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17일 [통일뉴스]와 인터뷰에서 북의 신년 메시지에 대해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다양한 의견들을 숙고하며 조정해 나가는 차분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영상팀장]

"있는 그대로 그냥 딱 보고, 그 다음에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제일 우선은 기본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17일 [통일뉴스]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전날 하루 지나 보도(1.16)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단호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 몰고 온 파장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당장은 전국민중행동과 전국비상시국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힘을 합쳐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으로 힘을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론 자주, 평화, 그리고 이와 연동된 민생문제가 훨씬 더 심중하다는 인식인데, 지금 단계에선 자주통일운동의 방향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정연설을 보니까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이런 거 쓰지 마라, 아마 교과서 같은데서도 일거에 다 지워버릴 것 같은데, 이남의 평화통일운동도 그거 가지고 해 오지 않았나.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시선을 맞추는 과정이 제일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북의 입장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건지, 그 다음에 우리는 어디를 보고 어떻게 자주 통일운동을 할 건지를 먼저 정리하고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급하게 생각한다고 될 일도 아니라고 하면서 신중하고 깊이있는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다만, 일부에서 총선을 앞두고 북도 너무하다는 등의 양비론을 제기하는데 대해서는 "그건 해석일 뿐 답을 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미·반제투쟁과 반윤석열정권투쟁에 더해서 전쟁을 막으려는 북의 기조는 분명해 보이지만, '누군가의 해석이 가미되지 않은 북의 주장 그대로를 한번 쭉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반미도 하고 반북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하면서 "특히 미국과 북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일치시켜야 된다"고 주문했다. 

남북, 민족대단결과 자주의 입장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중심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게 중심을 세우면 일시적으로 대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노동자·민중 중심의 전선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내용적 중심을 분명히 잡아야 외연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한 결론은 "지금은 바로 이거다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테니까 숙고하며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통일뉴스] 독자들에게 "통일의 문제는 이 민족의 구성원인 이상 숙명적 과업이고 과제"라고 하면서 "북의 입장이 어떻다 하더라도 숙명적으로 안고가야 된다"는 인사를 전했다. 분단은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강요된, 너무나 비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은 옳고 그름의 문제도, 실현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도 아니다. 형식이나 경과, 방법상의 문제도 다 부차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분단을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그 자체가 통일이고, 통일이 되려면 전체 차원에서 자존심을 가져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일뉴스]는 진보민중진영의 2024년 전망과 활동 계획을 듣기 위해 지난 17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상설 연대투쟁체인 전국민중행동의 김재하 공동대표를 만나 신년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국민중행동은 지난 2022년 1월 15일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을 비롯한 민중운동과 청년·학생, 여성, 진보적 지식인, 종교계 등 각계각층이 모여 발족한 진보민중진영의 상설적 연대투쟁체로 전쟁위기와 대미·대일 일방외교,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위기 등 급격한 퇴행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철도기관사 출신의 김 대표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장을 거쳐 민주노총 비대위원장(2020.7~12)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진보연대와 전국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아래는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와 인터뷰 일문 일답.  

시대 과제는 자주, 평등, 민주주의

김재하 공동대표는 [통일뉴스] 독자들에게 "통일의 문제는 이 민족의 구성원인 이상 숙명적 과업이고 과제"라고 하면서 "북의 입장이 어떻다 하더라도 숙명적으로 안고가야 된다"고 당부했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영상팀장]

□ 통일뉴스 : 전국민중행동은 지난해 12월 12일 윤석열 퇴진투쟁에 앞장서 온 전국비상시국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과 함께 '거부권 거부 전국비상행동'을 결성하고 지난까지 수차례 '윤석열 거부 긴급행동'을 벌였습니다. 한국사회의 개혁과제에 대해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 김재하 공동대표 :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표현을 다양하게 하더라도 자주와 평등, 민주주의 문제일 거예요. 자주는 주권의 문제로 표현되기도 하고 정치·군사 영역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까지 두루 깊숙히 관련이 있죠. 

특히 경제문제를 자주의 문제와 따로 떼놓고 보는 경향들이 많은데, 저는 우리나라 경제의 경우에 주권문제와 아주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고 봅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 제국주의 금융자본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은 주권을 상실하다 보니까 경제 골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나 전기자동차의 경우도 다 빼앗기지 않습니까.

재벌들의 경우 불평등의 근원인 국내수탈과 착취는 물론 노동자들을 탄압하기도 하지만 윤석열 정권 들어서서는 그와 별개로 대한민국의 반도체산업이나 자동차산업, 또 철강, 전력 같은 산업 연관효과가 큰 기초 경제부문을 송두리째 미국에 내주고 있어요. 

앞으로 노동자, 민중이 집권하는 새로운 세상이 된다해도 이런 기반이 있어야 우리가 그걸 더 발전시키고 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국에 줄서서 이득을 보는 극소수를 제외한 자본가들조차 이런 윤석열 정권에 불만이 많은 것 같아요.

양심적인 과학자들이나 자본가들도 이런 건 말도 안된다고 지적하지 않습니까. 

실제 산업전망도 어둡고 수출시장의 경우에도 이렇게 미국 말만 듣고 러시아나 중국의 반대편에 서게 되니까 수출입 등 무역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경제 기반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죠.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 문제도 환경문제로만 볼 수 없어요. 결국 자주를 지켜야 하는 문제로 귀결되잖아요.

평등의 문제도 따져보죠.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도 우리가 겪고 있는 불평등은 너무 심하잖아요. 대한민국의 불평등문제를 고상한 용어로 천민자본주의라고 하는데, 거의 뭐 양아치 수준아닙니까?

물론 이 모든 게 자본주의가 가지는 한계라는 점은 명확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빼앗기면서도 얌전하고 정말로 성실하게 일하는 걸 보면 개인적으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미국과 제국주의, 그리고 상위 1%가 계속 빼앗아가니까 우리 삶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런 걸 민생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하여튼 그런 불평등의 문제가 있죠. 여기 대해서는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는 문제부터 불평등 지수를 줄이는 방안까지 여러 해법이 고민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영역에서는 다들 심각하게 제기하는 국가보안법 문제가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결정적으로 노동자 민중이 정치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각종 선거가 금권선거로 타락했어요. 국회의원 출마하려면 한 50억원 이상은 있어야 되지 않나요. 돈 없으면 출마 못합니다. 이밖에 언론 지형도 그렇지만 해방 이후 뿌리내린 기득권층이 정치영역을 장악하고 있어서 절대 다수의 노동자 민중이 정치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국회의원들이 제 일을 못하면서 세비만 받아가는 건 문제이긴 하죠. 그렇지만 정상적인 국회라면 노동자 출신, 농민 출신, 지역 출신들도 고루 구성되어야 하지 않나요. 절대 다수를 점하는 노동자, 농민, 민중이 나라의 살림과 진로에 대해서 의논할 수 있도록 정치에 진출하는 것이 제일 큰 민주주의 과제라고 봅니다.
 

2022년 1월 5일 전국민중행동 출범식 [사진-전국민중행동]
2022년 1월 5일 전국민중행동 출범식 [사진-전국민중행동]

□ 한국사회의 중요 해결 과제를 자주, 평등, 민주주의 문제라고 정리해 주셨습니다. 전국민중행동은 그런 문제해결을 자임한 진보민중세력의 상설적 연대투쟁체로 발족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중행동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 그렇죠.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자주, 평등,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반드시 그걸 거부하는 세력과 힘의 대결을 수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힘의 실체는 의식과 조직입니다. 깨우친 개별 인사들이 아니라 조직으로 단결하는 전선이 필요한 것이죠.

전선은 노동자 민중의 집권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또 수구기득권 세력들이 완고한 사회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주권과 경제불평등, 민주주의 문제 해결에 저항하는 걸 이겨내고 꾸준히 그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노무현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준 공약을 했지만 결국 실행하지 못하고 꺾였잖습니까. 노동자 민중의 집권이 현실화되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그보다 아주 심한 형태로 나타날 겁니다.

개인의 사상과 이념의 수준에 대해 지적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이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꺾였던 결정적인 이유는 힘이 없어서입니다. 절대 다수의 노동자, 민중에게서 힘을 찾아야 되는데 그걸 못한 거죠. 그래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전선을 결성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이 중심이 되어 만든 전선이 없으면, 지금 또 다시 박근혜 퇴진촛불같은 게 다시 일어난다 하더라도 과거와 똑같은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선의 초입단계인 민중행동은 세가지, 즉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어떻게 중심세력을 준비할 것이냐, 조직형식은 어떻게 할 것이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민중행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념지향을 고민해야겠죠. 편의상 자주, 평등, 진보적 민주주의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세부적인 대목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논쟁하면서 발전시켜 나가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방향이 현 단계 우리 사회의 성격에 맞아야하고 이 사회가 나아가야 될 임무를 반영해야 되겠죠. 자칫 잘못하면 흔히 말하는 좌우 편향을 겪게 되니까 그런 건 조심해야죠. 일부 논쟁은 있지만 대부분 내용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조직 주체 문제에 있어서는 노동자, 농민, 빈민이 기본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노농빈은 숫자로 보면 주력인데, 역할을 보면 아직 주력이 못되고 있죠. 그런 점에서 이건 앞으로 과제이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그동안 전선운동이나 진보 정당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진 못했거든요. 2022년 민중행동 발족 이전엔 말이죠. 한국진보연대에도 민주노총은 빠져있다가 민중행동에 이르러서야 처음 합류하게 됐어요.

한국사회에서 농민들은 몇 십년 전에 비해 숫자가 쭉 떨어지고 있고 통계청 조사 결과 현재 임금노동자는 2천500여 만 명입니다. 노동자나 노동자 가족이 아닌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죠. 노동계급의 속성상 집단적이고 당연히 새로운 사회를 지향한다는 교과서적인 규정도 있지만, 현실에 있어서도 절대 다수인 노동자가 전선운동의 주력으로 튼튼히 서야 합니다.

그렇지만 주력을 튼튼하게 한다고 해서 주력만으로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지식인, 종교인, 각계 각층과 배타적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주력에 서서 각계 각층의 의지를 모아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실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민주노총의 주장이 양심적 지식인이나 종교계, 시민사회의 요구와 거의 일치하잖아요.

생각해보면 결국 노농빈이 중심에 서고, 그 중심이 튼튼해야 폭도 넓어지거든요.  

또 중요한 전선의 조직형식 문제는 우리가 조금 더 경험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지금은 노농빈이 중심으로 되어있는데, 시민사회단체나 정당이 조직적으로 전선에 들어오는 방식이 맞는 것인지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실측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당장 촛불행동과의 관계 문제가 있죠. 막 합치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에 대한 민중행동의 입장도 있단 말이에요.

결과는 주관적 바람이 아니라 우리 역량만큼 나온다. 한국사회 자주, 평등, 민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중요한 건 노동자, 민중 중심의 전선 강화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영상팀장]
결과는 주관적 바람이 아니라 우리 역량만큼 나온다. 한국사회 자주, 평등, 민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중요한 건 노동자, 민중 중심의 전선 강화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영상팀장]

노동자, 민중 중심 강화해야 폭도 넓어져

□ 민중행동을 진보민중진영의 상설적 연대투쟁체라고 표현하는데, 그 문젠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 그렇게 표현하는 건 불필요한 논쟁으로 번질까봐 조심스럽기 때문이죠. 전선을 두고 전술적이냐, 전략적이냐 등등 오래된 논쟁들이 있잖아요. 아무튼 논쟁에 끼기 싫어서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공리공담 같아요. 

사실은 상설적 연대체라고 하더라도 연대와 투쟁을 잘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강화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민중행동을 만든지 이제 2년됐는데, 민주노총이 함께 하게 된 건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민중행동의 지금 구성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 청년 학생단체, 정당으로는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그리고 현재 진보진영에서는 제일 큰 단체가 다 들어와 있습니다.


□ 계속 전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시는데, 그 역사와 의미를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변혁운동엔 진보정당, 대중조직, 그리고 이를 다 망라한 전선의 3대역량이 다 구비가 되어야죠. 당은 당대로 해야할 과제가 있고, 대중조직은 숫자를 늘리는 문제나 질적으로 강화하는 나름대로의 과제가 있겠죠.

당과 대중조직 말고도 다양한 세력들이 있으니 이걸 다 모아낸 게 전선인데요. 그 전에는 주력인 민주노총이 포함된 전선체가 없었어요. 민중행동을 하면서 민주노총이 같이 하게 된거죠. 2015년 9월 박근혜 퇴진을 위해 한시적 기구로 발족했던 민중총궐기를 비롯해서 전국연합 같은데도 민주노총은 안 들어 갔어요.

그래서 민중행동에 민주노총이 들어와서 함께 하는 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하는 거죠. 민중행동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각계 각층과 지역의 투쟁을 다 망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특히 윤석열 퇴진운동할 때는 폭을 넓히기 위해서 '윤석열정권 퇴진운동본부'를 발기해서 만들기도 한 거죠.


□ 그런데 왜 진보민중진영이 윤석열 퇴진 촛불행동과는 같이 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있습니다.

■ 그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민중진영의 평가가 결부돼 있습니다. 특히 민중진영은 윤석열 정권만큼은 아니어도 앞선 문 정권에서도 탄압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다보니까 퇴진 촛불과 함께 하자는 조직적 결의에 대해서는 반대가 많아요. 지도부가 연대의 폭을 넓히기 위해 어떤 방침을 갖느냐와 별개로 기층 조직원의 반감이 상당히 크다고 봐야죠.

또 하나는 투쟁의 성과가 진보진영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냐 하는 문제와 관련된 불신도 깊죠. 이런 속내를 잘 모르는 분들은 구호도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왜 같이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실상은 그런 면이 있습니다.


□ 2016년 촛불의 성과를 민주당이 계승하기 보다는 자체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활용했다는 불신이 커서 민주당에 경도된 듯한 현재 촛불에 대한 우려가 큰 것 같기도 한데요.

■ 그건 근본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역량이 부족해서 생긴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다른 분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저도 민주당을 비판하기는 하지만 사실 민주당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거에요. 자기 속성대로...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만이 답이죠. 우리가 비판도 하지만, 비판만 한다고 그게 답은 아니잖아요. 기층 노동자 민중이 정치의 주인으로 되도록 역량을 성장시킴으로써 해소될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 단결의 형식과 방법의 문제도 있을테니까요. 이를테면 노동자 민중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 민주당과의 연대 또는 제휴는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일절 다 배제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지 않나요?

■ 조심스러운 문제인데...우리에게 전략적 과제가 있어서 전술적으로 역량 성장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합법적 공간을 연다든지 할 필요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번에 그렇게 해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제 영역은 아니에요.

전국민중행동이 의견일치를 이루어서 누군가를 밀자라는 선거 방침을 정하기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거든요. 지금 민중행동 입장에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봐야죠.

김재하 대표는 진보운동의 객관적 역량은 과거에 비해 양질적으로 굉장한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자주, 평등, 민주의 과제를 실현할 길을 제시하고 힘을 기른만큼 결과는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영상팀장]
김재하 대표는 진보운동의 객관적 역량은 과거에 비해 양질적으로 굉장한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자주, 평등, 민주의 과제를 실현할 길을 제시하고 힘을 기른만큼 결과는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영상팀장]

결국 윤석열퇴진광장에서 모두 만날 것

□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는 구호가 다르지 않은데 왜 따로 따로 모이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앞으로 퇴진운동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 예상컨대 결국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만날 거예요. 그 점은 낙관해요.

본래 큰 흐름은 여러 생각들이 다양한 경로에서 막 흘러들어와서 생기거든요. 그냥 막 자연 발생적으로도 모이고, 어떤 때는 홍수가 한번 난 뒤처럼 새로운 색깔도 만들어지기도 하고, 지금은 그렇게 큰 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보여지죠.

지금 왜 크게 확대되지 않느냐는 답답함이 있을 순 있지만 그건 단결되지 않고 분열되어서 생기는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핵심적인 문제는 윤석열 정부 퇴진 이후의 사회에 대한 상이 잡히고 그 사회를 책임질 정치세력의 유무에 따라 대중들은 움직일 겁니다. 아직 거기까지 수위가 올라오진 않았다고 보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정식화가 대중 자신의 것으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지금의 문제에요.

박근혜 퇴진 투쟁의 교훈인데요, 그때 대중들은 박근혜 퇴진을 자신들의 사활적 과제로 생각하고 있었고 2~3년간 축적된 에너지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10월 29일 광장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거에요. 

민주당이 '질서있는 퇴각'을 운운하며 교란을 했지만 2017년 3월 실제 퇴진까지 그 추운 날씨에 매주 100만명씩 나온 건 대중들이 박근혜 퇴진을 자신들의 사활적 과제로 받아 안았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대중의 요구가 어떻게 나아질 것인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아직은 그걸 담지할 정치세력이 안 보이는 거죠.

민주당으로 하기에는 뭔가 미타하기 때문에 올 한해는 이걸 하는데 모든 역량을 다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이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우리는 이런 사회로 가야된다, 그게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겠죠.

민주당이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면 되겠지만 그러질 않기 때문에 열성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폭발이 안되는 거죠.

그럼 사람들이 이후 사회에 대한 전망을 들끓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저는 가능하다고 보고 그 속도도 굉장히 빨라질 것 같아요.

해결해야 할 과제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실제 체험도 있고 가닥도 많이 잡혀가고 있어요. 그 다음은 속도문제인데, SNS같은 걸 통해서 전파속도도 예전에 비해 훨씬 빠르죠.

앞장 선 간부들도 훨씬 축적된 양이 많아졌어요. 진보운동이 옛날에 비하면 복잡해 보이니까 운동은 끝났다는 분들도 있는데, 객관적으로 봐도 양질적으로 굉장한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민주노총 출범할 때 조합원이 25만명 정도 됐었는데, 지금 120만명이에요. 노동자들이 정치나 통일, 전선운동 영역에서도 깨우치고 있어요. 그렇지만 아직 자주, 평등, 민주의 과제를 수행할만큼 충분히 성숙하지는 못했다고 봐야죠. 역량을 더 축적하고 투쟁해야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결과는 주관적 바람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역량만큼 나오는 거잖아요.


□ 역량을 더 축적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필요할까요?  

■ 실망이 많기도 하지만 저는 박근혜 퇴진 촛불의 결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것은 필연이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땐 진보 민중진영의 정치역량이 그렇게까진 안됐거든요.

그때 비하면 지금 민중진영의 역량도 꽤 성장해 있고 대중들의 눈높이도 높아져 있어요. 감히 거론하자면 진보정치가 중요하죠. 진보정당은 정강 정책을 통해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민중을 위력한 정치역량으로 성장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국회에서 서로 이합집산하면서 국민은 객꾼으로 만드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죠.

민주노총이든, 진보정당이든, 전선운동이든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이제 첫발을 뗏다고 봅니다. 자주와 평등, 민주의 과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다 좋아하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실현할 길과 힘이 없으니까 사람들은 주저하는 거잖아요.

낱낱이 그 실상이 폭로되고 그걸 스스로 체험으로 느끼고 있는데, 결국 대중을 그렇게  각성시키고 조직화해서 투쟁 전술을 함께 세우는 요소가 빠져버리면 아무리 방향과 주장이 옳아도 안되는 거잖아요.

당장은 민중행동을 강화발전하는게 유일한 길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그 초입에 있기 때문에 시대적 과제를 수행할 정도까지 가려면 좀 더 강화돼야 합니다.

지금 광역시·도를 기준으로 민중행동이 8개 정도 조직되어 있는데 나머지 지역에 다 건설해야죠. 지역별로는 농민단위나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기도 하구요. 


□ 4월 총선에 임하는 계획을 따로 세우시나요?

■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에게 있어 첫번째 분수령이 되겠죠. 그런데 총선을 지나서도 윤석열 정권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예요. 미국도 안 바뀔 거고... 계속 충돌이 있겠죠. 스스로는 안 바뀌죠. 민중행동이 총선 계획을 따로 세우지는 않아요. 총선 전날까지 투쟁하자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이겠죠. 총선은 투쟁의 결과, 표로 나타나는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최대한 반 윤석열의 결과가 잘 나오도록 하고 민중행동은 그 일에 복무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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