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주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
김후주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

놀라운 연대의 밤, 남태령 대첩이 남긴 것

‘남태령 대첩’을 직접 이끈 김후주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는 2024년 12월 21~22일 남태령에서 펼쳐진 ‘연대의 정치’의 현장 경험을 공유했다. 2024년 동짓날 밤,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대치하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농민들이 새벽에 시민들이 배달 보낸 닭죽으로 길 위에서 첫 식사를 하는 사진 등이 “환대가 민주주의의 언어”라는 걸 보여줬다.

연대가 가능했던 이유로는 △광장의 평등 수칙 △중간자적 존재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연결 △자발적 참여를 꼽았다. 예컨대 40대 여성인 박선하 전농 대외협력국장이 청년 문화를 소개하고, 청년의 언어를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맡았다.

김 대표는 광장에서 특정인이 ‘대표성’을 갖기 시작하면, 누가 그 목소리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내부 갈등이 발생하고, 공론장에서 활동하던 인물이 정치권으로 옮기면 타협한 ‘변절자’로 비난받는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공론장 확대와 정치 참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

작은 연결의 힘, 일상의 민주주의를 디자인하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을 운영하는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는 디자이너를 ‘메시지를 번역하고 연결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며, 사회적 임팩트를 내는 비영리·시민 조직과 협력해왔다.

신 대표가 기획한 비영리 조직 ‘슈퍼스톰’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대한 비전 대신, 사람들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슈퍼스톰의 철학은 2024년 대통령 탄핵 광장에서의 연대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FDSC 회원들은 12개 단체와 함께 손팻말을 만들고 카드뉴스를 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작은 행동이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함께였기에 무력감 대신 연결감을 느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개인의 효능감은 변화를 이루는 ‘결과’가 아니라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신 대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말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뉴닉 대표
김소연 뉴닉 대표

MZ세대와 소통하는 ‘쌍방향 뉴스’ 실험

뉴닉은 2018년 창립 이후 ‘쉽게 이해되고 감정적으로 접근 가능한 뉴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M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김소연 뉴닉 대표는 디지털 환경에서 부족한 것은 ‘정보의 다양성’이 아니라 ‘노출의 다양성’이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는 여러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알고리즘은 이용자를 편협한 세계로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뉴닉이 기획한 ‘피자스테이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생각을 안전하게 드러내고 이해할 수 있는” 실험 공간이다. 정치·사회적 논쟁 주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집해, 대립이 아닌 ‘이해’를 중심으로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이후 “내 생각이 바뀌었다”거나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는 응답이 많아졌다.

뉴닉은 계엄령 사태 당시 구독자들에게 “그날 밤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소통 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쌍방향 경험을 바탕으로 뉴닉은 협업, 참여, 보상 등 다양한 방식의 쌍방향 소통 서비스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