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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인상, 건설업계 이어 가게·학교·가정까지 도미노 충격

  • 김장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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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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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계

자영업자, 농업, 중소기업, 교육계와 지자체까지 파급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인상이 소비자 물가인상 뿐만 아니라 건설·철강업계 등 산업계와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업, 지자체 등에 도미노 충격을 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16일 1분기에 이어 올해 2분기(4~6월)에도 전기요금을 kWh(키로와트시)당 8.0원,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키로 했다.

산업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2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 1·2분기 두 차례에 걸쳐 21원 인상했으니, 3·4분기에 나누어 30원을 더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산업부는 기획재정부나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이번달 내로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또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초 난방비 폭탄에 이어 올 여름 냉방비 폭탁이 예고된 가운데, 추가 인상 계획까지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전기요금은 가정용, 산업용 모두 올라 경제 전반에서 다양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5월 16일부터 ㎾h당 8원 올랐다. 가스요금도 MJ당 1.04원 인상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의 한 달 전기·가스요금 부담은 총 740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5월 15일 오후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꽂혀 있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 2023.05.15. [서울=뉴시스]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계

지난 6일 국내 최대 시멘트회사 쌍용C&E는 7월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t)당 10만4천800원에서 11만9천6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신양회도 t당 10만5천원에서 12만원으로 가격을 올리겠다고 거래처에 통보했다. 다른 시멘트 5개 업체도 시멘트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30%를 올린 데 이어 올해 또다시 14.1% 올리게 된다.

2021년 6월 t당 7만5천원이던 시멘트 값은 현재 10만5천원 선으로 약 40% 뛰었다. 이번에 다시 가격을 12만원 수준으로 올리면 2년 새 60% 급등하는 셈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시멘트 가격인상요인으로 전기료 인상을 들었다.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전기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에 이른다. 시멘트 원료를 녹이는 킬른(소성로)은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쌍용C&E는 17억3천만원, 성신양회는 4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를 시멘트 가격인상으로 메우려는 시도이다.

레미콘 업체와 건설업계는 시멘트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1/3로 급락하였음에도 전기요금인상을 핑게로 시멘트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레미콘업계가 레미콘 단가 인상을 건설사에 요구하게 되고, 이는 건설공사비,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달 건물 건설공사비지수가 2015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150.25로 상승했다고 잠정집계했다. 2021년 4월(128.0)년 전에 비하면 22년 만에 22.25% 상승한 것이다. 분양가 상승은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과 맞물려 미분양 사태가 더 악화할 우려가 크다.

시멘트 가격인상은 레미콘 업체와 건설사 사이의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가 레미콘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레미콘 업체가 공사를 중단함으로써 현장에서 셧다운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철근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전기요금 인상 발표가 나자 철근 가격을 6월 1일부터 톤(t)당 5,000원 인상방침을 관련 업계에 전달하였다. 철강생산은 전기로 의존이 높은데, 동국제강은 올해 1분기 전력비가 828억 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3.7%가 증가했고, 현대제철은 7,013억 원으로 7.4% 증가했다. 대한건설협회 월간 거래가격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고장력철근은 t당 99만5000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해 1만5000원 비싸졌다.

시멘트·철근 가격 인상은 고금리로 위축된 국내 주택사업에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으로부터 건설원자재 수입마저 어려워지면서 건설업계는 더욱 곤경에 처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곧바로 부동산PF의 부실이라는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자영업자, 농업, 중소기업, 교육계와 지자체까지 파급

공공요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피시방이나 노래방, 전기를 많이 쓰는 빵집 등이 특히 어렵다. 5월 중순부터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남일보에 따르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여점주는 “평균 140만 원 가량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여름이 되면 냉장 식품 등을 위해 24시간 에어컨을 켜야 하는데 벌써부터 겁이 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고깃집을 운영 중인 고 모(31)씨는 “평균 가스요금이 60만원~70만원, 전기요금이 200만~300만원 나오고 있다. 물가 인상으로 힘든데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9월로 종료되는 대출 상환 유예 조치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대출 특별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만기연장조치는 2025년 9월까지 자율 협약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지만 상환유예는 9월 종료돼 10월부터 기존 대출분에 대한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농가의 주름살 역시 더 늘어나고 있다.

이번 전기요금인상은 전력종류에 상관없이 kWh(키로와트시)당 8.0원을 올렸기 때문이다. 다만 농사용 전기요금은 이번 인상분에 한 해 3년에 걸쳐 3분의 1씩 반영하기로 하였다. 즉 농사용 전기요금은 1kWh(키로와트시)당 2.7원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농사용(갑)*은 96.9%, 농사용(을)*은 47%나 인상한 바 있다.

한농연은 지난달 17일 ‘농촌 현실 고려한 농사용 전기요금 체계 마련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올해만 벌써 2번째 요금인상으로 지난해보다 더 오른 데다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 전기 사용이 불가피한 농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전기요금체계는 크게 주택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일반용으로 나뉜다. 농사용은(갑)은 양곡생산을 위한 양수, 배수펌프 및 수문조작에 사용하는 전력이며, 그 이외에 육모, 축산, 양잠, 수산물 양식 등에 사용하는 전력이 농사용(을)이다. 일반용은 상가, 오피스텔, 사찰, 교회 등에서 사용하는 전력이다.

중소기업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KBS는 올해 초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전기요금이 부담이라고 답한 업체는 무려 95%’, ‘전기요금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고 있다는 업체는 열 곳 중 한 곳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전기요금이 전체 생산원가의 30%에 이르는 주물이나 금형, 용접 등 이른바 뿌리업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부터는 봄, 가을철보다 비싼 여름철 전기요금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중소기업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지자체들도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추가예산 편성에 나서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7일 올해 첫 추경예산안 4조4천138억 원을 편성해 대구시의회에 제출하였다고 밝혔다. 추경안은 216억 원 증액된 것으로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학교현장 부담완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충북교육청 역시 지난 2월 9일 올해 1회 추경예산에 약 140억 원을 반영하여,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학교운영비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였다.

지자체 중 제주도청 본청(1청사)과 2청사의 올해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1억원 넘게 추가로 지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1·2청사 전기사용료로 1억4800만원을 추가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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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누구보다도 힘든 것은 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들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 6.9원/kWh, 3분기 5.0원/kWh, 4분기 7.4원/kWh 올랐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1분기 13.1원/kWh 오른데 이어 이번에 8.0원/kWh 올랐다. 2022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총 40원/kWh가 오른 셈이다.

물가 상승률은 3%대에 안착하며 둔화했지만 에너지 공공요금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20%대 상승률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전기요금은 1년 새 25.7% 올랐다.

이처럼 전기·가스 등의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6월)'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전년동기대비)는 점차 둔화하고 있는 반면, 근원물가는 둔화속도가 더디다. 근원물가는 농산물 원자재와 같이 가격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것을 평가한 지수로,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낸다. 한국은행은 이날 근원물가의 둔화속도가 더딘 이유로 전기·가스·수도요금 인상을 지목하였다.

작년 7월 6.3%를 정점으로 하락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소폭 상승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전기요금이 1킬로와트시(kWh)당 7.4원,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 당 2.7원씩 각각 인상된 결과다. 올해 1월에도 전기요금 인상(kWh당 13.1원 인상)에 물가 상승률은 전월(5.0%)보다 0.2%포인트 상승한 5.2%를 기록했다.

공공요금 인상은 저소득층이 더욱 크게 체감한다.

지난해 주택·수도·전기·연료 물가 상승률은 5.5%였다. 그러나 소득 하위 20% 가구의 상승률은 6.2%로 이보다 높았다. 반면 소득 중위 60%의 상승률은 5.3%, 소득 상위 20%의 상승률은 5.2%에 그쳤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450㎾h를 초과할 경우 누진제가 적용된다. 이때 전력요금은 ㎾h당 214.6원에서 307.3원으로 급등한다. 기본요금도 1,600원에서 7,300원으로 오른다. 하계 전기요금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적용된다.

이런 누적 인상분이 올여름 냉방비에 한꺼번에 반영되면, 작년 여름보다 훨씬 많은 냉방비 폭탄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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