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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불 끄러 다니느라 바쁜" 이곳은 어디인가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입법조사처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입법조사처장으로 재임한 지난 2년의 소회와 정치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정치의 현주소와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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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여러 연구기관들이 있다.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실이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곳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다. 당시 입법조사처는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명확한 판단을 내렸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 결의안을 원활히 처리하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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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가 닫히면, 다음 페이지가 열린다. 입법조사처가 계속 바빴다는 뜻이다. 입법조사처는 <대한민국 불평등 보고서>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발간했다. 올해는 관심사를 지역 불평등과 국민인식조사까지 넓혔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조사·분석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은 이관후 입법조사처장 지휘 아래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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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 처장은 2024년 11월 20일 취임 당시 만 48세로,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의 국회 보좌진 출신이다. 그는 국책연구기관 중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입법조사처야말로 종합적이고 실증적인 정책과 입법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갈수록 토론이 사라지는 국회에서 정책 이슈가 정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불 끄러 다니느라 바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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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가 '국감 모의고사'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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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 '국정감사 모의고사' 만든 이유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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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임기 2년이다. 소회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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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임기 도중에 정부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임명 보름도 되지 않아 계엄이 있었고, 탄핵, 대선을 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예측한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서, 정신 차려보니까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였다. 그때부터 원래 해보려던 일들을 해보고 있어서 마음이 바쁘다. 2년 동안 해야 할 일을 1년 밖에 못한 것이니까. 직원들은 '왜 엊그제 온 사람처럼 일하냐'고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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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보좌진 경력이 있는 첫 입법조사처장이자 역대 가장 젊은 입법조사처장이다. 자연스레 입법조사처 분위기, 일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가 달라졌을 텐데. 특히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간하는 이슈분석 보고서가 '질의서' 형식으로 바뀐 점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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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내는 국감 이슈분석 보고서는 결국 보좌진들이 참고해서 좋은 이슈와 질문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보좌진 입장에서 봤을 때 '과연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동안은 이슈를 정리하는 참고자료 같은 형태였다. 넓은데 깊지는 못한. 우리가 그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회관(의원실)보다 미리 준비해서 8월 말, 9월 초에 낸다. 이렇게 공들여 쓰니까 더 활용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 '국감 전에 모의고사 보듯 질문을 만들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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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구성원들이) 동의를 많이 못 했다. 전체 조사관 대상 설명회도 열었는데 '우리는 국회의원들이 물어보면 답하는 기관인데, 왜 자꾸 질문해야 한다고 하냐'는 반론이 나와서 '국회 전체로 보면 입법조사처는 질문하는 기관이다. 국회의원들이 (정부 등을 상대로) 질문을 잘하게 도와주고, 어떤 경우에는 같이 질문을 만들어가면서 잘하도록 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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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평가가 상당히 괜찮았고 올해는 원만하게 진행됐다. 보고서 질도 더 좋다. 정부 쪽에선 '이 보고서로 정말 공부 많이 했다, 이렇게 물어보면 진짜 우리가 답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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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나아지는데 불평등은 심화... "이걸 설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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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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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조사처가 새롭게 시도한 일이 더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불평등 종합보고서>를 발간하고, 소득·자산·교육·건강 네 개 분야의 불평등을 통합해서 설명하는 '다차원 불평등 지수'까지 개발했다. '공정'이 시대정신 같은 시대에 왜 '불평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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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주제는 우원식 의장 제안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를 오래 하면서 우리 사회 불평등이 심각해지는데, 한국 사회 불평등의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것과 국가 차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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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불평등 종합보고서'라는 정도의 큰 비전까지는 아니었는데, 기존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니까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불평등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없었다. 또 (여러 학문을 융합한) 다학제 연구가 되어야 하는데, 개인은 할 수 없고, 국책연구기관은 분야별로 다 나뉘어져 있고, 전 분야를 아우르는 곳이 입법조사처밖에 없었다. 또 우리 트레이드마크로 가져갈 만한 연구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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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그래서 한국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는 건가, 완화되고 있는 건가' 논란이 있었다. 소득 불평등은 나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는 좋은데 민생은 안 좋다'는 식의 추상적 논쟁이 정책 수준으로, 증거 기반으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인식의 괴리를 누군가는 설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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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0에서 1로 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인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살짝 낮아졌다. 하지만 자산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2025년 36.0%에서 40.0%로 늘어났고, 소득 불평등(30.0%)보다 심각하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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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맞고, 국민도 맞았다. 정부는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을 쭉 해왔고, 충분하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전체적으로는 불평등이 더 나빠졌는가? 우리의 불평등 정책 중 사각지대가 있었다. 자산 불평등이다. 적어도 1980~1990년대까지는 열심히 노력해서 소득을 많이 창출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상당히 단단해지면서 계층 이동이 쉽지 않아졌다. 가장 결정적 이유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자산, 사회 네트워크나 문화 자본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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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2010년 이후로 수도권 집중이 너무 심해졌다. 간단히 얘기하면 비싼 부동산이 너무 서울 일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자산 격차가 벌어졌다. 그 차이를 다른 소득으로는 메울 수 없었다. 처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얘기가 나왔을 때 그걸 단순히 청년들의 불평이라 생각할 게 아니라 뭔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구나 해서 자산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정책들을 개발했으면 이렇게까지 심화했을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미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는데 대응이 너무 없었다. 그런 부분을 드러냈더니, 보고서 낸 다음 1년 내내 '자산 불평등'이란 단어가 곳곳에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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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하게, 더 자세하게... 지역 불평등에 개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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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조사처의 또 다른 관심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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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두 가지를 새로 했다. 하나는 '지역 불평등'이다. 11월 공개 예정인데, 전체 256개 지자체의 5개 분야 16개 지표를 국토연구원과 함께 작업했다. 정부에서 쓰는 지역 불평등 지표가 400개다. 부처별로 보는 지수가 다 따로 있다. 하지만 개별 부처의 지표는 그냥 보여줄 뿐이다. 정말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정책인지, 이 지역에는 좋은데 저 지역에는 안 맞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서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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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국민인식조사를 시작한다. 국민 전체 대상 조사가 몇 개 있는데 교육수준, 가계소득 등 다 팩트 위주로 묻는다. 국가 차원에서 공신력 있게 '진보인가, 보수인가'라든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처럼 인식을 물어보는 조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입법을, 국가적 거시정책을 어떻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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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년 간 입법조사처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졌던 장면은 아무래도 공신력 있는 기관 중 가장 먼저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판단한 일 같다. 국회가 그 후속 작업으로 개헌을 추진할 때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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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와 국회사무처는 함께 국민 의견 수렴을 기획했는데, 전문가 조사부터 바꿨다. 이전에는 법학자들한테 물었다. 그들은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60대 남성이다. 이 구성을 30대부터 70대까지, 성별도 반반으로 하고, 분야도 과학, 경제, 보건복지까지 다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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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도 보통 2000명 규모로 하는데 1만 2569명으로 키웠고, 자세하게 물어서 교차분석이 가능하도록 조사했다. 그 결과 올해 개헌안에 제시됐던 것처럼 헌법 전문 변경, 계엄 부분 중심으로 해서 우선 단계적으로 개헌하는 것이 좋겠다는 국민 의견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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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적으로 개헌은 무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다시 한 번 '부마민주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개헌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낙관하기 힘든 상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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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개헌이 된다는 건 여야 간에 합의가 된다는 건데, 지금은 지방선거 전보다 더 어려운 국면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쉽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여야가 합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년에 합의해놓고 총선 이후에 (23대 국회에서 개헌)하자는 합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이번 국회에 안 되니까 다음에 하자' 그러면 안 된다. 매번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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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사라진 국회... "우리가 불 끄러 다니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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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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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 간 대립이 극심하다보니 타협, 협상 같은 말이 현실과 멀어졌다. 이 상황이 입법조사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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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입법조사처 바로) 맞은편이 의원회관이다. 매일 보는데, 저쪽 사이가 좋으면 우리도 일이 쑥쑥 잘 진행된다. 여야 간 사이가 안 좋으니까 우리가 국감 보고서를 내는 등 상당 부분 불 끄러 다니느라 바쁘다. 보고서 상당수가 정쟁이 될 만한 소지를 빨리 찾아내서 정책 이슈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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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쟁이 과열되면 놓치는 사각지대가 있다. 예를 들어 검찰개혁에서 중수청장 임명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최근 보고서 중 하나는 특별사법경찰관 지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뤘다. 특사경은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일하고, 검사들이 지휘했다. 이게 '지도'로 바뀌었는데 검찰도, 특사경도 뭐가 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데 특사경들이 일하는 상황은 매일 벌어진다. 이런 부분이 빨리 정리돼야 하는데 다른 이슈에 묻힐 수 있지 않나. 그런 이슈들을 상기시켜주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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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힘든 건, 법안 논의가 잘 안 된다. (여야가) 상임위에서 서로 싸우다가 한쪽은 퇴장하고, 한쪽은 표결하고, 법안소위 가서도 비슷하다. 그런데 법안은 세심하게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많이 다듬어진다. 그 토론이 되게 소중하다. 지금은 토론을 아예 안 해버리니까 사고가 안 날 수 없다. 결국 최종 법안의 완성도가 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법안이 제출될 때부터 통과될 때까지 계속 모니터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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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②번 "정치인들이 게으르다, 국민들은 기회 주고 있는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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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입법조사처#개헌#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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