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엑스포 최종 PT 영상에 대한 언론보도 ⓒ 구글 뉴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배경음악으로 한 33초 짜리 영상은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가수 김준수와 싸이, 이정재 등 유명인과 연예인들이 등장해 부산의 투표 기호였던 숫자 1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영상이면서 부산의 모습은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부산 엑스포인데 왜 아무 상관 없는 강남 스타일이 나오냐", "한국은 연예인 말고는 자랑할게 없는 나라냐", "뜬금 없이 숫자 1만 강조하는게 정말 촌스럽다" 는 등 영상의 처참한 퀄리티에 분노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세금을 어디다 썼냐", "업체에 사기당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 KTV의 BIE 총회 한국 프리젠테이션 중계 영상
☞ 엑스포 최종 PT 홍보 영상
정보공개센터는 누가 어떻게 이런 영상을 만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 측에 ▲ 최종 프리젠테이션 기획 내용이 포함된 문서(계획안, 회의자료 등) ▲ 프리젠테이션 내 영상 제작 계약 업체명 / 계약 금액 / 과업지시서 등을 정보공개 청구하였습니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에 정보공개 청구한 내용과 그 답변 ⓒ 정보공개센터
유치지원단 측에서는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작업한 업체가 에이치에스애드(HS애드)라고 밝혔고, 해당 업체가 6월 20일의 제4차 PT와 11월 28일의 최종 PT, 그리고 6월 21일에 열렸던 BIE 공식 리셉션 등을 모두 포함하여 53억 4700만 원에 계약했음을 알려왔습니다.
유치지원단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HS애드는 단순히 영상을 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BIE 총회에 대응하여 PT 전략을 짜고, 메시지를 구성하고, 영상과 슬라이드, 스피치 내용을 개발하는 등 BIE 총회를 대상으로 하는 공식적인 PT 전반을 담당하였습니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HS애드의 엑스포 PT 관련 과업내용 ⓒ 산업통상자원부
HS애드는 LG그룹 계열의 광고기획사들이 통합되어 탄생한 회사로 40년 넘는 사업경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광고회사입니다. 엑스포 PT 영상이 논란이 되면서 "차라리 한국관광공사가 했던 '범 내려온다' 영상을 그대로 쓰지 그랬느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 역시 HS애드가 기획하고 제작한 영상입니다. 이미 한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달해 본 경험이 있는 광고기획사라는 뜻입니다.
HS애드는 보건복지부와 함께한 '노담 캠페인'이나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했어요", 배달의민족의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광고로도 잘 알려진 업체입니다. "업체에 사기당한 거 아니냐"라고 말하긴 어렵겠죠.
HS애드의 기획안과 실제 영상 비교해보니

▲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5차 PT 영상 구성 및 연출 보고' 기획안(HS애드 제작) ⓒ 산업통상자원부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였기에 이렇게 '충격과 공포'의 영상이 나왔을까요? 유치지원단이 함께 공개한 '2030 세계엑스포 최종 프리젠테이션 기획안'을 살펴보니 어느 정도 해답이 보입니다. 유치지원단은 HS애드가 기획안을 짰고, 해당 기획안을 바탕으로 회의를 진행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안 표지를 보면 최종 PT를 한달 여 앞둔 10월 18일에 회의가 열렸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반영하여 HS애드가 최종 PT 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회의록이 있다면 해당 기획안에 대해 어떤 피드백이 오갔는지, 기획안이 실제 최종PT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유치지원단 측은 회의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기획안의 PT 구성안 ⓒ 산업통상자원부
이 기획안은 총 49장에 달하는 슬라이드 형식으로 11월 28일 열린 최종 PT의 오프닝 영상부터 스피치, 캠페인, 스토리 영상, 엔딩 영상까지 20분가량의 프리젠테이션 전체에 대해 그 방향과 메시지, 구체적인 스피치 내용과 영상 콘티까지 자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2030 세계엑스포 최종 프리젠테이션 기획안 링크로 접속하면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획안을 살펴보면 스피치와 캠페인 내용은 큰 변화 없이 HS애드 측에서 처음 기획안을 작성했던 방향대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오프닝 스피치 때 마스코트 부기와 함께 한국 거주 외국인 청년들이 무대에 등장하여 발언한 정도를 제외하면 연출상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 최종 PT 브릿지 영상 콘티 기획안 ⓒ 산업통상자원부
영상의 경우 구체적인 콘티와 레퍼런스 자료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최종 PT에서는 총 세 개의 영상이 등장했는데, 그중에서 유엔군 참전 용사의 이야기를 담은 브릿지 영상의 콘티 기획안을 살펴보면 영상의 콘셉트와 장면별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엔딩 영상의 콘셉트 ⓒ 산업통상자원부
논란이 된 엔딩 영상 역시 영상의 콘셉트 설명과 구체적인 콘티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유명 인사와 연예인이 출연하여, 부산의 기호인 숫자 1을 강조하는 전체적인 내용은 콘티 단계에서부터 그대로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획안에 따르면 대중문화와 첨단 기술, 스포츠 분야 등에서 미래를 선도하는 한국과 부산의 이미지와 함께 보팅 넘버 1을 소개하여 잔상 효과를 남기겠다는 취지인데, 투표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2차, 3차까지 가게 되었을 경우를 염두에 둔 'N차 투표 번호 인식'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는 N차 투표 없이 한 번에 후보지가 결정되었기도 하고, 경쟁 후보지였던 리야드가 전혀 다른 방식의 영상을 제작했던 것과 비교하면 과연 HS애드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는지 부터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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