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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자제해야 한다

[기고] 尹정부, 혼자서 대세와 반대 방향가면 잃는 것만 있을 뿐이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  기사입력 2024.02.26. 04:44:07 최종수정 2024.02.26. 07:24:04

 

지난 1월 국방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주의적·재정적 차원으로 제한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자유세계 일원으로서 전면 지원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지만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고 하여 러시아 측의 반발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 때의 고위인사가 모 일간지 기고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수출 자제 방침을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 논거들이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게끔 한 것은 누가 원인을 제공한 것인가의 문제이다. 러시아의 반응은 한국의 그간의 행동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한국은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두 차례 참석하여 반러시아 전선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으며 그러한 입장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살상무기를 지원하였고 대통령이 키예프를 방문하였다. 또한 러시아에 대해 금융 거래를 중지하고 수출입 제한 조치를 하였으며 항공편 운항을 금지시켰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작년 3월 미국에 155mm 포탄 50만 발을 대여하여 무색해졌다.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 수출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가 취하는 행동의 인과관계를 간과한 주장이다. 객관적으로 보아 우리가 그간 러시아에 대해 취한 행동은 러시아가 반응할 만한 그런 것이었다. 러시아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가 행동을 취할 때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러한 가능성을 지적하거나 제기하였다. 

 

둘째, 그는 한국이 '무기 지원 자제 방침을 철회하겠다는 발표만 해도 러시아가 전전긍긍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쟁 수행에 의미 있는 무기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형편인가 묻고 싶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전쟁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하면 우리가 러시아에 대해 갖는 레버리지는 아무것도 없게 된다. 

 

 

 

 

 

 

넷째, '러시아가 약화되면 중국의 행동이 위축됨으로써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증진될 것이므로 지정학적으로는 한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그리고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변수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적대가 러-북 접근을 초래하여 북한이 이득을 보고 있다.

다섯째, '국제적 대의와 핵심 우방과의 의리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6.25 전쟁 때 한국을 구해 준 나토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국가 간 관계에서 '의리'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 사회에는 성리학적 의식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여 국제정치에 대해서도 '의리'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국제사회에는 국가이익이 있을 뿐이다. 사람과 사람 간에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국가 간의 관계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것이 아닐까? 

 

지난해 말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에는 'It’s time to end up magical thinking about Russia’s defeat'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과 EU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역전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계획에 영토 회복 목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의 말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로 종식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혼자서 대세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얻는 것이 없이 잃는 것만 있을 수 있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드미트리우카 도로 한켠에 러시아군이 2년 전 퇴각하면서 두고 간 전투차량이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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