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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직접 교전 가능성 100%”···여당 의원이 ‘호르무즈 파병 반대 행동’ 나선 이유

수정 2026.03.19 06:43

“끌려들어가는 모양새, 감당 못할 상태 될 수도”

“장병 안전 우려···동포·한국 기업에도 위협”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병 반대 손팻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란 전쟁의 핵심 격전지인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함선을 파견하라고 요구하자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리며 ‘파병 반대’ 행동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요구가 나온 지 이틀 뒤였다. 이후 이 의원은 17일까지 연이틀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정부의 외교 부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여당 의원 입장으로는 다소 이례적 행보로 여겨졌다.

이 의원은 1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본 직후 “마음이 급하고 불안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반대 행동에 나선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이 워낙 노골적이라 국내 여론과 정부가 빨려 들어갈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며 “한국군도 끌려들어가는 모양새가 되면 감당할 수 없는 상태로 갈 수 있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파병이 현실화했을 때 가장 큰 우려는 장병들 안전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은 해로가 협소해 한국의 어떤 이지스함이 들어가도 방어가 쉽지 않다”며 “미국의 동맹인 한국 함선이 들어오면 이란은 즉각 공격할 거다. 직접 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말했다. 이란과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해외 각지의 재외동포와 한국 기업이 이슬람 신도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파병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의원실 제공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과 국가안보실 재외동포담당관 등을 맡아 국정을 경험한 이 의원은 여당 의원의 반대 행동이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 역할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그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입법부 일원이자 국민의 대표”라며 “전쟁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국민들 입장을 정부에 전달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견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원내대표 비서실장이라는 당직을 맡은 상황에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고자 입장문과 시위 피켓(손팻말)에 당명을 적지 않았다.

파병 반대 활동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그는 “많은 의원들이 여당이라 행동에 옮기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맙다고 격려해줬다”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도 공개 메시지를 내는 등 파병 반대 분위기가 당내에 조성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1인 시위와 관련해 “과거 미국 관련 피켓을 들면 어르신들이 시비를 걸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젊은 분들은 사진을 찍어주는 등 격려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함께 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자 계획했지만 보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한국 등의 도움이 필요 없다며 파병 요구를 번복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미국 내 지인 등 소식통을 통해 기류 변화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 공화당 내부에서 우방국 참전 독려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하루이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 의원은 미국의 파병 요구를 “대한민국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받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국이 파병을 요청한 영국·프랑스·중국·일본·한국은 세계적으로 강력한 국방력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이라며 “한국이 일방적으로 어느 국가에 끌려가거나 동원되는 위상의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도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며 “우리 이익과 가치를 얘기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언행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삐지거나 화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재단해 정책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라며 “국익과 국민 안전을 중심에 놓고 원칙적으로 판단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국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파병에 신중해야 한다는 컨센서스(의견 일치)가 여야에 만들어진 건 국회가 얻은 성과”라며 “정치권이 하나 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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