로 전체 방송사에 공유됐다. 그리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해당 영상에서 욕설 발언을 확인하고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한 시간이 22일 오전 8시 이전이었다고 한다. MBC 측은 “당시 뉴욕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여러 기자가 같이 영상을 돌려보면서 발언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욕설 정보와 영상은 오전 8시 이후부터 급속히 퍼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민중의소리도 여러 경로를 통해 22일 오전 8시에서 9시30분 사이 윤 대통령 욕설 정보와 영상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주최 행사에서 걸어 나오면서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X 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게 카메라에 잡혔다”는 정보를 먼저 받았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문제제기 전에 해당 영상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받았다.
 

MBC 보도 이전에 공유되던 윤석열 대통령 욕설 영상 ⓒ트위터
박홍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욕설을 언급한 시점은 이날 오전 9시 33분이다. 영상과 욕설 발언 정보가 기자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퍼지기 시작한 시점보다 한참 뒤인 셈이다. 또 MBC 보도는 이보다도 한참 뒤다. MBC는 엠바고(보도유예)가 해제된 22일 오전 9시 40분 이후인 당일 오전 10시 7분쯤 관련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는 누리꾼들이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보다 늦다. 한 누리꾼은 이날 오전 9시 52분쯤 윤 대통령 욕설 발언을 트위터에 올렸다.

종합하자면, 박홍근 원내대표가 발언하기 전에 이미 상당수 언론사가 정보파악뿐만 아니라 영상까지 모두 확보하고 있었고, 이를 보도할지 말지 서로 상황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트위터 등을 통해 영상은 이미 빠르게 퍼지고 있었고, 언론도 MBC를 시작으로 뒤늦게 보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MBC 측은 “비속어 발언으로 인한 비판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언론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언론 통제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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