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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尹, 일본 위해 한국의 3권 분립 훼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3/16 08:52
  • 수정일
    2023/03/16 08: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03.16 08:02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경제 위해 정치 부담 무릅써”

주 69시간 개편 부정 여론 커지자 한발 물러선 정부에

“연장 근로 관리 단위 확대 자체가 문제” 지적도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피고 기업 배상을 결정한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사이 “모순이 있다”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나중에 정권교체 등으로 강제동원 해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일본 내 우려에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일본 맞춤형’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지난 6일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 관계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출 규제 조치 해제와 안보 대화 재개 등을 논의할 예정이고 협력 사업을 준비하는 한일미래준비위원회(가칭) 발족에도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게 된 것 자체가 큰 진전이자 성과”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에 지난 15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하게 청취한 후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일부 조정하겠다는 방침인데 부정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 16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정상회담 앞두고 대법판결 부정, 일본엔 “걱정말라”

16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제강점기 관련 피해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일본 주장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한국 대통령이 일본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5년 협정과 2018년 대법 판결에 대해 “모순되거나 어긋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고 정치 지도자가 해야 할 책무”라고 했다. 대법원은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전범 기업 대상 소송에서 ‘강제동원은 1965년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일본 기업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모순’ 발언은 마치 일본 정부가 1965년에 식민 피해를 배상했는데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려 분란을 일으켰다는 말처럼 들린다”며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한국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 부정하면서 강제동원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않는 일본 쪽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더욱이 현재 계류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추후 확정 판결이 나와도 ‘제3자 변제’를 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려도 행정부가 뒤집겠다고 예고한 셈”이라고 설명한 뒤 “일본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국의 3권 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은 보편적 인권과 상식의 문제이고, 역사 정의에 대한 문제”라며 “윤 대통령은 자신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일부에선 ‘강제동원’, 다른 매체에선 ‘강제징용’으로 표기하고 한 매체 안에서 두 용어를 혼용하기도 한다. 강제동원은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용어로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징용’은 비상사태 때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특정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강제성은 있지만 불법성을 지운 표현이다. 군징집(징병) 등에서 발생한 피해자를 배제하는 효과도 있다. ‘강제징용’은 강제성을 두 번 넣은 동어 반복이다. 외교부의 공식 용어는 ‘강제징용’이고 행안부 산하 피해지원재단에선 ‘강제동원’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선 불법성과 강제성을 모두 희석하기 위해 ‘징용’이라고 표기한다.

▲ 16일 국민일보 만평

관련해 만평에서도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윤 대통령의 일본 맞춤형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국민일보 만평은 일본 출국을 앞두고 “방일 자체에 큰 진전”이라며 일본에 선물보따리를 가져다주는 그림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방일 자체가 큰 진전”이라는 평가만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정상회담이 양국간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회담 전부터 이미 모든 카드를 다 썼기 때문에 정상회담으로 일본이 무언가를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만평이다. 

한겨레 만평 역시 ‘군사 협력’, ‘제3자 변제’, ‘WTO 제소 취하’ 등 선물 보따리를 들고 일본에 방문하는 윤 대통령 모습을 그리면서 윤 대통령을 ‘1호 영업사원’이라고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온 것을 두고 “뭐지? 보이스피싱 같은 건가?”라면서 조건 없는 선물들을 오히려 의심하는 상황으로 표현했다. 정상적 거래가 맞는지 의심할 만큼 일방적 퍼주기라는 취지의 만평이다. 

▲ 16일자 한겨레 만평

오늘 한일정상회담, 엇갈린 평가와 전망 

조선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 방일, 한일 경제협력 복원도 미룰 수 없다>에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비판보다는 한일 관계 개선에 초점을 뒀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 요리무리신문 인터뷰 중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분야가 매우 많다”며 반도체, 우주 과학기술, 첨단 바이오 산업을 대표 협력 분야로 꼽은 점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제조업 강국인 한일은 5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며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없이 성장하기 어렵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 역시 한국 시장 없이 생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일 경제협력의 틀이 전 정부 시절 갈등으로 크게 흔들렸다”며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절반 가까이 철수했다. 지난 3~4년간 한일이 경쟁적으로 자해극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 16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미중의 첨예한 전략 경쟁과 더불어 급속히 진행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한일의 경제협력 복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문제”라며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 부담을 무릅쓰고 징용 문제 해법을 선제시한 것은 이런 경제적 이유도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매듭을 다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선언은 나오지 않는다”며 “정제된 문구를 다듬기에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하겠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말인가”라며 “만약 현재까지 알려진 것과 같은 수준과 내용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다면 윤 대통령은 두고두고 그 후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일본에 할 말을 하고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안보관도 문제 삼았다. 일본 정부가 전수방위 원칙을 허물고 반격 능력을 갖추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조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평화헌법 폐기는 일본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높다. 게다가 일본의 군비 증강은 동북아 군비 경쟁에 기름을 부을 중대 사안”이라며 “이렇게 함부로 동의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 69시간 노동, 정부 한발 물러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윤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의 핵심은 MZ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 권익 보호에 있다”며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종래 주 단위로 묶여있던 것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노사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다만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의견 수렴을 거쳐 방향을 잡겠다고 했다.

▲ 16일 경향신문 기사

경향신문은 <‘주00시간’ 숫자만 손본다는 정부…논란의 ‘본질’은 외면>이란 5면 기사에서 “정부안 골격을 유지하면서 부정 여론을 타파하는 ‘묘안’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정부안이 ‘집중노동’으로 노동자 과로를 양산할 수 있다며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소속 청년 노동자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여한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사업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습 시위를 열고 “청년들이 반대하는 주 69시간 제도를 폐기하라”고 했다. 이 장관은 “나중에 의견을 듣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앞서 “우리나라는 연장 근로 상한이 높고 산업 현장에서 연장 근로가 빈발하고 있다”며 “연장 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 조정이 아닌 연장 근로 관리 단위 확대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주 52시간제를 개편해 주당 노동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이번 정부 개편안에 우려를 내놨다. 세계일보는 사설 <주 52시간제 개선 취지 살리되 과로 우려 불식시켜야>에서 “합법적인 연차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포괄임금제를 악용한 ‘공짜 야근’이 적잖은 현실에서 몰아서 일하고 연장 근로 시간을 모아 휴가로 쓰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는 정부가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휴식권 보장 없이 최대 64시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한 방안에 대해서도 노동단체 반발이 큰 만큼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재검토에 나섰으니 개선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업자 악용이나 과로 우려를 씻어낼 안전판을 마련하는 등 세밀하게 다듬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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