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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기대와 혐중 불안 엇갈리는 상인들 “범죄자로 모는데 누가 오고 싶겠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21 08:33
  • 수정일
    2025/10/21 08: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중국인 관광객 막자는 국민의힘 1]혐중 정서 조장 나선 국민의힘... “정치인까지 저러니 답답해”

 

명동 거리 일대(자료사진) ⓒ뉴시스

지난 16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번화가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화장품 등 쇼핑 매장들이 즐비한 명동거리엔 각 매장 직원이 가게 앞까지 나와 오가는 외국인들을 멈춰 세우고, 호객에 열을 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 관광객은 점점 더 늘어났지만, 상인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가 시행되면서 기대감도 커졌지만, 그 기대 속에 ‘혐중 정서’ 확산에 따른 긴장도 함께 자리한 탓이다.

 

 

 

매출은 늘었는데... ‘혐중’이 찬물 끼얹을까 불안한 상인들


오후 4시쯤이 되자, 노점들이 하나, 둘 장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명동거리 노점에서 분식을 판매 중인 20대 김모씨는 “명동은 쇼핑할 곳이 많다 보니 중국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면서 “이달 들어 매출이 50%정도 늘었다. 아마 중국인 관광객이 그 이상 늘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무비자 입국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은 관광·업무 등 단기간 방문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내년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방한 외국인은 1,238만명(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무비자 입국 정책까지 더해져 올해 국내 방한 외국인은 사상 최대인 2,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상인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국내에 확산하는 혐중 정서가 무비자 입국으로 인한 관광 특수에 찬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씨도 얼마 전까지 명동거리에서 벌어졌던 혐중 시위를 잊지 못했다. 김씨는 “최근까지도 (노점)바로 옆 도로에서 혐중 시위를 하고 행진도 했다. 그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며 “명동에서 혐중 시위가 벌어지면 상인들은 매출이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영업을 접어야 할 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혐중 시위라고 해서 중국인들만 피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시위대가 소리를 지르면서 관광객들을 위협하다 보니,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도 무서워 피한다. 그런 곳을 어떤 관광객들이 찾겠냐”고 한탄했다.

그래서 혐중 시위를 겪은 명동 상인들의 마음 한편에 언제고 손님이 다시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 및 친윤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반대하고 있다. 2025.02.27. ⓒ뉴시스

‘중국인=범죄자’ 혐중 선동하는 정치권
...상인들 “정치인들까지 저러니 답답”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정치권까지 나서 혐중 정서 확산에 일조하면서 명동 상인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김씨는 “폭탄이 있으면 시위하는 차에다가 그냥 던지고 제가 잡혀 들어가고 싶었을 정도였다”면서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떠드는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앞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가 본격화하자, 야당인 국민의힘이 혐중 정서 확산에 동참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 “범죄조직이 침투하게 될 것이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등의 주장으로 혐중 정서를 확산시켰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중국인 무비자는 간첩에게 활동 면허증 내주는 격”, “중국인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혐중 정서를 부추겼다.

정치권이 미디어와 SNS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중국인=범죄자’ 프레임에 기름을 부으며 선동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 강력 범죄를 포함해 국내 체류 중국인의 전체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다. 2023년 기준, 내국인의 범죄율은 2.36%였던 반면, 국내 체류 중국인의 범죄율 1.65%였다. 강력 범죄율 역시 내국인이 0.047%, 중국인은 0.031%로 중국인이 더 낮았다.

명동 번화가에서 ‘ㅅ’식당을 운영 중인 50대 최모씨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마치 한국이 공산당이 되는 것처럼 얘기하거나, 장기매매하려고 한국인을 납치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믿는 사람도 없겠지만, 그런 말이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한다. 장사는 입장에선 손님 한 명이라도 더 오는 게 답인데, 정치인들까지 저러니 우리 힘으로 막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예상보다 적다고도 했다. 최씨는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 관광객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에 가게 문을 1시간 일찍 열고 1시간 늦게 닫았다”면서 “그런데 실제 무비자 입국 전후 매출을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불과 1km가량 떨어진 종로 상인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무비자 입국이 본격화했지만,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복궁역 인근에서 12년째 ‘ㅈ’ 한복 대여점을 운영 중인 김모(60대)씨는 “9~10월은 원래 성수기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매출엔 큰 차이가 없다”면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체감되려면 단체 예약이 늘어야 하는데, 그것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사드 전만 해도 70~80%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지금은 10%도 안 된다”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면 뭐하나. 혐중 시위를 하면서 ‘범죄자’로 몰아가는데 누가 와서 한복 입고 기분 좋게 사진 찍겠냐”고 반문했다.

창경궁 인근에서 ‘ㄸ’ 기념품 가게를 운영 중인 김씨(42)도 체감은 비슷했다. 김씨는 “무비자 입국에 대한 기대도 별로 없었다”면서 “지난달엔 중국 손님이 꽤 있었는데, 이번 달엔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오히려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던 원인으로는 극우단체들이 명동에서 벌인 혐중 시위의 영향을 꼽았다. 김씨는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던 건 명동에서 있었던 혐중 시위 때문인 것 같다”면서 “혐중 시위가 자주 열렸던 만큼 일부 중국 관광객들이 근처 관광지가 있는 종로로 왔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학 주최 혐중시위 모습. 2025.10.03 ⓒ뉴시스

부산·경주·제주 등도 ‘혐중’ 직격탄 우려 커져

이번 무비자 입국으로 관광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경주·제주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광복로·부산역 일대 상권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면세점 및 쇼핑몰에서도 중국어 안내·결제 준비가 한창이며,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인 단체고객 증가로 인한 ‘큰손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개별 관광객 무비자가 허용된 경험이 있는 제주도도 이번 마찬가지다. 무지자 입국으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경주 역시 이번 조치의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경주는 10월 말 열릴 APEC 정상회의 개최지라는 점에서 외국인 유치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방한 시장 1위인 중국의 입국 편의를 통해 관광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이번 정책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약 1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멈출 줄 모르는 혐중 시위와 정치권의 혐중 정서 조장이 ‘무비자 특수’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명동에서 혐중 시위를 주도해온 극우단체들은 경찰에 의해 시위가 막히자,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림동으로 옮겨 혐중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의 혐중 정서 조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우리 국민이 낸 의료 보험료의 혜택을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가로채고 있다”, “한국에 살지 않는 중국인이 이 땅의 주권을 행사하는 건 상호주의에 배치된다”, “중국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들여 우리 국민에게 월세를 받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중국의 반한 감정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무역이나 관광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사태는 더 커질 수 있다. 2016년 800만명을 웃돌았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이 터지면서 1년만에 420만명 수준으로 반토막 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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