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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단 뒤집은 항소심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자, ‘쏘카’는 진짜 사장”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

타다 ⓒ민중의소리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플랫폼 기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라 주목된다. 법원은 타다 운영사의 원청인 ‘쏘카’가 ‘진짜 사장’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김상철·배상원 부장판사)는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가 운전기사들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쏘카의 손을 들어준 1심을 뒤집고 당시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고 21일 판결했다.

 

 

쟁점은 쏘카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지휘·감독했느냐 


앞서 VCNC는 2019년 7월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던 A씨를 포함해 운전기사 70여 명에게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로서 쏘카가 이용자에게 임대한 차량을 운전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인력파견 업체는 당시 운전기사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타다 본사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조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인원 참축을 진행하게 됐다’며 인원 감축을 통보했다.

인원 감축 명단에 포함된 A씨는 ‘부당해고’라며 반발하며 2020년 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5월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쏘카는 A씨를 실질적인 지휘.감독한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쏘카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쏘카는 A씨를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고, A씨는 쏘카에 전속돼 있지 않는다며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A씨는 쏘카의 취업 규칙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했고, 근무내용도 스스로 결정하는 프리랜서였다는 것이다. A씨에 대한 보수도 근로 자체의 대가성을 갖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쏘카는 설령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사용자는 인력파견 업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쏘카가 A씨의 사용자라고 가정하더라도, 인원 감축 통보는 주말 선순위 배차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일 뿐 운전기사가 부족한 경우에는 여전히 배차될 가능성이 남아 있으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반면 A씨는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을 결정했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반박했다. 운전기사는 사실상 복무 규정 에 해당하는 각종 규율을 준수해야야 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원고로부터 경고·대면교육·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받았다는 것이다. 쏘카는 운전기사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했고, 운전기사는 이에 구속을 받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가 받은 보수도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돼 근로 자체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아가 A씨는 인력파견 업체는 쏘카의 타다 서비스에 필요한 운전기사를 공급한 것에 불과하고, 운전기사인 자신이 근로제공을 한 상대방은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인 쏘카라고 지적했다. 설령 VCNC가 타다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실질적 주체라고 보더라도, 쏘카는 VCNC와 공동사업주의 지위에서 타다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였으므로 공동사업주의 법리에 따라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원 감축 통보 역시 단순히 선순위 배차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취지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쏘카의 주장에 맞섰다.

 

 

 

항소심 “타다 운전기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 “쏘카는 실질적 사용자”


이에 대해 작년 7월 1심은 “출발지와 목적지, 경유지 등 운전기사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에 의해 결정됐고, 운전기사는 배차를 수락할지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A씨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위해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쏘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A씨가 그런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A씨가 운행시간 동안 임의의 장소에서 대기하지 못하고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장소에서 대기한 점, 타다 앱에 의해 결정되는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해야 한 점, 각 서비스 단계에서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 멘트 외엔 대화 시도가 불가능한 점 등을 꼽았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드라이버를 위한 취업규칙이나 복무 규정은 따로 없었지만 각종 교육자료와 업무 매뉴얼, 근무 규정이 제공됐다”며 “A씨는 노무 제공 과정에서 타다 앱 등을 통해 업무 수행방식, 근태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는 ‘지휘·감독을 한 적이 없다’는 쏘카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매주 운행시간과 운행조가 특정된 배차표를 배부받았고, 프리랜서 드라이버 계약서에 운행시간을 명시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근무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선택권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운행 시간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도 사실상 없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를 비롯한 프리랜서 운전기사는 운행 시간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는 있었다”면서도 실제 운전기사가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시 각종 압박과 패널티가 주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인사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어 사실상 배차 수락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운전기사가 운행 시간 외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겸업이 가능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므로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A씨가 지급받은 돈도 운행 횟수와 무관하게 근로시간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제공한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 즉 임금의 성격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쏘카가 프리랜서 운전기사의 ‘진짜 사장’임을 분명히 확인하기도 했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인력파견 업체는 쏘카에게 A씨를 소개하고 공급한 업체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며 쏘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근거로 프리랜서 운전기사들이 인력파견 업체와 체결한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은 인력파견 업체와 쏘카가 체결한 운전용역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점, 프리랜서 운전기사 채용 시 ‘타다 드라이버 채용’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는 점, 인력파견 업체는 VCNC로부터 제공받은 정보 외에는 프리랜서 운전기사의 근무상황과 관련한 어떠한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는 쏘카이고, VCNC는 쏘카로부터 타다 서비스 사업을 위한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에 불과하여 참가인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쏘카와 VCNC 사이에 체결된 예약중개계약에 따르면, VCNC의 업무 범위에는 ‘타다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합의한 제반 업무’가 포함되어 있고, ‘VCNC는 타다 서비스 중개업무의 구체적인 수행방안에 관해 사전에 쏘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며 “VCNC가 타다 앱을 운영하면서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결국 VCNC 자신의 사업을 위한 업무를 행한 것이 아니라 타다 서비스 운영자인 쏘카를 대행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쏘카는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로서 그 사업 운영에 필요한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파견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후, VCNC를 통해 참가인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정함으로써 참가인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동계 “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확대 위한 제도적 논의 착수해야”


항소심의 이러한 판단이 타다 운전기사들이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며 집단으로 제기한 소송의 결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2020년 5월 타다 운전기사 20여 명은 쏘카와 VCNC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변론이 진행 중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제라도 쏘카가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기를 겪었던 드라이버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대노총도 이번 항소심 판결을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이를 반영해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 플램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논의에 착수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번 판결이 그동안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사실상 사용자 지위에서 지휘·감독을 해왔지만,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려 했던 플랫폼 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지금부터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여 법적 사각지대 해소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쏘카는 VCNC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고 2018년 타다 서비스를 개시했다. 타다 서비스는 자동차 대여 사업자인 쏘카가 VCNC가 개발해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타다 앱)을 기반으로 해 타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가입한 회원에게 쏘카가 소유한 11인승 승합차를 대여해줄 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 운전용역을 제공한 운전기사를 알선해준다.
 

“ 최지현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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