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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의 희생으로 오늘의 민주주의가...마지막 소망은 국가보안법 폐지"

민가협 40주년 특별 헌정공연...이 대통령, "빛의혁명은 민가협 진실과 정의의 연장선"

민가협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헌정공연 '어머니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이 13일 오후 4시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민가협 어머니들과 보랏빛 합창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무대에 올라 '함게 가자 우리 이길을 '을 부르며 공연을 마쳤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민가협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헌정공연 '어머니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이 13일 오후 4시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진행됐다.

1985년 12월 12일 '구속학생학부모협의회'와 '구속노동자가족모임', '장기수 가족 모임' 둥 모든 시국사건의 구속자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라는 명칭으로 발족한지 40년.

눈비 내리는 궂은 겨울 밤에 그때 어머니보다 나이들어 머리에 한참이나 서리가 더 내린 아들과 딸들이 체육관 5,000여 좌석을 가득 채우고는 어머니들에 대한 후더운 마음을 안고 함께 울고 웃으며 노래불렀다.

어느 누구보다 반듯하게 키운 제 자식을 할퀴는독재의 야수들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던 어머니들에게 드리는 헌사였고, 그 나날 거리에서 눈비를 맞으며 한 자식의 어머니를 넘어 자식들과 더불어 그날을 그리워하는 동지가 된 어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연대의 인사였다. 이제 그 젊던 모습을 뒤로 한채 늙고 병든, 세상을 떠난 어머니들에게 대한 아픔과 그리움도 있었겠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 병고로 나오지 못한 어머니들이 더 많은 민가협 40주년은 '민주와 인권을 향한 40년, 어머니의 위대한 여정'이라는 주제 아래, 어렵고 답답했던 시절 구비구비마다 떠오르는 어머니들을 생각하며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눈비 내리는 궂은 겨울 밤에 그때 어머니보다 나이들어 머리에 한참이나 서리가 더 내린 아들과 딸들이 체육관 5,000여 좌석을 가득 채우고는 어머니들에 대한 후더운 마음을 안고 함께 울고 웃으며 노래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가협 어머니들은 영상인사에서 지난 겨울,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때 "이러다 민가협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면 어떡하나 불안했다"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민가협의 상징인 보랏빛 수건을 쓰고 어머니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조순덕 상임의장은 "아들 딸의 구속으로 투사가 된 수 많은 어머니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감개를 표시했다.

그리고 5년 전 6월 30일 별세한 임기란 민가협 초대 상임의장이 병석에서도 마지막까지 강조했던 말씀이라고 하면서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 양심수가 없는 세상이 된다. 민가협 어머니들의 마지막 소망은 국가보안법 폐지"라고 있는 힘껏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인사를 하고 있는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 조 상임의장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 양심수가 없는 세상이 된다. 민가협 어머니들의 마지막 소망은 국가보안법 폐지"라고 있는 힘껏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내란을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 '빛의혁명'을 자산으로 삼아 출범한 '국민주권정부'의 탄생은 민가협 어머니들과 공연장에 모인 자식들, 시민들 모두에게 깊은 위안이 된 듯하다.

영상축사를 보내 온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는 명칭 그대로 민주화 운동가들을 구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장 앞장서서 민주화 운동을 실천해 오셨다. 자신의 자녀들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 과정에 나선 모든 이들을 가족처럼 감싸며 돌봐주셨고 서슬 퍼런 독재 정권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하셨다"고 민가협 40년 역사를 평가했다.

또 "불의에 굴하지 않고 희생을 감수하며 억눌린 자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셨기에 지금 우리는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더 확장된 인권의 가치를 말할 수 있다. 촛불혁명과 빛의혁명은 그동안 민가협이 걸어온 진실과 정의의 길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민가협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번성하는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도종환 시인은 '보랏빛 어머니'라는 축시를 낭송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향해 가는 길이라고/ 우리 가 하는 일이 세상에 대한 연민 때문이라고/ 의로운 일을 해야 할 사람이 필요해서 라고/ 믿어주셨다/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에서/ 한 시대의 어머니로 변하셨다/...(중략)/ 어머니 내 어머니/ 우리 모두의 어머니/ 한 시대의 보랏빛 어머니/ 어머니"

권해효·최광기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는 이은미, 동물원(박기영, 배영길, 유준열, 정병학), 노래를찾는사람들(김명식, 박종홍, 송숙한, 신지아, 최문정), 노래마을(손병위, 우위영, 이정열, 이지상, 정유경, 정은주, 현정원), 꽃다지(송미연, 정윤경, 정혜윤), 윤민석, 안치환, 정태춘·박은옥 등 오랜 세월 거리에서 시민들, 어머니들과 함께 노래 부른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과거 민가협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 출연했던 인사들 중 타계한 분들이 40주년을 맞는 민가협와 시민들에게 보내는 영상메시지가 상영되자 참가자들이 흐느끼며 지켜보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세상을 떠난 문익환 목사, 박용길 장료, 이소선 어머니, 김남주 시인, 홍세화 선생, 최희준 가수, 노무현 전 대통령, 신해철 가수, 범능스님, 이기형 시인, 김광석 가수, 김근태 전 국회의원, 박형규 목사, 리영희 선생, 김찬국 전 상지대 총장, 아들인 비전향장기수 신인형 선생과 재회한 고봉희 어머니,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임기란 민가협 초대 상임의장이 40주년을 맞이한 민가협과 시민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연은 민가협 어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늙은 투사의 노래'를 합창하고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부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공연은 민가협 주최로 1989년부터 2006년까지 총 18회에 걸쳐 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즈음에 진행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양밤)이 중단된지 19년만에 다시 그 맥을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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