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는 한국에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각 새로 출범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북한의 거부와 무응답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고 또한 북한도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한반도 문제의 세 주역인 남-북-미의 새로운 조합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하면서 [2025년 송년특집]을 ①북미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2025년에도 북·미 대화는 열리지 않았다. 2024년에 이어 대화 없는 차가운 평화가 지속됐다. 

4년 만에 백악관을 다시 차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을 앞세우며 꾸준하게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결과가 불확실한 북미대화 재개보다는 ‘핵억제력 강화’와 ‘진영 외교’에 몰두했다.

다만,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앞두고 북한 내에서 대화 재개에 대비하는 동향이 일부 포착된 것으로 밝혀졌다.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워싱턴과 모스크바 등에서는 종전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전쟁의 향방과 함께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주목된다.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취임’에서 ‘북한군 파병 확인’까지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1월 6일 북한은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극초음속미싸일체계는 국가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평양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믿음직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0일(아래 현지시간) 취임식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는 핵보유국(nuclear power)”이지만 “우리는 잘 지냈다. 그는 내가 돌아온 걸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 [폭스뉴스]로부터 ‘그에게 연락해보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와 잘 지냈다”며 “그는 광신자(religious zealot)가 아니”고 “똑똑한 사람”(smart guy)이라고 치켜세웠다.

1월 26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사진을 내보냈다. 사흘 뒤에는 김 위원장이 “핵물질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알렸다. 

2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일본 총리와의 공동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미일 정상 공동성명」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 필요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확인했다. 

2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3년’(2.24)을 앞두고 종전협상을 본격화한 것이다.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갈무리-PBS 유튜브]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갈무리-PBS 유튜브]

3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계기에 기자로부터 ‘가까운 시일 안에 김정은과 연락할 계획이 있는가’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나는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우리는 어느 시점에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은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거론하며 “긴장성과 불안정성은 이미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국이 계속하여 군사적 힘의 시위 행위에서 기록을 갱신해나간다면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은 정당한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4월 27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비해 전·현직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비공개 토의’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미국 당국자’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등 “오늘 우리는 (1기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부터 보고 받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크렘린궁]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부터 보고 받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크렘린궁]

이 즈음 러시아와 북한이 ‘북한군 파병’과 ‘쿠르스크 전투 참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4월 26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쿠르스크 국경 지역 해방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이 참가했음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이들은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침략군을 격퇴하는 데서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4월 28일 푸틴 대통령이 “조선인민군 부대는 우리 영토에 침입한 키예프 정권의 신나치 부대를 격퇴하는 데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며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 북한의 전체 지도부와 인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대조국 승전 8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5월 8일 0시부터 11일 0시까지 휴전(ceasefire)을 선포한다”면서 “이 기간 동안 모든 군사작전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28일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모스크바와 키이우 양측에 종전 협상에 동의하라는 압력을 강화하는 데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분쟁 중단 의지를 환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구적 휴전을 바라고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하이퍼 전략’과 북·중·러 정상의 ‘톈안먼 회동’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구사하는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를 ‘하이퍼 전략’(hyper strategy)이라 개념화했다. “북한이 일부 강대국과 유사한 행태를 과시하면서 이익 팽창에 나서는 적극적 정책”이고 “북한이 하이퍼 전략을 가동하게 된 것은 사실상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봤다.  

그는 “2025년 4월 북한이 처음으로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으로 인정한 것은 하이퍼 전략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고 “10월 노동당 창건 80돌 행사에 중·러 2인자를 초청하고, 베트남 등 여러 국가의 대표단을 맞이한 것도 외교 차원에서 하이퍼 전략을 행동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 파병’ 확인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시도는 이어졌다. 

6월 11일 ‘미국 정부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는 보도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교환에 열려 있으며, 그는 첫 임기 때 여러분이 2018년에 취재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고 싶어 한다”고 확인했다.

조셉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사진-헌정회]
조셉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사진-헌정회]

6월 27일 헌정회 오찬에 참석한 조셉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특별히 무언가를 약속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담에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7월 29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북한의 정리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향해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고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강세한 핵 억제력의 존재와 더불어 성립되고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8월 12일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가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로간 조약의 정신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며 앞으로도 로씨야 지도부가 취하게 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8월 14일 김여정 부부장은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미한합동군사연습을 통해서도 다시금 한국의 적대적 실체가 의심할 여지없이 확인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곧 열리게 되는 로미 수뇌회담에서 미국측에 보내는 우리의 의중이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는 억측을 내놓았는데 바로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는 대표적 실례”라며 “우리가 미국측에 무슨 리유로 메쎄지를 전달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알래스카에서 만난 미국과 러시아 정상. [사진 갈무리-팜비치포스트 유튜브]
알래스카에서 만난 미국과 러시아 정상. [사진 갈무리-팜비치포스트 유튜브]

8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앨먼도프-리처드슨 공군기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6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소인수회담, 공동 회견, ‘소련 조종사 묘’ 헌화 뒤 귀국길에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성공적인 날이었다!”는 SNS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방안은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조만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이 잘 되면 푸틴 대통령과 다시 만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8월 25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 분쟁에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운 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며 “김정은도 만나시고”라고 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올해 안에 그를 만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특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만남을 추진해보자는 얘기가 오갔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의 눈길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8월 28일 오후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 승리 80돌'(전승절) 행사에 외국 국가원수와 정부수반 26명이 참석한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2번째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무위원장 김정은”을 호명했다. 시진핑 주석 좌우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텐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북중러 정상. [사진-노동신문]
텐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북중러 정상. [사진-노동신문]

9월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오른 북중러 정상이 중국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봤다. 미국 [CNN]은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나라가 미국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이날 오후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같은 차를 타고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한 뒤 정상회담을 가졌다. 4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시 주석은 “중조는 운명공동체이자 서로 돕는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지”라고 밝혔다.

3국 사이의 좋은 분위기는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열병식’으로 이어졌다. 9월 28일 최선희 외무상의 방중에 이어 10월 9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방북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도 평양을 찾았다.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봉희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는 “이번에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우선주의’ 내세운 트럼프, 중·러와는 타협?

1기 때보다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MAGA)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4월 거의 모든 국가에게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자유무역질서’를 와해시켰다. 그러나, 대두 수입 중단과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강경하게 맞선 중국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타협 쪽으로 돌아섰다.     

9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방금 시 주석과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마쳤다”면서 “무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필요성, 틱톡 협상 승인 등 매우 중요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또한, 경주 APEC 때 시 주석과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해공항 나래마루에서 만난 미중 정상. [사진-중 외교부]
김해공항 나래마루에서 만난 미중 정상. [사진-중 외교부]

우여곡절 끝에 국빈 방한한 두 정상은 10월 30일 부산 김해공항 공군 기지 내 ‘나래마루’에서 만나 ‘무역 갈등 완화’에 합의했다. 6년 4개월만의 대면 회담이다. 

귀국길 약식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 유예하고 펜타닐 미국 유입을 차단하며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성과를 자랑했다. 두 정상의 상호방문 얘기도 나왔다고 밝혔다.

11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시 주석이 ‘내년 4월 베이징에 오라’ 초청했고 나는 수락했으며, 답례로 내년 중 미국에 국빈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매우 좋은 통화”였고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강하다!”고 밝혔다.

이틀 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관련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이룩한 ‘데탕트’가 대만을 둘러싼 마찰로 인해 위험에 빠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고 알렸다.

미·중 관계를 봉합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끝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11월 23일 마르코 루비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회담 직후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을 밝혔다. 3주 전부터 문서화 작업을 통해 “기본적 문서를 만들었다”고 알렸다.

11월 25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메시지.
11월 25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메시지.

25일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이 초안한 28조항 평화계획은 양측의 추가 의견을 반영하여 세부 조정됐으며 이제 몇 가지 이견만 남았다”고 확인했다. “이 평화 계획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더러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도록 지시했으며, 동시에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우크라이나 측과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종전 시한으로 잡았던 11월 27일은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적어도 3개의 난제가 남아 있다며, △돈바스 영토 문제,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병력 규모, △안전 보장과 관련된 나토(NATO) 가입 문제라고 짚었다.

12월 2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4시간 넘도록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논의했다. 

12월 9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더러 ‘며칠 내에 답하라’고 다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전날 [폴리티코]와 인터뷰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은 그(젤렌스키)에게 넘어갔고, 그가 패배하고 있으므로 이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12월 1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가까워졌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CNN]과 인터뷰한 ‘미국 당국자들’은 쟁점 90%가 해결됐지만 영토 문제가 여전히 난제이고, 안전보장 방안과 우크라이나 재건 문제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시기를 점치기는 이르지만, 이 전쟁이 끝난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 전쟁에 참가한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가 또다른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러면 북미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구애에도 불구하고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은 재연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가능성은 낮다”고 했으나, 마지막까지 기대를 접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볼만한 동향이 일부 포착됐기 때문이다. 

11월 4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은 “APEC 계기 북미정상회동은 불발되었으나, 북한이 물밑에서 대화에 대비해온 동향이 다양한 경로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이성권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9월 김정은 위원장의 ‘조건부 북미대화 시사’ 발언 이후 북한이 명시적인 ‘핵무장’ 발언을 자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로의 출국을 막판까지 고심했던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갖고 있으며 향후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과의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이 판단하고 있다고 이성권 간사가 전했다.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박선원 정보위 간사도 “국정원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확인했다. 

“북한이 미국 내 대북 일꾼들 등에 대한 정보를 최근 들어 많이 축적하는 것이 하나의 증거”라며 “러시아와의 밀착,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북미관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 (...) 북미정상회담도 추진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문제는 ‘조건’이다. 지난 9월 하순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한·미의 메시지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인다. 

지난 11월 14일 공개된 「한미 공동설명자료」는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11월 24일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북핵은 물론이고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졌다.

지난 2일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 2일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출범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발 관세폭탄 대처에 고심했던 이재명 정부는 내년에는 북미-남북대화 재개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은 회복을 넘어 도약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하여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협의를 위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위 실장은 “상대적으로 보면 남북보다는 미북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 더 열려 있다”며 “지난 번 경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미북 정상 간 접촉에 관한 기대를 갖고 계신 걸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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