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폭염에 냉방비 걱정...에어컨 1시간 덜 써도 작년보다 더 나온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연속 인상...㎾h당 28.5원 올라

서울 시내 전기계량기 모습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연속적으로 인상된 전기요금으로 냉방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7~8월 전기요금은 지난해보다 냉방기를 덜 사용해도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순간 최대 전력 수급량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은 8만3,391㎿(메가와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말·8월초 전력 수급량이 8만5,000㎿~7만7,000㎿사이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분기(7~9월) 이후 매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여름과 비교하면 ㎾h(킬로와트시)당 28.5원(27%)이 올랐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액으로 구성된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은 누진구간에 따라 단계별로 높게 책정된다. 여름철인 7~8월에는 냉방기 사용을 고려해 기존보다 누진구간 상한이 100㎾h 늘어난다. 기후환경요금과 연료비조정액은 누진구간과 상관없이 사용한 전력량에 비례해 계산한다.

지난해 7월 전기요금은 1구간인 월 전력사용량 300㎾h까지는 ㎾h당 93.2원, 2구간인 301∼450㎾h에는 ㎾h당 187.8원이 부과됐다. 450㎾h를 초과한 3구간은 ㎾h당 280.5원으로 계산했다. 기본요금은 전력사용량이 1구간에 머물면 910원, 2구간은 1,600원, 3구간은 7,300원이 부과된다. 같은 기간 기후환경요금은 ㎾h당 7.3원, 연료비조정액은 ㎾h당 5원이 적용됐다.
이후 지난해 4분기, 올해 1, 2분기 연속으로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전력량요금은 ㎾h당 26.8원, 기후환경요금은 ㎾h당 1.7원이 뛰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기요금은 1구간 ㎾h당 120원, 2구간 ㎾h당 214.6원이 적용된다. 3구간은 ㎾h당 307.3원으로 계산한다. 기후환경요금은 ㎾h당 9원이 됐다. 기본요금은 변화 없으며, 연료비조정액도 최고치인 ㎾h당 5원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7~8월 4인 가구 기준 평균전력사용량은 427㎾h다. 이를 기준으로 올해 8월 한달 전기요금을 계산하면 '기본요금 1,600원 + 전력량요금 63,254원(1구간 36,000원 + 2구간 27,254원) + 기후환경요금 3,843원 + 연료비조정액 2,135원 = 70,832원'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0%, 전력산업기반기금 3.7%가 붙으면 실제 납부해야 하는 전기요금은 8만원까지 오른다.

 

 

 

지난해 7~8월 4인 가구 기준 평균 전력사용량 427㎾h를 사용했을 때 예상되는 전기요금은 70,832원이다(부가가치세, 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 ⓒ한국전력 홈페이지

지난해 전기요금 체계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기본요금 1,600원 + 전력량요금 51,810원(1구간 27,960원 + 2구간 23,850원) + 기후환경요금 3,117원 + 연료비조정액 2,135원 = 57,062원'이다. 지난해와 사용전력량이 같다면 올해 7~8월 전기요금은 약 14,0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냉방기 가동시간을 줄이더라도 지난해보다 전기요금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소비전력 1000W의 에어컨을 한달 동안 1시간 덜 사용한다면 30㎾h(1000W X 30)를 절약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한달 전력사용량이 397㎾h(427㎾h - 30㎾h)를 기록했다고 가정하고 현재 전기요금 체계로 한달 전기요금을 계산하면 63,974원이 나온다. 여전히 지난해 평균 전력사용량의 전기요금보다 높다. 같은 에어컨을 한달 동안 2시간 덜 가동해야 57,116원(전력사용량 367㎾h) 정도가 나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냉방비 부담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14만 기초생활수급자(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에게 에너지바우처를 지급기로 했다. 기존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인 80만여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외에 지난해 추가 예산 편성을 통해 일시적으로 확대했던 30만 주거·교육급여 수급자도 계속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또 한국전력은 여기에 차상위 가구를 더한 약 200만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5월 요금 인상분(약 5%)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전력사용을 줄인만큼 돈으로 돌려받는 에너지캐시백도 시행 중이다. 에너지캐시백은 전기 사용량을 과거 2개년 평균보다 10% 이상 절감하면 1㎾h당 최대 100원을 돌려주는 제도다. 지난해 1㎾h당 30원 수준에서 인센티브를 늘렸다. 지난 6월부터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신청 받기 시작해 지난달 초 기준으로 59만가구 이상이 신청했다.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 게시판의 온도가 31도를 가르키고 있다. 시민들이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2023.08.03 ⓒ민중의소리

 

 

 

소상공인 "다음달 전기요금 고지서 보기 겁나"...실질적인 지원책 촉구


가정에 비해 오랜 시간 냉방기를 가동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냉방비 걱정이 더 심하다. 관악구에서 김치찌개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유 모 씨는 "다음달 전기요금 고지서 보기가 겁난다"면서 "오전부터 늦은 저녁까지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어서 전기요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이 부담되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냉방기 가동을 줄일 수도 없다. 유 씨는 "지금은 더위가 너무 심해서 (전기요금을) 절약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면서 "전혀 절약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냉방기를 끄고) 창문 열면 오히려 더 덥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업장에서 사용하는 일반용 전기는 여름철에 단가가 더 비싸진다. 봄·가을철(3~5, 9~10월)에는 요금제에 따라 최고 ㎾h당 90.6원이 적용되지만, 여름철(6월~8월)에는 최고 ㎾h당 142.6원까지 오른다. 부하시간대를 적용받는 요금제라면, 여름철 최대부하시간대(11:00∼12:00, 13:00∼18:00)에는 최고 ㎾h당 221.4원을 적용받는다.

이에 정부에서는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분할납부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며, 월 요금의 50% 이상 납부하면 나머지 금액을 최대 6개월 분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노후 냉방기 교체 지원 사업, 고효율기기 지원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전기요금 감소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유 씨는 "분할납부는 언젠가는 납부해야 하는 걸 미루는 것뿐"이라며 실효성을 의심했다. 노후 냉방기 교체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2015년도 이전 제품을 대상으로 교체 금액의 40%를 지원하는 건데, 냉방기기가 워낙 비싸고 경기도 나쁘다 보니 40%를 지원받아도 부담된다는 분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보다 직접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하는 '에너지 지원 법제화',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통한 '소상공인 전용 요금제 신설' 등 체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소상공인에게는 냉방비 폭탄을 피할 수 있는 '즉시 요금할인'이 절실하다"면서 "프랑스는 10조8천억원의 전기세를 감면하고, 스페인은 전기요금 부가가치세를 10%로 인하하는 등 실질적인 요금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금 납부유예 등 단기 대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하절기 요금할인, 소상공인 전기요금체계 개편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