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8월 30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미군이 이란을 직접 공격한 것은 7월 말 이후 한 달 만이다. 미국과 이란의 공방은 9월 1일과 2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8월 24일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엿새 만이다. 앞서 8월 20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경제 제재가 대규모 추가 군사작전의 필요성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전쟁이 6개월째 접어든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빠져 있는 수렁을 잘 보여준다”며 군사 공격, 경제적 압박, 휴전 협상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고 절제된 전략을 고수하거나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현재 갇혔다고(trapped) 느끼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는 정치적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체면을 차리면서 충돌을 끝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패배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물러설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갇혔다’고 표현한 것이다.
■ 전면전은 불가, 휴전은 ‘패배’… 이란에서 막힌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는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물론 이란보다 우위에 있지만,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나아가진 못하고 있다.
바실리 카신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유럽·국제종합연구센터 소장은 러시아의 정치 주간지 프로필(Profile) 기고를 통해 현재 미국은 이란을 이길 ‘기술적인 능력’은 모두 갖추고 있어도 인적·물적 피해를 감수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45분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작전 계획을 브리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몇 차례 이란에 지상군 투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쿠르드 무장세력까지 동원해 대신 투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으나, 결국 지상군 투입은 없던 일이 됐다.
그렇다고 이란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전쟁을 끝내지도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7일 이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해당 MOU를 두고 사실상 이란의 승리이며 오바마보다 더 퍼준다는 평가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뒤로 물린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8월 30일 「왜 미국은 전쟁을 그만두지 못하는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레그 재프 기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상당 기간 미국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승리하는 것보다 전쟁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한 뒤 벌인 거의 모든 전쟁에서 ‘언제 그만둘 것인가’라는 문제와 마주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국가의 존립 자체가 걸린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며 “정치 지도자들과 외교·안보 정책 지도자들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가 손상될 것을 걱정했다”고 지적했다.
■ 바이든의 아프간 철군을 비웃었지만···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때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한 일은 전설적”이라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패배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계속 대통령이었다면) 아주 다르고, 훨씬 더 성공적인 철군을 했을 것이다. 아프간에서 일어나도록 허용한 일과 관련해 바이든이 불명예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이란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과 전혀 다를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은 자신에게 분노와 환멸을 남겼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란 전쟁은 치명적이고 신속하며 결정적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전쟁은 이미 장기전이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서 발을 뺀다면 바이든의 아프가니스탄 야반도주만큼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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