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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경우 비대위원에게 임명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29 ⓒ뉴스1
민경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임명 하루 만인 3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폄훼 등 각종 망언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사 검증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책임자의 위치에서 숱한 인사 검증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인사 검증 기능은 한 위원장이 장관으로 있던 법무부로 이관됐다. 법무부는 작년 5월 시행령을 고쳐 윤 대통령 취임 직후 고위직 인사 검증을 하는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했고, 이때부터 인사정보관리단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았던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이 제도 도입 당시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법무부 권한과의 괴리가 커 위법 논란이 제기됐으나, 정부는 ‘밀실에서 진행되던 일을 양지로 옮겨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희석시켰다.
그러나 시스템 개편 이후 확인된 건 인사 검증 기능의 미작동이었다.
금융감독원이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해당 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을 앉히거나, 임명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총선에 차출되고, 또 다른 임명직 고위직 인사가 그 자리에 앉는 경우가 잦았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것 외에 발탁 사유가 설명되지 않는 인사도 더러 있었다.
위 사례들의 경우는 굳이 따지자면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 대통령 및 친인척 리스크 확산 등 여러 불안정한 요인들에 의해 적재적소 가용한 인재가 없는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뤄진 인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검증 기능이 정상 작동하더도 구조적으로 쳐내기 쉽지 않은 영역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세평 조사 정도로만 확인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를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기초적인 인사 검증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년 2월 정순신 전 검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결정이 하루 만에 취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임명 직후 정 전 검사의 아들이 2017년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면서 기숙사 같은 방 동급생에게 8개월 간 언어폭력을 가해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검사 측은 ‘전학 처분이 과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소송 과정에서 정 전 검사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월에는 주식파킹, 편법증여, 여성혐오 저널리즘 등 다수의 비위가 불거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심지어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청문회장을 도망쳐 나오는 초유의 사태까지 연출했다. 비슷한 시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도 수십억 재산을 수년간 신고하지 않고 은폐한 사실 등이 확인돼 낙마했다.
최근 국민의힘 민경우 비대위원 발탁 및 사퇴 역시 이 같은 종류의 인사 검증 문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이 된 민 위원의 노인 비하 발언, 일본 식민지 침략 정당화 발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폄훼 발언 등은 그가 나온 유튜브 몇 개만 들여다봐도 확인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처럼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때도 그렇고 집권 여당의 대표 격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도 인사 검증 기능의 상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한 위원장이 검찰 시절 수사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만큼, 이런 종류의 인사 검증 문제를 단순한 부실이나 무능력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한 위원장은 인사정부기획단 출범 당시 “인사 검증을 법무부-공직기강비서관실로 나눠 상호 견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증 실패가 누적되자 국회에서 “법무부는 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의견 없이 대통령실에 넘긴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의 이러한 입장은 곧 각종 인사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에 있다는 말로 읽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 민경우 전 위원 검증 책임과 관련해 아예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31일 “대국민 사과나 반성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무개념 인사였다”며 “장관 시절엔 자료만 수집한다며 인사 참사 책임을 회피하더니, 이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이냐”고 물었다.
국민의힘은 적반하장의 태도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같은 날 “민 위원은 논란이 됐던 발언에 대해 바로 사과했고, 비대위원 사퇴로 책임을 졌다”며 “지금껏 특정 집단과 계층에 대한 숱한 비하 발언과 사회적 비난을 샀던 사안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분명 다르다”고 했다. 한 위원장의 검증 기능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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