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9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인권선언문 낭독을 보이콧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형수 지회장 페이스북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가로·세로·높이 1m의 비좁은 철제 구조물에 자신의 몸을 가두고 삭감된 임금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9일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하는 날을 맞이해 쓴소리를 했다.
유 부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인권선언 74주년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인권선언문을 낭독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선언문 낭독을 거부하고 자신의 입장을 대신 밝혔다. 그는 현재 노조법 2, 3조 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국회 앞에서 열흘째 벌이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며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노동자들,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제일 인권 유린을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의 인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언급된 ‘인권 유린을 많이 하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유 지회장은 “개인적 권리를 넘어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이렇게 희화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끼고,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같은 노조에서 활동하는 김형수 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지회장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유최안 동지가 낭독문(선언문)을 낭독하기로 했으나 윤석열이 인권상을 준다는 것을 알고 낭독문 낭독을 보이콧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퇴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매년 12월 10일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 채택일을 기념해 인권의 날 기념식을 열고 있다. 기념식은 주로 세계인권선언 30개 조항 낭독, 국가인권위원장 기념사,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 등으로 진행된다. 인권상에는 국민훈장도 포함돼 있다.
올해 인권의 날 기념식은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선정됐다가 막판에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양 할머니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수상 대상자(국민훈장 모란장)로 선정됐음을 통보받았지만,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아 수상이 사실상 취소됐다. 외교부가 관계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제동을 걸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양 할머니는 인권의 날 기념식을 하루 앞둔 8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상을 준다고 해서 흐뭇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무엇 때문에 다시 안 준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게 뭔 짓이냐.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니다”고 성토했다.
양 할머니는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일본 측이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다시 법적 다툼을 통해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 하라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이 결정에도 불복하고 항고를 거듭해 대법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외교부는 대법원에 판결 연기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굴욕적인 일본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