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인 조직이 스스로의 잘못을 은폐하거나 내부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 등에서 피해자들을 외면할 때 분명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반성을 요구해야만 한다. 용혜인 의원이 과거에 속해 있었던 언더조직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학생연대-전학협-사회당으로 이어졌던 뿌리를 떠올려보면 약간이라도 짐작되는 바도 있다.
급진적이고 좌파적인 주장을 하면서도 과도하고 경직된 태도로 비판받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을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괴물들'처럼 묘사하는 국민의힘, 주류 언론, 일부 지식인들의 비판에는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겠다. 그들은 언더조직이 보여준 문제가 마치 기득권 체제가 만들어낸 문제들과 동떨어진 새로운 문제인 것처럼 반응한다.
그러나 만약 정말로 '언더조직'이 여성 활동가들에게 '낙태 금지'를 요구했다면, 그것은 낙태 금지를 법으로 강제하고 처벌하던 사회와 무관할 수가 없다. 따라서 그런 사회와 질서를 옹호하던 자들이 '언더조직'을 비난하는 장면은 메스껍다. 마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우익 미군 대령인 록조가 여성 혁명가였던 퍼피디아를 탓하며 '나는 그녀에게 역강간을 당했다'고 말하는 장면처럼 헛웃음이 나온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운동과 조직도 사회가 강요하는 편견과 위계적 질서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여러 결함과 잘못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진지한 운동과 조직이라면 그런 오류와 문제를 통해 배우고, 그것을 성찰하고 바로잡아 가면서 세대를 교체하고 이어가면서 '또 다른 이후의(애프터 어나더) 전투'로 나가는 법이다.
결국, 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집단린치적 '검증'을 비판하는 태도에,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의 여러 문제와 잘못을 모르는 것이냐'고 따지던 사람들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런 이들은 순수하고 결함 없는 사람만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마녀사냥을 평생 가도 볼 수가 없다. 결함과 잘못이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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