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뉴스 20241223]
-헌재 “윤석열, 탄핵서류 수령 안해도 효력...27일부터 심판 진행”
-"수거대상 '사살',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노상원 수첩 속 내란 모의 정황
-한덕수, 24일 국무회의에 특검법 상정 안 한다‥야당, 총리 탄핵한다
-입법조사처 ‘한덕수, 총리 직무로 탄핵하면 151명이 정족수’
-윤석열, 25일 2차 출석요구도 거절‥체포영장 발급 임박
-윤석열 ‘총선 전 계엄’ 발언 들은 신원식의 행동

1894년 12월, 전봉준 장군이 지휘하던 동학농민군은 우금치 고개에서 마지막 남은 500명마저 최후를 맞았다. 전봉준의 농민군은 관군과 일본 연합군의 화력에 맞서기에 중과부적이었다.
보국안민(輔國安民,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케 하다), 제폭구민(除暴救民, 폭정을 없애고 백성을 구하다), 척왜척양(斥倭斥洋, 왜놈과 서양 오랑캐를 물리치자)의 기치는 끝내 서울에 가닿지 못했다.
130년이 흐른 2024년 12월 동짓날 밤,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를 위해 서울로 향하던 전봉준투쟁단이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문자메시지가 사발통문이 되어 영하 12도의 강추위를 뚫고 응원봉을 든 청년들을 불러 모았다. ‘난방 버스’가 도착하고, ‘선결재’된 커피·어묵·방한용품 등이 시위 현장에 배달되었다.
밤새 대오는 점점 늘어났다. 동짓날 긴긴밤 민중가요와 K팝이 응원봉 아래 어우러져 세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연대가 펼쳐졌다. 마침내 트랙터는 차벽을 뚫었다. 남태령에서 용산까지 꼬박 28시간. 아니 130년이다. 농민의 목소리가 서울에 가닿는 데 걸린 시간은. 남태령 대첩은 이렇게 국민 승리의 새역사를 창조했다.
헌법재판소 앞 윤석열 탄핵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경찰 차벽에 가로막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곧바로 ‘2024년 우금치’ 남태령으로 향했다. 김 대표는 ‘그날밤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고 기록했다.
가장 큰 고민은 대중교통이 끊긴 후 여기 모인 수많은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였습니다. 경찰과의 긴장된 대치상황도 우려됐지만, 체감기온 영하 12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 저체온증 등으로 건강상의 불상사가 생길 위험도 충분했습니다.
엿새 넘게 트랙터를 끌고 상경한 농민들은 경찰 차벽 따위에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었고, 곧 막차가 끊긴다고 안내를 해도 꿈쩍도 않고 쉼 없이 “차빼라!”를 외치는 시민들(대부분이 2030여성)을 강제로 귀가시킬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유발언에서 시민들은 계엄령이 선포됐던 밤에 국회 앞으로 달려오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을 고백하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서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그야말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결기가 넘치는 자리였습니다.
사정없이 매운 바람에 사지를 덜덜 떨면서 앉아있을 때, 어느 시민이 전해주고 가셨다는 미니초코바 몇 봉지가 종이봉투에 담긴 채 시위대열에 전달돼 왔습니다. 자그마한 초코바 한조각이라도 입에 넣으면 추위가 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걸 집어들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긴 밤을 지새우겠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다들 밤새울 준비(방한, 식량, 이불 등)는 없는 상황이었고, 내 앞을 지나는 자그마한 간식은 누구에게나 요긴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을 생각하며 초코바를 그대로 옆으로 넘겼는데, 내 옆사람도, 그 옆사람도, 그 뒷사람도 다들 종이봉투 안을 쳐다만 볼 뿐 내용물을 꺼내들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들은 그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구나, 내 마음이 소중한 만큼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도 소중히 지켜주고 싶구나, 이들은 오늘밤 남태령의 아스팔트 위에서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겠구나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차벽 앞에서 “차빼라” 외치는 시민들 곁에서 확성기를 꺼내들고 목이 터져라 몇시간을 함께 외쳤습니다. 남태령 도로 위에서 20여시간 동안 울려퍼진 “차빼라”는 경찰을 향한 분노섞인 요구이기도 하지만, 곁에 있는 서로에게 전하는 “힘내라”, “싸우자”, “이기자”와 같은 격려와 다짐의 외침이었습니다. 내 목소리에 힘이 빠지면 옆 사람이 지칠까, 끊임없이 힘을 끌어올리며 서로에게 의지해 밤을 지새운 겁니다.
이들은 밤새 이어지는 자유발언에서 마이크를 잡는 사람이 누구든 귀를 기울여주었고, 어떤 말에도 성의있게 반응해주었으며, 용기와 결심을 내비치는 사람에겐 아낌없이 응원을 표현해주었습니다. 사회자의 요구에도 즉각 호응하고, 스피커에서 어떤 노래가 흘러나와도(농민가, 농민이 최고야, 민중가요, 트롯가요 등까지도) 흥 넘치게 따라 불러주었습니다.
새벽이 깊어지자 남태령역사 안에서 바람을 피하며 쉬는 이들은 저마다 친절하게 인사 건네며 도움을 주고받았고, 여자화장실 등에 산처럼 쌓인 구호물품(?)들은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정돈되고, 채워지고, 적절히 나누어졌습니다.
생리대(사이즈별), 핫팩, 담요, 장갑, 마스크, 가글, 보조배터리, 의약품, 각종 음료와 간식, 김밥, 국밥, 죽, 심지어 집에서 해온 밥과 반찬까지... 교통편이 끊긴 새벽시간, 알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공수되었습니다.
세상천지 어디서 이렇게 열정적이고, 따뜻하고, 배려심있고, 친절하고, 다정하고, 포용력있고, 용감하고, 단호하고, 결기있고, 정의롭고, 체력까지 좋은(!) 사람들을 하룻밤에 수천명이나 새롭게 만날 수 있을까요.
남태령의 밤, 그날 그 자리에 함께했다는 사실은 제 인생에 크나큰 행운입니다. 그 뜨거운 눈빛과 맑은 음성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놓친 뉴스]
헌재 “윤석열, 탄핵서류 수령 안해도 효력...27일부터 심판 진행”
내란수괴 윤석열이 탄핵심판 관련 서류 수취를 8일째 거부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이 20일에 서류를 받은 것으로 ‘송달 간주’ 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답변서 제출 기한인 오는 27일로 예정된 변론준비기일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수거대상 '사살',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노상원 수첩 속 내란 모의 정황
내란수괴 윤석열과 김용현이 살인은 물론 전쟁까지 유도하며 나라와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려 했던 광기의 전모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12.3내란의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체포 대상으로 추정되는 명단과 함께 '수거대상', '사살'이란 표현이 발견됐다. 계엄 선포 이후 정치인과 언론인, 판사, 심지어 종교인까지 체포하고 사살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문구까지 나왔다.
한덕수, 24일 국무회의에 특검법 상정 안 한다‥야당, 총리 탄핵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상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두 특검법안의 공포 시한인 내년 1월 1일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계산이다. 총리실은 또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요구한 오늘까지 비상계엄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도 숙고해야 한다면서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덕수 총리가 시간을 지연하는 것은 헌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다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자 총리 자신이 내란 대행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그 즉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즉시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입법조사처 ‘한덕수, 총리 직무로 탄핵하면 151명이 정족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 전 ‘총리 직무 수행 중 탄핵 사유’가 발생했다면 탄핵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이면 된다고 국회입법조사처가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12·3 비상계엄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탄핵한다면 의결정족수가 151명이라는 뜻이다.
국민의힘 김성동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에게도 대통령과 같은 200명을 적용해야 한다고 우겨왔다.
윤석열, 25일 2차 출석요구도 거절‥체포영장 발급 임박
내란수괴 윤석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출석요구서 우편물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조본은 지난 20일 윤석열이 머무는 관저와 대통령실 등에 특급 우편과 전자 공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출석요구서에는 오는 25일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에 출석해 내란 수괴와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는 25일에도 윤석열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급할 예정이다.
윤석열 ‘총선 전 계엄’ 발언 들은 신원식의 행동
지난 3월 말 윤석열과의 만찬 자리에서 “조만간 계엄을 하겠다”는 발언을 들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이 김용현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전 국방부 장관) 등을 불러 계엄 실행을 막기 위한 논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의 계엄 계획이 단순한 엄포 수준을 넘어 실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상당했고,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갑자기 국방부 장관을 교체(신원식→김용현)한 것도 계엄 실행을 위한 준비 단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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