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선포 즉시 뉴스타파 피고인 세명은 짐을 싸서 집을 나섰습니다. 계엄군 언론인 체포 1순위일테니까요.” “편집국장, 부장과 함께 급히 피신했었습니다. 긴급 체포 대상 1순위였을 테니까요.” 지난 12·3 비상계엄 직후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와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가 각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을 비판한 언론인들에겐 어김없이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이례적인 사건이어야 할 언론인 압수수색은 빈번해졌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지만 수사기관을 동원한 ‘언론탄압’은 현재진행형이다.
전례없는 고소·고발과 수사, “검찰권 사유화한 언론탄압”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보도를 냈다가 고소·고발 당하거나 수사를 받은 언론인이 소속된 매체는 14곳에 달한다. 경향신문, 뉴스버스, 뉴스타파, 뉴스토마토, 리포액트, 서울의소리, 한겨레, 한국일보, CBS, KBS, MBC, TBS, JTBC, UPI뉴스 등이다.
이전 정부 때도 정부비판 보도에 고소·고발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진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3년도 채우지 않은 시점에서 수사가 잇따른다.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는 “대통령이 검찰권을 사적으로 사유화해 보복한 언론탄압”이라고 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조금이라도 불편한 보도가 나오면 검경을 동원해 탄압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주요 국면마다 어김없이 언론을 향한 압박이 뒤따랐다.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특별수사팀이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에서 꾸려지면서 대대적인 언론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팀이 꾸려진 직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뉴스타파 보도를 가리켜 “사형이라도 해야 할 만큼 중대범죄”라고 했다.
직후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민주화 이후 언론사 대표에 대한 초유의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김용진 대표는 “공권력이 (압수수색으로) 뉴스룸과 기자들을 짓밟고 들어올 때 실감이 나더라”라며 “형사사건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도 이렇게 다루는데 일반인에겐 얼마나 가혹하게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검찰은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 등에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을 벌인다. 여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의혹을 방송에서 ‘인용’했다는 이유로 KBS 최경영·주진우, TBS 김어준·신장식 등 라디오 진행자를 향한 명예훼손 고발도 이어간다.
채상병 사건과 관련, 임성근 구명에 VIP가 연루됐다는 JTBC의 보도에도 어김없이 국민의힘의 고발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에 기자 이름을 9번이나 언급하며 압박했다. 김지아 JTBC 기자는 “기자 실명을 거론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위축됐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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