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의 유령은 아직 문밖을 서성인다
첫째,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독재자 박정희의 유신 수법을 52년 만에 꺼낸 일이었다. 국회를 막고 정당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이 그랬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윤석열을 파면했다. 유신의 유령은 시민이 막았지만, 유령이 다시 들어올 문은 제도로 닫아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쏠린 권한을 나누는 개헌, 계엄요건과 통제장치의 강화가 그 첫걸음이다.
둘째, 독재가 성장의 열쇠라면 지구의 독재국가는 모두 부자여야 한다. 그런 나라는 드물다. 한국의 성장에는 교육열, 세계 최장시간 일하던 노동자의 땀, 외국자금, 시대여건이 함께 들어 있었다. 독재자의 공으로 돌릴 수 없는 몫을 독재자에게 얹어 주는 셈법으로는 '성장이냐 자유냐'라는 거짓 양자택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늘의 과제도 불도저로 밀어붙일 성장이 아니라 저출생, 불평등, 장시간 노동처럼 나눔과 설득으로 풀 일이다. 불도저는 땅은 고르지만 사람은 고르지 못한다.
셋째,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는 먹고살기 힘들던 날의 기억과 지금의 불안이 겹쳐 있다. 그 마음을 비웃을 일이 아니라 일자리와 주거 같은 살림살이의 답으로 풀어야 한다. 강한 지도자 한 명에게 기대는 대신 지도자가 잘못해도 나라가 흔들리지 않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몫이다.
넷째, 긴급조치 피해자의 배상과 재심, 기록보존, 학교의 균형 잡힌 현대사교육이 남아 있다. 공도 과도 함께 가르쳐야 윤석열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