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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의 대전환의 경제학] 달러패권의 균열과 세계경제의 다극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미국은 달러라는 상품을 수출한다. 그리고 그 상품은 인기가 많으며 믿을 만하다. 세계 각국은 그 상품으로 무역대금을 결제하거나 외환보유고로 쌓아 놓는다. 미국민들은 그 상품의 대가로 받은 또 다른 상품(자동차나 휴대폰)으로 삶의 질을 유지한다. 세계경제에서의 이러한 달러패권은 확고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그 달러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등을 거치며 중국, 러시아 등이 달러를 대체할 대안적인 통화를 찾고 있는데 기인한다. 중국은 지난 3월 자신들의 무역거래에서 위안화를 이용한 결제의 비중이 최초로 달러를 추월했다고 발표하였다.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달러를 통한 결제에 문제가 생기자 루블화나 위안화 등 대안적인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해왔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달러만이 국제통화로 기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브릭스 국가들에게 달러를 대체할 화폐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도 중국과의 원유 거래에 위안화 결제를 도입하였다.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확산도 달러패권을 흔드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미 연준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하원의 한 위원회에 출석하여 주요 국가들이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를 추진하는 만큼 미국도 이를 발행해야 지금 같은 종류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비트코인이 내년에 십만 달러 간다는 소위 ‘BTC 십만 달러 설’도 달러의 예전 같지 않은 위상과 관련되어 있다. 달러를 대체한다면 그것은 위안화가 아닌 디지털자산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연준의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잇따른 통화정책의 어려움도 달러 위상 추락의 원인이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과정에서 더욱 심화된 달러 풀기가 전 세계적인 자산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침체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미 지난 1분기 미국의 GDP증가율은 1.1%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밑돌았다. 세계 각국이 미국의 금융·통화정책을 추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세계 경제에 고통을 안기고 유럽 등의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탈달러 움직임을 본격화하게 하고 있다. 달러패권의 부작용이 커질수록 이에 대한 각국 경제의 볼멘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센 도전받고 있는 달러화,
‘전환’ 아니라 ‘부식’되는 기축통화 지위


최근 미국의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 또한 달러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혹자는 이것이 달러의 위기가 아닌 미국 정치권의 무능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이는 이러한 신용위험이 2011년과 같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뿐만 아니라 경제 권력을 중국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위안화와 같은 다른 통화로 대체될 수 있을까. 다수의 전문가는 그것이 아직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세계 최고의 국가인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달러라는 상품이 아직 제일 좋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위안화와는 달리 달러는 개방된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잘 갖추어진 법·제도로 인해 신뢰를 주기 때문에 그 수요가 견고하다는 점도 추가된다. 여전히 달러를 이용한 거래가 국제거래의 약 88%를 차지하고 있고 이 비중이 안정적인 이유이다.

 

 

 

미국의 100달러 지폐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것이 달러의 지위가 불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축통화의 지위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부식(Erosion)되는 것이다. 미국의 지위가 아직은 확고하지만 중국경제의 성장이 지속되고 대부분 국가의 최대무역국이 중국이라는 점, 앞서 언급한 달러패권의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그 균열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달러패권의 균열은 세계를 쪼개고 있다. 그간 미국 달러 중심의 단일화된 국제금융질서가 복수의 구심점을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극화된 세계 경제는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상당 기간 불안정할 것이고 이 불안정함에는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그런데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 대한 구태의연한 정책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가 이에 대한 국가적인 전략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디지털 대전환, 에너지 대전환 등에 이은, 한국경제가 맞고 있는 또 다른 변화의 역사에 현 정부의 합리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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