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체제’와 핵무기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라는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기존 ‘민족통일론’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변화’를 두고 다양한 해석과 대응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키워드를 북한측 시각에서 검토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는 ‘53년 정전체제’ 하에서 북한의 생존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기회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요구를 국제사회에 제기해왔다. 그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은 ‘주권국가의 자주권’, 즉 국가와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으로 요약해도 무방할 것이다. 체제유지와 경제발전권으로 좀더 좁힐 수도 있다.

북한이 2019년 10월 미국과의 마지막 ‘스톡홀름 협상’ 결렬시 담화에서도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런데 북측이 문제삼은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역사적 근원은 크게 보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한 ‘53년 정전체제’이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Korean Armistice Agreement)’, 이른바 정전협정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로, 북한과 미국은 세계적인 냉전 해체에도 불구하고 수교하지 않은 채 휴전 중인 적국으로 남아있다. 이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숙제로 제기돼 있다.

둘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국 등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이다. 대표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결의들과 미국의 단독 대북 제재, 테러지원국 지정 등으로 북한의 체제유지와 발전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 유지 여부와 제재 해제 문제로 남아있다.

결국 ‘53년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1. ‘가역적 핵무기보유국’에서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으로

흔히 우리 사회를 ‘87년 체제’로 부른다. 군사독재기를 거쳐 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로 대표되는 민주화의 시기를 열었다. 물론 유의미한 정권교체랄 수 있는 김대중 정부의 등장(1998.2)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러나 다른 한 축에서는 ‘53년 체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미국과 소련의 분할 통치 시기를 거쳐 남과 북은 1948년 각각 별도의 정부를 수립했고, 1950년 한국전쟁을 거쳐 1953년 ‘정전 체제’가 정착됐다.

1979년 미-중 국교수립에 이어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로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고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수교했지만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하지 못했고, 정전 상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53년 체제’가 우리 사회의 또다른 축으로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53년 체제’는 적국 사이의 포성없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로, 북한은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남북간 경제적 격차가 커지고 재래식 무력의 격차가 현저해지는 가운데 핵무기 개발을 선택했고, 이후 북한과의 대립은 핵무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핵무기보유국으로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목적과 핵무기 개발을 협상카드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체제유지와 발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적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진 것으로 평가되곤 했다.

[표1]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 변화

 

가역적 핵포기국
( ~ 2017.11.29)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 ~ 2023.12)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
(2023.12 ~ )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진행

보유국 선언

보유국 굳히기(응고)

북미협상

북미기본합의서(1994)
6자 9.19공동성명
(2005)

싱가포르공동성명(2018)
하노이 노딜(2019)

초강경대응(23.12. 전원회의)

남북관계

남북기본합의서(1991)
6.15공동선언(2000)
10.4공동선언(2007)

4.27판문점선언(2018)
9.19평양선언(2018)

교전국 관계(23.12. 전원회의)
유사시 점령,평정,수복
(24.1.15. 시정연설)

핵시험

1차(2006) ~ 6차(2017)

가능성

ICBM

대포동 1호(1998)~
화성-15형(2017)

화성-17형, 화성-18형

가능성

인공위성

광명성 1호~광명성 4호

군정찰위성 만리경 1호

군정찰위성 발사 예고

실제로 북한은 2006년 1차 핵시험부터 2017년 6차 핵시험까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고, 핵무기 투발수단으로 1998년 대포동 1호부터 2017년 ‘화성-15’형까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2017.11.29)했고, 이후에도 ICBM ‘화성-18’형 발사훈련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성공까지 쉼없는 핵무력 증강을 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핵무기 개발 포기를 카드로 미국과 제네바 기본합의서(1994년), 6자회담을 통한 9.19공동성명(2005년) 등에 합의했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성과없이 끝나고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철수함으로써 비핵화 ‘협상 카드’는 효용성을 다하고 핵무력 법제화 등을 거쳐 ‘불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를 본격화 하고 있다.

이를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중심으로 시기별로 나누어보면, ‘국가핵무력 완성’ 이전과 이후, 북미 핵협상 진행과 중단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가역적 핵포기국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자위권’ 차원이라며 언제든지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협상에 임해왔다. 1993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 뒤, 1994년 제네바 북미기본합의서부터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 등이 이같은 입장에서 협상한 결과물이다.

물론 미국은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 당시인 1994년, ‘고난의 행군’에 들어간 북한의 붕괴를 시간문제로 보았기 때문에 북한에 지어주기로 한 경수로 건설은 결실을 볼 수 없었고, 2005년에도 베이징 6자회담에서 어렵사리 9.19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합의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북측 BDA(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이라는 금융제재로 찬물을 끼얹는 등 진실성은 없었다.

[표2]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가역적 핵포기국)

핵무기보유국(NWS)

핵무기비보유국(NNWS)

핵보유국
(P5)

사실상
핵보유국

가역적
핵포기국

잠재적
핵보유국

핵폐기국

핵비보유국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이란*,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아공,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로루시

기타
모든 나라

이란은 P5+1(독일)과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 핵포기국 수순을 밟았으나 미측이 합의를 파기해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북측은 핵무기 개발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대신 북미 수교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구했지만 조건부로 보통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권과 우주개발권을 보장받고자 했다.

실제로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의 전언에 따르면, 2012년 남북미 비공개회의에서 북한 리용호 당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심지어 쿠바와 이란과는 수교했다가 단교했지만 북한에게는 한 번도 수교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북미국장은 “얼마든지 핵을 바로 포기”할 수 있고 “당신들이 지금 우리하고 수교 맺으면, 우린 미국하고 (군사)동맹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

다만, 북한이 조건을 둔 근저에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미국은 언제든 북미간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되돌릴 수 있을 것이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한 북한은 다시 핵무기 개발에 나서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것을 경계한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은 지난해 7월 17일자 담화에서 “미전략자산이 조선반도에 진입하는것은 마음만 먹으면 10여시간이면 전개가 완료되고 합동군사연습도 병력을 재투입하여 재개하는데 길어서 20일이면 충분할 것”, “오늘에는 《테로지원국》모자를 벗겼다가 래일에 가서 다시 씌우는것쯤은 미국정치계에서는 식은죽먹기”, “미국이 대화마당에서 우리에게 선사할수 있는것들이란 모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것뿐”이라고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아무리 전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약한 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 앉으면 그것을 제 손바닥처럼 뒤집는 것이 바로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이라는 것. 그에 비해 “미국이 우리에게서 바라는것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라고 짚었다.

 [표3] ‘가역적 핵포기국’ 조건

구분

평화적 핵이용권

평화적 우주개발권

방식

경수로(핵연료주기 완성)

인공위성(발사 보장)

인공위성(발사 대행)

가역시
효과

1)폐연료봉 재처리 통해 플루토늄 확보

2)우라늄연료봉 제조시설 이용 고농축우라늄 확보

1)단기: 궤도진입 로켓기술 향상

2)장기: 왕복우주선 기술개발로 대기권재진입 기술 시도

1)궤도진입 로켓기술 보유

2) 대기권재진입 기술 미지수

따라서 미국이 합의를 뒤집으면 북한은 다시 핵무기 개발에 즉각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연료 주기를 완성한 경수로 운영’과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과 기술적 공통성을 갖는 인공위성 개발이 필요했던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북한은 ‘가역적 핵무기포기국’이라는 지위 확보를 전제로 북미 협상에 임했던 셈이고, 실제로 6자회담에서도 ‘경수로’를 합의문에 포함시키기 위해 막판 버티기도 마다하지 않았고 9.19공동성명 1항 ‘한반도 비핵화’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고,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하였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2)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 이후 계속된 6자회담에서 구체적인 후속 합의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BDA 문제 등으로 6자회담은 추진력을 잃었고, 북한은 여섯 차례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등을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과 동시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과 동시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이 수소탄 시험이었고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고, 이어서 11월 29일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과 동시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던 것.

그러나 갑자기 2018년 4.27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4월 20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서를 채택,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과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을 선포했고,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전환을 밝혔다.

[표4]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핵무기보유국(NWS)

핵무기비보유국(NNWS)

핵보유국(P5)

사실상 핵보유국

잠재적 핵보유국

핵폐기국

핵비보유국

 

가역적
핵보유국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이란,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아공,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로루시

기타
모든 나라

핵무기보유국이지만 경제 건설 노선으로 전환하고 북미 협상 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전제는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는 즉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입장에서 북미 협상에 임한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물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협상은 불발됐고, 그해 10월 스톡홀름 협상을 마지막으로 북미간 대화의 문은 닫혔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북미협상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북미협상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렇다면 북한은 진심으로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내려놓을 각오로 협상에 임했을까를 되짚어 보면, 적어도 당시로서는 그랬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이 충분하다.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미수교,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등이 포함됐고, 2019년 2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하노이 협상을 위해 기차로 베트남에 도착한 사실이나 <폭스뉴스>가 사전 입수한 합의서 초안 등이 그러하다.

하노이 ‘노딜’ 직후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제안에 대해서 미국측이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며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측에 차려지겠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더구나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제가 받았다”는 기류도 전했다. 사실상 마지막 ‘한반도 비핵화’, 즉 북핵 폐기 협상 기회가 날아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3)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

하노이 노딜 이후 2019년 연말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까지 북미 협상이 최종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결국 정면돌파전을 선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봉쇄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하여야 한다”면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을 선언했다.

[표5]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

핵무기보유국(NWS)

핵무기비보유국(NNWS)

핵보유국(P5)

사실상 핵보유국

잠재적 핵보유국

핵폐기국

핵비보유국

응고

응고 중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이란,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아공,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로루시

기타
모든 나라

사실상 2020년부터 북미협상 보다는 자력갱생에 근거한 경제발전에 주력한 것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핵무기보유국 지위 굳히기(응고)에 들어간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시정연설에서 “투쟁의 전취물을 헌법으로 고착시키는”이라고 표현한 ‘고착(固着)’이 굳히기, 즉 ‘응고(凝固)’인 것.

참고로 국제정치에서 응고(consolidation)는 주로 ‘실효적 점유’에 의한 영토권 문제에서 다뤄져 왔지만, 핵무기 보유국 중에서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분류되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경우 핵무기 보유국 지위가 응고된 셈이다.

2020년 연말 당 전원회의부터 2023년 연말 당 전원회의까지 3년간은 마침 코로나 팬데믹으로 북한은 국경을 스스로 봉쇄하고 철저히 자력갱생으로 버텨낼 수 밖에 없었다. 2021년 연초 8차 당대회에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채택하고 매년 평양시 살림집 1만호 건설을 비롯한 경제개발에 방점을 찍은 것.

지난해 연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노선 전환이 천명됐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지난해 연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노선 전환이 천명됐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외부적인 대북 제재와 내부적인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라는 이중의 격리 속에서 북한은 코로나 시기를 이겨내고 2023년 연말 전원회의와 2024년 연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대남전략을 전환하고 본격적인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기’를 주창하고 나섰다.

이 시기 남한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며 더욱 공세적인 대북 적대정책을 펼쳤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러 공조는 강화되고 미중 패권경쟁으로 북중 관계도 보다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됐다. 실제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ICBM ‘화성-18’형 등을 발사했을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어떤 대북 제재결의나 규탄성명을 낼 수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장 북미협상이나 남북협상이 결실을 거두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 중국를 비롯한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협력에 주력하는 한편,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강화시키는 쪽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북한은 여러 차례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지위는 불가역적이라고 언급했고,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해 4월 21일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한데 대해 담화를 통해 “미국과 서방이 백년이고 천년이고 인정하지 않아도 우리의 핵보유국지위는 부인할수 없는 엄연한 실체로서 남아있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핵렬강으로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위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북한은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무장력’의 사명에 ‘영토완정’을 포함시켰다.

마침내 지난해 연말 당중앙위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와 올해 연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남전략 전환과 핵무기 증산 정책이 천명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남노선 전환을 보다 확고하게 밝혔고, 핵무기 증산과 정찰위성 추가 발사도 천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남노선 전환을 보다 확고하게 밝혔고, 핵무기 증산과 정찰위성 추가 발사도 천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에서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핵위기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수단과 력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령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하겠다”고 언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무기부문에서 핵무기생산을 지속적으로 늘일수 있는 믿음직한 토대를 구축해나가며 2024년도 핵무기생산계획수행을 위한 힘있는 투쟁을 전개해나갈데 대하여 강조되였다”고 전하고 “2024년에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쏴올릴데 대한 과업이 천명”됐다고 보도했다.
 

2. 대남전략 전환과 핵무력 정책

1) ‘대한민국’에도 핵무기 사용 가능

최근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과 핵무력 정책이 연관돼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기존의 ‘우리 민족제일주의’로 상징되는 ‘민족통일론이’ 유지되고 있던 시기까지는 적어도 핵무기가 남측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2월 19일자 담화에서도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싸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랬던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정책 전환 시점인 올해 1월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쎄지’라는 부제를 달아 발표한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서울을 겨냥한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완전히 풀어준 것”이라고 비꼬았고,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 동질관계”에서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로 규정하고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핵무력의 전쟁억제라는 본령이외의 제2의 사명”을 상기시키고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쑤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유사시’ 핵무기 사용을 천명했다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함으로써 북한이 재래식 무기 열세를 딛고 핵무력 정책을 남쪽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름 설득력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각도를 달리해, 핵무기 보유국 지위 응고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상당 기간 남북관계를 부차적으로 미뤄놓았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 중 “남조선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거나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는 대목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 민간 전문가는 북측의 ‘두 개의 국가’ 전략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은 미국과 한편이 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에 대해 군사적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그간은 북한이 ‘한 민족’인 남한에 대해 중국의 개입이나 무력사용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이를 포기했고, 이로써 북중 협력에 있어 걸림돌 하나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2) 대남 전략 전환, 급박한 이유 있었나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에는 윤석열 정부의 유례없는 적대적 대북정책이 한몫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자체가 싫다”는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을까. 결국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2023.11.21)를 계기로 9.19군사합의 마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의 역사적 연원은 더욱 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전략 전환을 밝히면서 “지금까지 괴뢰정권이 10여차나 바뀌였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거나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바 없었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예상 수준을 뛰어넘어 노골적이다. “문재인의 그 겉발린 《평화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였다”는 평가에 더해 “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은 흉교한 인간”,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고까지 내질렀다.

결국 6.15북측위원회와 범민련북측본부 해소는 물론 78년 역사의 조국통일 단체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을 공식 해체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수도 평양의 남쪽관문에 꼴불견으로 서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불가역적인 조치들로 이어졌다.

선대 수령들의 업적이 깃든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거 등에서 보듯, 이번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은 그만큼 근원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결정임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이같은 전격적인 조치가 취해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중요 이유 중의 하나로 세대교체를 꼽았다. “남북이 많은 대결적인 속에서도 그래도 또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하고 하는데 앞장섰던 북측의 2세대, 2.5세대들이 이제 다 퇴장했다”며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었던 다음 세대들”이 “그냥 서로 건들지 말고 서로 자극만 안 하고 일단 따로 살아보자라고 하는 생각이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관련기사 보기]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초기인 2012년 태양절(4.15) 첫 공개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언약했지만 여러 대내외적 이유로 아직도 허리띠를 풀지 못한 상황이고, 새 세대들에게 뭔가 달라진 현실과 미래를 제시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정창현 소장은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전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속에서 상당히 좌편향적으로 이 부분이 결정됐을 수도 있다”며 “두 국가 두 민족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북이 굉장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놓아 주목된다.

역으로 북한이 이같은 극단적인 정책전환을 단행할 급박한 사정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군사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전개 횟수와 강도, 한미 나아가 한미일 합동군사연습 등이 심상치 않고 특히 북측이 극도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추진 등이 북측을 자극할만한 요인들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하달 수는 없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 연말 개최된 당 전원회의에서 “간과할수 없는것은 남반부에 초대형전략핵잠수함이 40여년만에 다시 들어왔으며 핵전략폭격기가 사상최초로 착륙하였는가 하면 초대형핵동력항공모함타격집단을 때없이 들이미는 등”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는가 하면 “각종 규모의 합동군사연습들까지 《력대 최대》,《사상최고》의 기록을 세우며 온 한해동안 끊길새없이 확대강행된 것”에 경계심을 표하고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 위기의식을 토로하기도 했다.

3) 국제질서의 다극화와 ‘병진노선 2.0’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겠지만, 변화된 국제정치 질서가 전환의 중요한 토대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에서 보여지듯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큰 흐름은 미국 일극패권이 무너지고 다극화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특히 사실상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과 적대관계로 돌아서고 북한과는 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대북 제재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부결시켰다.

새로운 국제정치의 강자로 부상한 중국도 미국과의 심각한 마찰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통해 봉합한 상태지만 근원적 갈등 요인은 여전히 안고 있다. 미국과의 봉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전격적인 ‘북한 감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북한을 우의국으로 묶어둘 필요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투표에서 ‘기권’한 점은 중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길게 보아 미중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북중 밀착은 자연스러운 추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석탄을 비롯한 지하자원을 대규모로 안정적으로 수입해줄 경우 북중관계도 한 고비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회피할 수 있는 식량과 같은 인도주의적 품목과의 물물교환 형태의 중간 단계를 상정해 볼 수도 있다.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를 토대로 경제적 발판을 마련했다면 북한의 지하자원이 정상가를 받고 대량으로 팔릴 수만 있다면 ‘지하자원 머니’로 북한의 경제 도약의 토대가 마련될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임금을 받는 노동력 수출이 대규모로 성사될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 ‘민족’이라는 명분하에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저임금 구조를 감수했던 상황과는 다른 상황이 될 것이다. 아울러 IT분야와 같은 첨단분야 고급인력이나 프로 스포츠선수와 같은 고부가가치형 인력수출도 병행될 것이란 전언도 있다.

북한이 지난 연말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제출하지 않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불과 보름만인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중요 의제로 제기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준비된 것이 아닐 테고, 북한의 현 실정에서 벅찬 과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 ‘물적 담보’가 그 사이에 확인됐다고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러간 밀월관계는 서방이 무기거래를 의심할 정도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12월 연해주 주지사 방북 등 일련의 과정에서 관광과 농업 분야 등이 협력분야로 꼽히고 있다. 하산-라진 철도 운행부터 연해주 일대에서의 밀농사 등 구체적 사안들도 회자되고 있다.

북한은 주곡인 쌀에 더해 옥수수·감자를 중시해 왔지만 최근 밀 증산을 강조하고 있다. 라면을 필두로 분식과 패스트푸드의 확산은 식생활의 질까지 고려할 단계에 접어들었고,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음식 취향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의 부상과 미·러 간의 전쟁상황, BRICS의 확장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부상 등 다극화를 특징으로 하는 미국 일극 패권체제의 해체 조짐은 북한이 북미협상에 명줄을 걸던 시기와는 다른 국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이 생존권과 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협상카드로 미국과 협상하던 시기는 과거가 되었고, 이제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글로벌 사우스’ 등의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연대에 기반해 자력갱생적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굳힘으로써 자위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또다른 방식의 ‘병진노선’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북미 협상을 기본축으로 삼았던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국제적 반제(미)연대를 토대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굳히는 ‘병진노선 2.0’으로 진화한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인공위성이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할 경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들에 동참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에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규탄성명이나 제재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진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과 핵무기 보유국

1) 1차 목표시한, 2036년 11차 당대회

35년 전인 1989년, 늦봄 문익환 목사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고문 자격으로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평양에서 발표한 ‘4.2 공동성명’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측은 우리나라를 영구히 둘로 분열시키려는 두개 한국 조작책동과 두개 한국을 추가하는 교차접촉, 교차승인, 유엔동시가입을 견결히 반대 배격하였다”고 당시 북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합의 사항 두 번째로 “쌍방은 어떠한 경우에도 분열의 지속을 목적으로 하는 두개 한국 정책을 반대하고 끊임없이 하나의 민족 그리고 통일된 나라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남북은 1991년 유엔에 동시가입했고, 그해 연말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명시했다. 사회주의진영이 무너지고 ‘전략적 수세기’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연방제 방식 통일에 대해서도 ‘4.2 공동성명’에서 “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현실인식이 확인됐고, 이는 최초로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한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한 합의로 이어졌다. 변화된 현실을 수용, 고려연방제 방안을 유연화 내지는 수위를 낮춘 것.

북한은 올해 초 남북관계를 ‘두 개의 국가’, 그것도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이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남측을 ‘대한민국’으로 호칭하고 심지어 여자 축구경기에서는 ‘괴뢰’라는 자막까지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인민들의 정치사상생활과 정신문화생활령역에서 《삼천리금수강산》,《8천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등 ‘동족’ 의식을 지우는 작업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규정할 헌법 개정 방향이 천명됐지만, 정작 통상 4월께 정례 회의를 소집해 왔던 최고인민회의 소집공고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헌법 개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될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의 지금의 전략적 선택은 90년대 초반의 일방적 수세기에서 택한 전략과는 다른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 시기 국경봉쇄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의 저력을 입증했고,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도 갖춘 상황이다. 북한의 전략 목표가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송신, 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송신, 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21년 1월 개최된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025)이 채택돼 평양 살림집 5만세대 건설 등이 추진되고 있고, 5년 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이제 정례화 되고 경제 5개년계획도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2036년 11차 당대회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4월 29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10차 대회에 보낸 서한 ‘혁명의 새 승리를 향한 력사적 진군에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의 위력을 힘있게 떨치라’에서 “다음 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련속적으로 전개하여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륭성번영사는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우고자 합니다”라고 언명한 바 있다.

변화된 국제정세와 핵무기 보유 등의 조건을 토대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 목표에 진력할 수 있게 됐고,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응고)도 자연스레 이뤄간다는 구상이다. 전략적 수세기는 변함없지만 균형점을 향한 시간벌기, 축적의 시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즉 전략적 수세기에서 전략적 균형기로 이행하기 위한 ‘병진노선 2.0’에 기반한 전술적 공세기로 규정해 볼 수 있다. 북한은 간섭받거나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구상을 실현해나갈 시간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3대 세습과 젊은 지도자의 등장, 국제적 물샐틈 없는 제재와 코로나 국경봉쇄 등 특별한 시기를 겪은 북한이 이제는 미국 패권이 흔들리는 세계적 추세와 핵무기 보유국 지위 확보를 토대로 새로운 시도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2) 세대 교체와 유일사상 체제 강화

특히 코로나 시기 자력갱생에 기반한 경제건설과 내부 유일적 영도체제 강화 경험은 북한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자양분이자 기본틀이 되고 있다.

코로나 시기인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우리 국가 제일주의 시대’에 기초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주창하며, 심부름군(꾼)당까지 발전시킨 배경에는 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 근절”이 깔려있고, 불순한 외부 사상의 유입에 대한 경계가 자리잡고 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코로나 시기는 의도치 않은 절호의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국가비밀보호법(2023) 등 새로운 법령들이 제정됐고, 당 규율조사부와 법무부 신설(2021), 당 규율비서직 신설과 중앙검사위원회 권한 강화(2022) 등 조직 정비도 병행됐다. 당 규율비서 겸 중앙검사위원장은 내각 총리와 당 조직지도부장을 역임한 김재룡이 맡아 비중을 높였다.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4일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포함한 관련 법 및 관행을 폐지 또는 개정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상·양심·종교·신앙의 자유와 표현·결사의 자유를 확보”하라고 문제삼았다. 대체로 외부 사상 유입에 차단벽을 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유일사상체계 강화는 사상 분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장성택 처형의 배경에 대외무역권 같은 경제적 이권문제도 깔려있듯이 ‘기관 본위주의’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제도정비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부물자 반입시 중앙의 꼼꼼한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하고 심지어 반입 물품의 열차 탑재 순서까지 중앙에서 지정하고 있다는 전언들이 확인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2011.12.17)로 권좌에 오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벌써 12년째 최고지도자 자리를 지켜 한미일 최고지도자들을 여럿 상대했고,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집권 연륜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3대 세습이라는 출발점과 경제 성과 미흡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대했던 북미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자 새로운 정면돌파전을 결심하며 백마를 타고 찾은 곳은 눈보라속 백두산이었다. 이후 백두산 정신을 강조하며 백두산 혁명전적지를 답사하는 ‘백두산 대학’의 열풍이 북한 사회를 휩쓸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백두 혈통’에 대한 강조도 이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의 특별한 지위와 역할이 이어지고 있고 딸 김주애의 등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수령-당-대중 유일사상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의 독특한 역사와 정치체제에서 백두 혈통의 상징성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현단계 북한의 목표는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이고 이의 전략적 지향점은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사회주의’ 기치가 강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젊은 지도자가 청년세대에 눈을 돌리는 것도 자연스로운 추세지만 2021년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이름을 바꾸고 “우리의 모든 청년들이 사회주의를 생명처럼 귀중히 여기고 그 승리를 위하여 대를 이어 견결히 투쟁하는 애국청년으로 준비하며 청년동맹이 사회주의건설에서 돌격대의 위력을 백방으로 떨치기를 바라는 당과 인민의 커다란 기대도 실려있다”고 청년세대에게 ‘사회주의’를 강조한 대목은 각별하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등으로 사상적 오염을 막아내면 청년세대들이 사회주의의 가치를 고수할 수 있을지는 향후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향후 경제발전과 외부와의 접촉 확대 등의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간단한 지표로 외국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이 북한식 사회주의 고수에 관심을 가질지, 청년세대들이 휴대폰 등으로 접하게 될 외부 문화에서 사상적 ‘오염’에 물들지 않고 주체성을 견지할 수 있을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이 이처럼 ‘사회주의’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윤석열 정부도 ‘가치’외교를 주창하고 나서 묘한 공통성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말했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자유주의 철학을 반영한 새로운 통일 구상 수립”을 언명했고 “자유주의 철학에 기초한 통일”, 이른바 ‘자유의 북진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남북이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로 확연히 자기기치를 내세우고 있는 것.

그러나 민족은 사상과 체제 보다 긴 호흡의 개념이다. 숱한 국가와 사상, 체제를 거치면서도 우리 민족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반통일적 ‘분족론’(分族論)을 경계해온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인위적으로 갈라진 국토와 민족을 하나로 되돌려놓는 것은 국내외 8천만 우리 겨레의 한결같은 민족적 숙원이다. 이 소원의 근원적 당위성은 남북한은 오로지 하나의 민족이라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의 남북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이질성을 갖고 있지만 민족의 객관적 구성요소인 ‘경제적 공통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관련기사 보기]

3) 핵무기 보유국 지위 응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하에서도 이른바 ‘P5’(미러중영프), 공인된 핵무기 보유국 외에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de fact nuclear-weapon state)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의 용인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북한 역시 지금과 같은 핵무기 보유국 상태를 유지시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 ‘응고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미 양국과의 협상 가능성이 낮은 현 상황에서 대화의 문을 닫아놓고 일정한 시간이 경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정치나 한반도 정세는 유동적이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대남, 대외 스피커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자 담화는 가역성과 불가역성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대남, 대외 스피커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자 담화는 가역성과 불가역성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여정 부부장의 지난해 7월 17일자 담화는 북미관계의 현주소를 읽는데 중요한 텍스트다. 김 부부장은 “설사 미국이 남조선주둔 미군철수와 같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꺼내들고 남조선으로부터 군대와 장비를 말짱 들어내간다고 해도 우리는 해외주둔 미군무력이 다시 들어와 《대한민국》을 군사요충지로 만드는데는 보름정도밖에 걸리지 않을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면서 “결국 미국이 대화마당에서 우리에게 선사할수 있는것들이란 모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것뿐이라는 점을 우리는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다”고 못박았다.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마저 가역적이라는 진단이다.

미국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가역적인 조치를 ‘선사’하고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얻어가려 한다는 것이 북측의 우려다. “그 가역적인 성격을 띠는 공약을 믿고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을 당면한 리익과 바꿀수 있겠는가?”라는 반문이다. 결국 “가장 적실한 방도는 강도적인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아 오손도손 문제를 푸는것이 아니라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결론이다.

이같은 북측의 입장에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고 있고, 지난해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데 이어 올해 3개의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해 둔 상황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8일 북한이 두 번째 군사정찰위성을 “4월 중순에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시험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이 지난해 3월 선보인 전술 핵탄두 ‘화산-31’의 신뢰성 평가를 위한 7차 원자탄 핵실험과 3중수소를 기반으로 한 8차 수소탄 핵실험이 예상된다고 기술적 측면에서의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결의나 규탄성명에 거부권을 행사할 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설사 기존처럼 대북 제재결의가 추가된다 하더라도 이미 서방의 촘촘한 제재하에 놓여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게 많다는 판단이 서면 핵실험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조용한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냐, 더욱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 지위 과시냐의 정치적 선택만 남은 셈이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남북의 현실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실전에서 어떤 유의미성을 가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김여정 부부장은 연초 ‘발파용 폭약을 터뜨린 기만작전’이라며 남측을 조롱하면서 “이런 무지한 군 깡패들의 오판과 억측, 억지, 오기로 예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되는 경우 1,000만 이상의 인총이 북적이는 서울이 어떤 위험에 로출되게 될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보라”면서 ‘즉사, 강제죽음, 끝장’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했다.

북 군부의 입장에서는 남북간에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핵무기 사용을 위협함으로써 사태를 유리하게 종결지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과시하고 싶어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발전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국방력 강화에서 여러 가시적 성과물들을 보여줬지만 인민들이 실전에서의 유효성을 체감할 계기는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핵무기 덕’을 인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계기를 놓치지 않고 싶어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실제로 평택 미군기지만 하더라도 북쪽에 인접해 있고, 숱한 주한미군 기지와 주일미군 기지가 북한의 사정권에 놓여있고, 최근에는 미국 본토마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정거리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도 남북간 우발적 군사적 충돌이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설사 한국 정부가 원하더라도 확전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도 전선이 펼쳐져 있는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좋은 외부 환경이 주어졌고, 내부 정치적 수요도 충분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당 기간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 응고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이며, 일정 정도의 성과를 거둔 뒤 북미 협상을 재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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