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가부 사업 수행 인건비를 정대협 경비로 사용한 것은 불법이다?
정의연(구 정대협)이 여성가족부 사업에 참여해 받은 국고보조금도 논란이다. 인건비 명목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놓고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정의연은 여가부의 사업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사업’을 2014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총 7차례 걸쳐 진행하고 인건비 명목으로 총 6천52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인건비를 받은 활동가들은 그 돈을 정의연에 돌려주며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정의연은 인건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은 뒤 사업을 직접 진행한 활동가의 계좌로 돈을 이체했는데, 나중에 전액이 다시 정의연 명의의 계좌로 들어온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은 윤 의원이 애초 정의연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음에도 인건비로 사용할 것처럼 여가부에 허위로 신청해 국고보조금을 받았다며, 이는 사기이자 보조금관리법 위반이라고 봤다.
하지만 윤 의원은 “반환이 아니라 기부”라며 적용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의원은 “본인들이 노동하고 급여를 지급 받아서 본인들의 의사로 그 급여를 기부한 것”이라며 “얼마를 기부했는지 구체적인 건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랬다면 본인 의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인건비를 받았던 과거 정대협 활동가는 본인의 ‘양심’에 따라 정대협에 기부한 것일 뿐이라고 재판에서 증언했다. 전직 정대협 상근활동가 B씨의 이야기다. 그는 2014년 1월부터 1년 동안 여가부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을 수행하면서 인건비로 총 1천800만원을 받았다. 총 2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큰 규모의 사업이었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해 책정된 인건비는 단 한 명의 인건비인 월 15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B씨는 인건비를 기부한 이유에 대해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제가 회계업무 등 다양한 실무를 했지만, 전국 순회 방문 사업 같은 경우에는 저 혼자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정대협 상근활동가가) 다 같이 수행했다”며 “혼자서 인건비를 받기에는 늘 함께 야근하면서 고생했던 상근활동가들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B씨는 자신이 기존에 전담하던 SNS 홍보 등의 업무에 여가부 사업 업무까지 겹치면서 업무가 과중됐다고 밝혔다. 이를 상근활동가들이 서로 분담해 처리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대협 상근활동가가 6~7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의 일을 도우며 늘 함께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B씨는 “기부는 제 개인적인, 양심적인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재판에서 검사는 B씨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피의자성 증인”이라고 소개하면서 그 발언의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검사는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왜 기부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사는 “그런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n분의 1로 돈을 나눠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는데, 이에 B씨는 “다른 활동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대협이라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부금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기 보다는 정대협 후원과 상근활동가 후원이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 정의연뿐만 아니라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관행’이기도 한데, 검사는 이런 ‘관행’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실제 정의연(구 정대협) 역시 자금 사정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윤 의원이 1992년 정대협 상근간사로 일할 당시 받았던 활동비는 단 30만원에 불과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활동비도 점점 올랐으나 일반 기업에 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사무국장을 할 땐 70만원을, 퇴직했다가 5년 지나 사무처장으로 복귀할 땐 210~220만원 정도를 활동비로 받았다. 정대협 상임대표를 지낼 때 처음으로 직급수당 10만원을 더 받아 230만원의 활동비를 받았고, 퇴직할 땐 마지막으로 3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외 수당은 전무했다.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사정상 수당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을 위해 묵묵히 활동했다.
B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기업에 다니다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정대협으로 이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전에 일하던 곳에서 받았던 급여는 250만원 이상을 실수령하는 정도였는데, 여기선(정대협) 150만 원밖에 안 준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다른 활동가들에게 급여를 물어봤는데 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굉장히 놀라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 적은 월급을 받는데도 괜찮았냐’는 판사의 질문에 B씨는 “처음엔 놀랐지만 정대협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대표님과 다른 활동가 모두 낮은 급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존경스러웠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대협이 이번에 문제가 된 여가부 사업을 맡게 된 것도 사실은 여가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정대협이 사업을 하기 직전해인 2013년까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여가부의 위탁을 받아 사업을 수행했다. 이를 정대협이 인수인계를 받아 사업을 이어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난 반면, 인건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 입장에선 ‘더 싼 값’에 ‘더 질 높은’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검찰의 논리대로 만약 정대협이 단순히 국고보조금을 가로채기 위해 사업을 벌였던 것이라면, 이런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사업을 굳이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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